유성기업 노동자 투쟁 등으로 전면적으로 제기됐던 ‘야간노동 철폐’ 구호가 다소 잦아든 것 같아 안타깝다. 야간노동 철폐 투쟁은 노동자 건강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다. 이러한 투쟁은 경제 위기라고 해서 주춤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착취는 정의롭지 못하고, 불평등을 양산하며 소외를 낳는다는 측면에서 당연히 폐절돼야 할 것이지만, 말 그대로 노동자의 몸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도 하루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노동자가 생산을 위해 투여한 노동시간에 비해 임금이 적을 때 착취가 발생한다. 자본주의 태동 이래로 자본가는 이를 위해 몇 가지 방식을 개발했고, 그 모든 과정은 노동자 건강을 파괴한다.

첫째, 가장 흔한 착취의 방식은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자본은 잠이 없다. 휴식도 없다. 매순간 충혈된 눈으로 싱싱한 피를 찾아 헤매는 흡혈귀처럼 자본은 가능한 최대로 노동시간을 늘려 자본을 확장하려 한다. 공장은 24시간 돌아가야 하고, 매장은 불야성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심야 노동이 없어지지 않고, 장시간 노동도 사라지지 않는다.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의 경제 성장은 온전히 이러한 방식에 의존해 왔다.

둘째, 노동강도를 늘리는 것이다. 노동자 1인이 1시간에 10개를 생산하던 것을 1시간에 15개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 노동자가 정해진 시간 동안 해야 할 노동의 밀도 혹은 강도가 강해지게 된다.

그런데 대표적인 착취 방식 두 가지 모두 노동자의 건강을 해친다.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이 노동자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하거나, 밤에 일하게 되면 다양한 질병에 걸리게 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성 질환 혹은 이상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게 첫 번째고, 그것이 관리되지 않으면 심장병에 걸리거나 중풍에 걸려 사망하게 된다. 충분히 자지 못하거나 잠의 주기가 변경되면 사고가 날 확률도 증가한다.

위장병,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하고 여성은 조산, 자연유산, 저체중아 출산과 같은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야간 노동은 암 발생도 증가시킨다고 하니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 피해의 목록은 끝이 없다.

노동 강도 강화가 다양한 건강 문제를 낳는다는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 노동 강도 강화는 흔히 ‘골병’이라고 불리는 근골격계질환,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뿐 아니라 직장 내 폭력이나 왕따 같은 폭력과 갈등도 높인다.

석면과 야간 노동

부가적으로 동원되는 방식 역시 노동자의 건강을 파괴한다.

상용직에 비해 일용직, 파견직, 임시직, 시간제 등 비상용직의 직업성 사고 발생 비율이 높다. 원청에 비해 하청 노동자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 역시 확인되고 있는 터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비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 노동자에 비해 더 오래 일하며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더 위험하고 해로운 일을 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노동을 감시, 통제하는 방법도 고도로 발전하고 있다. 노동의 질 관리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공공연하게 침해 되고 있다. 이러한 감시와 통제 신기술의 도입도 노동자 건강을 해친다. 감시받는 노동자는 불안증, 우울증이 증가하고 스트레스성 질환도 잘 걸린다.

착취가 정의롭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일 하면서 일 때문에 죽거나 다친다는 것 역시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장시간 노동이나 야간 노동, 노동 강도 강화가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 가고, 노동자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은 자본주의 태동 이래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석면이라는 1급 발암물질이 암을 일으켜 사람을 죽게 만든다는 것만큼 확실하다.

그런데 왜 석면은 생산·유통을 금지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 과밀한 노동은 금지하지 않는가? 자본가와 국가는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문제는 투쟁이다. 더 많은 노동자 투쟁, 더 강한 노동자 투쟁이 없는 한, 윤리적 차원에서, 혹은 ‘정의론’ 차원에서 착취의 방식을 포기할 자본가와 자본주의 국가는 없다.

경제 위기 시에는 일자리도 줄어들고 생산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임금 인상 투쟁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시간 단축 투쟁, 야간노동 철폐 투쟁은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핑계로 노동자 건강 파괴의 불의에 눈감는 것이다. 착취 철폐와 노동자 건강 쟁취를 위한 투쟁에 경제 위기가 장애물이 될 수 없다. 위기는 저들의 위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