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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본·분교 통합 논란:
학벌주의에 맞서 단결 투쟁한 전통을 계승해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대학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학 본교와 분교의 통합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여러 대학이 본교와 분교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교과부가 지난 8월 중앙대의 본·분교 통합을 승인한 데 이어 경희대, 단국대 등이 본·분교 통합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본교와 분교의 유사학과를 구조조정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본교와 분교 내에서 갈등이 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 본교 학생들의 반발이 대체로 학벌주의에 편승하고 본교와 분교의 차별 해소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 학생들은 용인캠퍼스와의 통합 계획에 반발해 학생총회를 열고 본관을 일시 점거했다. 중앙대 일부 학생과 학생회 들은 안성캠퍼스를 다니던 재학생들의 학적이 자신들과 같아서는 안 된다고 반발해, 중앙대 당국이 안성캠퍼스 재학생들의 학적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의 NL 계열 학생 활동가 등 학생운동 진영 일부도 통합반대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학벌주의와 본·분교 차별에 맞선 진보적 학생들의 투쟁 전통을 망각한 것이다.

2006년 고려대와 고려대 병설 보건대가 통합한 후 병설 보건대 차별에 맞서 투쟁한 고려대의 진보적 활동가들 학벌 차별에 반대해 온 학생운동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

차별에 맞선 투쟁

정부는 1970~80년대에 수도권 인구 집중 억제와 지방 발전 등을 이유로 사립대들의 지방 분교 설립을 권장했다. 사립대들도 분교 설립으로 학생 정원이 증가해 등록금 수입이 늘어나는 등 여러 이점이 있으리라 기대하고 경쟁적으로 분교를 세웠다.

교육 기회 확대라는 측면보다 학교와 재단의 수익 증대 목적이 더 강했으므로, 대학 분교들은 설립 초부터 학생들의 커다란 불만을 샀다. 형편없는 시설, 부실한 강의, 노골적 차별은 분교 학생들의 투쟁을 촉발했다. 그래서 1984년 한양대 분교 학생 2천여 명이 분교 차별에 항의해 거리 시위에 나서, 학생들이 사복형사들을 잠시 억류하는 등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기도 했다.

1987년 항쟁과 맞물려, 분교 차별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저항이 확대됐다. 중앙대, 한양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건국대, 동국대 등에서 ‘지방 캠퍼스 지원 확대’와 ‘차별 해소’를 요구하는 시위와 점거 농성이 잇따라 열렸다. 1989년에는 제2캠퍼스총학생회연합을 결성해 차별 해소를 위한 공동의 행동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고려대 서창캠퍼스(지금의 세종캠퍼스) 학생 1천2백여 명이 무기한 수업 거부를 하고 집단 상경해, 14일 동안 본관 건물을 점거하고 재단 설립자 김성수 동상에 올가미를 거는 등 커다란 투쟁을 벌였다.

투쟁의 압력으로 1988년 노동부가 기업체에게 입사 응시 원서에 본·분교 표시란을 삭제하도록 권고하는 등 일부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본교와 분교 사이의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본교와 분교는 각종 지원에서 차이가 많다. 장학금 수혜율이 대표적이다. 2010년 건국대 본교의 장학금 수혜율은 52.1퍼센트인데 반해, 분교는 고작 39.2퍼센트 수준이다. 최근에는 고려대처럼 지방 분교를 독립채산제로 운영해, 학교 당국이 아예 지원을 끊는 경우도 늘고 있다.

분교에 대한 재정 지원이 적다 보니, 분교의 등록금 인상률이 본교보다 높은 경우도 많다. 2011년 중앙대 서울캠퍼스의 등록금 인상률은 2.9퍼센트인데, 안성캠퍼스는 3.5퍼센트였다.

취업 과정에서 겪는 불평등도 여전하다. 예컨대 고려대 본교 졸업자는 취업률이 64.6퍼센트인데, 분교 졸업자는 48.7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처럼 분교는 정규직 취업률 등 각종 지표가 본교보다 크게 나쁘기 때문에, 아예 대학 평가에서 분교를 제외하고 본교만 평가 받으려는 대학들이 많다.

사정이 이러니 많은 분교 학생들은 소외를 느끼고 심리적 위축감에 시달린다.

심지어 ‘조려대(고려대 조치원캠퍼스(세종캠퍼스))’, ‘원세대(연세대 원주캠퍼스)’ 등 분교 학생들을 비하하는 용어들이 인터넷 게시판과 본교 건물 화장실 낙서에 난무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차별적인 용어들 때문에 학생들이 받을 정신적 상처가 매우 클 텐데 말이다.

본교와 분교 간 차별을 해소하는 데 진보적 학생들은 앞장서야 한다. 본교 학생들이 분교 차별로 득을 얻는 게 절대 아니다. 비싼 등록금, 부실한 수업, 불안정한 취업 등의 문제는 정도 차이가 있을지언정 본교와 분교 학생들의 공통 문제다.

단결

정부와 기업에 양질의 일자리를 요구하는 투쟁에서 학생들이 분열하면 효과적이지 못하다. 또, 등록금 인하, 수업 질 개선 등 교육 환경 개선을 원한다면, 학교 당국과 정부에 맞서 본교와 분교 학생들이 모두 단결해 싸워야 승리를 얻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따라서 대학에서 활동하는 진보 활동가들은 일부 보수적 학생들이 주는 압력에 굴하지 말고, 다수 학생을 단결시킬 수 있는 요구를 내세워야 한다. 이것을 학생들에게 끈덕지고 차분하게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대학 서열화 자체를 폐지하도록 도전해야 한다. 대학 서열화는 계급 지배를 합리화하고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는 데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진행되는 본·분교 통합은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일부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이 본·분교 통합이 대학을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 걱정하는 건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본·분교 통합이 차별을 완화시키기보다 차별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번에 통합 승인을 받은 중앙대가 바로 그렇다. 중앙대는 본·분교를 통합하려고 안성캠퍼스의 경영경제계열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그리고 안성캠퍼스의 기존 재학생들은 학적이 변경되지 않으며, 서울캠퍼스 소속 학과로 전과하는 것도 여전히 제약 받는다. 즉, 내년에 안성캠퍼스로 입학하는 신입생은 본교생인데, 2학년 이상 선배들은 분교생인 상황이 됐다. 게다가 중앙대 당국은 서울캠퍼스에서도 가정교육과 폐과, 사범대 구조조정 등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본·분교 통합을 반대하지 않으면서, 구조조정과 차별 해소를 위해 본·분교 학생들이 단결해서 싸우는 것은 가능하다. 2006년 부산대에 통합된 밀양대 재학생들이 차별에 항의해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무기한 수업 거부에 들어가자, 부산대의 다함께 회원들을 비롯해 부산대 학생들이 밀양대 학생들의 투쟁에 연대한 바 있다. 같은 해 고려대와 고려대 병설 보건대가 통합되자, 고려대의 진보적 활동가들은 병설 보건대 학생들도 고려대 재학생과 동등하게 대우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싸웠다. 이 때문에 다함께 회원 등을 비롯해 일부 학생들은 출교라는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한국외국어대에서도 진보적 활동가들이 본·분교 차별 해소를 위해 학생들이 단결하자고 호소해야 향후 있을지 모를 구조조정에 효과적으로 맞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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