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점거 운동은 전 세계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아닌디야 바타차리야(영국의 사회주의자)는 이 운동이 어떻게 조직되고 있고, 그것이 이 운동의 정치에 관해 무엇을 말해 주는지 분석한다.


주코티 공원은 맨하탄 부동산 업계에서도 가장 값비싼 곳으로 손꼽힌다. 황당하리만치 부족한 상상력 덕분에 이곳의 이름은 공원을 소유한 기업 회장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러나 고작 한 달 사이에 이곳은 새로운 이름 ― ‘자유 공원’ ― 으로 더 유명해졌다.

이곳의 새 이름은 공원의 현 거주자들 ― ‘월가를 점거하라’ 운동 참가자들 ― 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이다. 그것은 은행, 기업 탐욕, 경제적 불의에 반대하는 급진적 저항 운동이다.

11월 2일 미국 오클랜드 노동자들이 ‘점거하라’ 운동에 연대해 역사적인 파업을 벌였다.

‘점거하라’ 운동은 평범한 미국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았고 미국 좌파에게 엄청난 활력을 줬다. 미국 전역 수백 곳에서 비슷한 점거가 나타났다.

‘점거하라’ 운동 참가자인 고등학생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체제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수많은 미국인이 지금 루이스와 똑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몰락과 함께 많은 사람이 실업, 주택 강제 몰수, 부채로 고통받았다. 그러나 부자들은 ‘과보호’를 받았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면서 분노했고 월가 점거 운동이라는 불꽃이 미국 전역을 휩쓰는 불길로 확산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시위 참가자와 지지자 들은 시위대를 금융가에서 몰아내려는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의 시도를 번번히 무산시켰다. 그들은 대량 체포를 자행하는 경찰의 반복적 공격을 견디며 공원을 사수했다.

주코티 공원 광장은 손수 제작한 팻말을 든 시위 참가자들로 둘러싸여 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자유지상주의적[국가 개입에 반대하는 정치 조류] 경향을 보인다. 그들은 헌법과 다양한 애국주의적 상징들을 인용한다. 이것은 미국 포퓰리스트 정치의 단골 손님들이다.

그러나 이 경향이 ‘점거하라’ 운동에서 특별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광장으로 좀더 깊숙이 들어가면 그들과는 완전히 다른 좀더 급진적인 정치 경향들을 볼 수 있다.

자유 광장은 크게 보아 기능별 ― 도서관, 스페인어 정보 마당, 노조 조합원 코너, 언론 지원 코너, 주방, 의료 지원 텐트 등 ― 로 분할돼 있다. 광장의 전반적 분위기는 바쁘면서도 차분하다. 버튼을 착용한 자원봉사자들은 이 운동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우려고 바삐 움직인다.

급진적

운동 참가자들은 매우 젊다. 광장의 시위대와 광장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다. 오늘날 미국 좌파의 근간을 구성하는 흰머리의 ‘베이비 부머’ 세대 사람들 ― 이들은 1960대와 1970년대 공민권 운동과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에 참가하며 급진화했다 ― 도 보이지만 이들은 소수다. 신세대가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점거하라’ 운동은 또 다른 의미에서 젊은 운동이다. 이 운동의 정치는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아나키스트, 여성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사상이 운동 내에서 서로 충돌하고 결합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견해의 사람들은 치열하게 논쟁하면서도 할 말은 반드시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단결했다.

월가 점령을 방문한 이집트 혁명가 "우리는 동일한 목표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이 운동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아직 소수라는 점을 잘 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대다수 평범한 미국인들에게 다가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의무감은 이 운동의 대표적 구호인 ‘우리는 99퍼센트다’에 잘 나타나 있다.

‘진출’을 강조하는 것은 특히 두 집단을 고려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다. 광장에서는 노조 티셔츠를 입은 노동자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점거하라’ 운동의 ‘노동 진출 위원회’에는 전통적인 노조 활동가들과 함께 투쟁을 벌이는 사회주의자와 급진적 조합원들이 관여하고 있다. 이것은 두 가지 효과를 낳았다. 하나는 노조에 가입한 노동계급이 ‘점거하라’ 운동에 연대를 보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계급이 좀더 급진적 전술을 사용하도록 자극을 준 것이다.

블룸버그 시장이 ‘환경 미화’ 명목으로 ‘점거하라’ 운동 참가자들을 광장에서 내쫓으려고 했을 때 노조들은 조합원들에게 출근길에 광장에 들러 운동에 대한 연대를 보여 주자고 호소했다. 그날 아침 2천 명이 광장을 둘러싸고 경찰의 진입을 막았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월가 점거 참가자와 노동자 사이의 연결은 이런 전술적 측면에만 한정돼야 하는가? 아니면 ‘점거하라’ 운동의 에너지를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확장해야 하는가?

이것은 운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다. 어떤 이는 ‘점거하라’ 운동의 조직과 전술이 전통적인 노조의 방식을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사회주의자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은 ‘점거하라’ 운동을 더 넓은 노동계급 운동을 일깨우는 세력으로, 그것의 노동 진출 위원회를 기층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포럼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민중의 마이크

노동 진출 위원회 모임은 복잡하고 변형된 형태의 ‘합의제’를 통해 운영된다. 이것의 장점은 심각한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덕분에 모임 진행 속도는 매우 느리다. ‘민중의 마이크’가 사용될 경우 더 느려진다.

민중의 마이크는 뉴욕 시의 법이 전원 앰프 시설 사용을 금지하기 때문에 개발된 것이다. 연설자들은 문장을 짧게 끊어 말한다. 주변 사람들은 연설자의 문장을 크게 반복해 말한다. 민중의 마이크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한 사례다.

이렇듯 ‘점거하라’ 운동의 ‘특이함’은 이유를 알고 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들을 무시하거나, 사회적 맥락이 다른 곳에서 그들을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이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의 다음 단계와 요구다. 내가 얘기를 나눈 시위 참가자들은 운동이 명확한 요구가 없는 것이 다른 운동에 진출해 자신을 설명하는 것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요구를 제기하면 운동의 폭이 좁아지거나 운동이 민주당이나 기타 ‘현상 유지’ 정치에 이용당할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월가 점거 현장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학생 부채 탕감, 주택 가압류 중단, 월가 금융 기구에 대한 엄격한 통제 등 운동 내에서 종종 날카로운 요구들이 제기된 것을 잘 알 것이다.

이런 구체적 요구들은 운동이 외부 사람들과 접촉하고 성장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또, 기성 체제가 이런 요구들을 저항 없이 쉽게 수용할 리도 없다.

월가 점거 운동은 미국 급진 정치의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판돈은 매우 크다. 전 세계 노동자와 민중은 세상을 바꿔야 한다. 월가 점령 운동은 세상에 도전하는 전 세계적 운동의 중요한 일부다.

우리는 99퍼센트인가?

‘우리는 99퍼센트다’라는 구호는 일각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이는 노동계급이 전체 인구의 99퍼센트일 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또 어떤 이는 지배계급이 1퍼센트보다는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구호의 핵심 의미를 놓친 것이다. 이 구호의 목표는 통계적으로 정확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구호가 강조하는 것은 압도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착취하고 약탈하는 소수의 사회 최상층에 반대해야 할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미국인은 사실상 노동계급에 속하더라도 자신을 ‘중간계급’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 구호는 이런 옛 논쟁을 초월해 99퍼센트가 1퍼센트 적에 맞선 투쟁에서 동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월가 점거 운동에서는 공통의 적에 대한 강조를 쉽게 볼 수 있다. 광장에 걸린 현수막들은 ‘우리는 미국’, ‘우리가 민중’과 같은 표현보다는 ‘1퍼센트가 우리 적이다’, ‘은행과 기업이 우리 적이다’와 같은 표현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또, 이런 구호들은 단순히 현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촉구하려는 것이다. 점거 참가자들은 행진하면서 “우리가 99퍼센트다, 당신도 99퍼센트다” 하고 외친다.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눈덩이처럼 커지는 운동에 참가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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