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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노동자들이 힘을 보여 주다

이 글은 10월 20일에 나왔다. 그리스 투쟁의 가장 최근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좌파들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싣는다.

아래는 이 글을 온라인 기사로 게재한 미국 좌파 매체 〈소셜리스트 워커〉의 소개 글이다. 

“중도 좌파 정당 그리스 사회당(PASOK)이 다수파인 그리스 의회가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악화시킬 2차 긴축안을 가결시키는 동안,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아우르는 그리스 양대 노총이 호소한 이틀간의 총파업이 그리스를 뒤흔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파업 첫날인 10월 19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청소부, 교사, 퇴역 군인, 변호사, 판사 등 모든 사람이 일손을 놓고 정부가 시행하는 임금삭감과 세금 인상에 항의했다.

“시위자들이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진압경찰과 충돌하는 동안, 게오르그 파판드레우 의 집권 여당 소속 의원들은 2차 긴축안을 10월 19일 1차 표결에서 통과시켰다. 2차 표결은 10월 20일에 통과될 예정이다. 이들은 그리스 경제를 부채 위기에서 구출할 구제금융을 더 받으려면 필요한 조처라 긴축안을 정당화했다. 긴축안에는 임금과 연금 삭감, 공공부문 노동자 수 천 명 해고 방안과 해고를 더 쉽게 만드는 단체교섭 규칙 수정안을 포함한다.

“사회주의자 단체 국제주의노동자좌파(DEA)의 회원인 파노스 페트로가 그리스 계급 투쟁이 최근에 어떻게 발전해 최근의 전투까지 이어졌는지를 설명한다.” 

유럽에서 경제 위기의 소용돌이가 걷잡을 수 없게 되고 “통제 가능”하든 그렇지 않든 그리스의 디폴트가 거의 확실해지면서, “누가 대가를 치를 것인가?” 하는 물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전의 모든 관측들은 세계경제 위기의 소용돌이에 쏠려 날아가 버리고, 그리스가 디폴트로 점점 더 다가서고 있고, 유로존 전체 그 다음은 세계경제가 위험한 상황에서 유럽 엘리트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유럽 자본의 대표들은 그리스 부채 위기를 해결할 새로운 방안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 유럽 대륙 지배자들의 “긴급” 회담은 더는 긴급한 상황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일상적으로 열린다.

그러나 최선책을 찾으려 하면서, 지배계급의 여러 분파들은 모두 한 가지에서는 합의를 이뤘다. 위기에 대응해 그들이 내놓았던 유일한 방식, 즉 노동자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 말이다.

위기의 심각성 때문에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 그리스 정부는 행동하라는 압박을 크게 받고 있고, 그렇게 해 왔다.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대폭 강화하면서 말이다.

온갖 혹독한 조처가 지금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 하나에 모두 들어 있다. 이 법안 하나에 공립학교 신규 교사 월급을 월 6백60유로로 삭감하는 공공부문 임금 삭감 추가 계획(약 월 9백 달러), 공공부문 대규모 해고 계획, 노동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추가 세금 인상 계획, 연수입 5천 유로까지 해 주던 세금 감면 요건 강화 계획, 기업에 대한 추가적 세금 감면 계획, 단체교섭권을 제약하는 노조규약 공격 계획이 포함된다.

지배계급은 밀실에서 긴축 정책에 관해 협상하고 정책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요소 하나를 계산에 넣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대중운동이다.

투쟁 확산

“우리는 너희의 위기에 대가를 치르지 않을 것이다” 하는 오래된 슬로건은 대다수 그리스 노동자의 구호가 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조짐은 이 구호가 실제 전쟁 구호가 되었다는 점이다. 노동 계급 운동은 지난 몇 주간 전쟁을 치렀다. 이 전쟁은 이번 주에 있을 48시간 총파업으로 향하면서 정부와의 대결을 심화시키고 있다.

노동자들의 전투성을 보여 주는 가장 두드러지는 예는 점거, 특히 정부 청사 점거를 무기로 사용하는 사례가 확산된 점이다. 여러 정부 부처의 노동자들이 연속적으로 청사 건물 장악했다. 지난 주에는 다른 중요한 정부 시설이나 공공수도회사 같은 공기업들도 점거했다. “바이러스”는 확산되고 있다. 아테네의 주요 병원 두 곳이 병원 직원들에게 점거됐다.

이 점거 물결은 매우 강력해서 우파 평론가들은 “이것은 국가에 맞선 혁명이다” 하고 주장했다. 물론 혁명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들의 반응을 보면 이런 형태의 투쟁이 일상화됐을 때 지배계급의 공포감이 어떨지 알 수 있다.

동시에 저항과 연대의 분위기도 자라고 있다. 고등학교 수백 곳이 점거됐다. 정부가 경찰을 보내 점거를 파괴하고 참가자들을 모두 체포하겠다고 학생들을 협박했을 때, 중등교육교사연합(FSET)은 경찰이 어떤 학교에라도 진입한다면 세 시간 파업을 선언하기로 했고, 학부모협회는 “우리 아이들에게 손대지 마라” 운동을 시작했다.

정부는 공립 병원 진료비에 추가 항목을 부가했지만, 병원을 점거한 의사와 간호사들은 인상액을 징수하기를 거부했다.

대학 교수들은 지난 달 학생 점거 물결을 일으킨 공공 교육에 관한 새 법 적용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전선(戰線)에서, 정부는 세금 인상액을 내지 않는 사람에게 전기를 끊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대응해서, 발전노조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발행하는 시설을 점거했다. 경찰이 노동자들을 쫓아내겠다고 하자, 긴박한 공지에도 수백 명이 점거를 지키기 위해 모였다.

점거는 끝났지만, 발전노조는 전기를 끊으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지방도시에서 한 단체는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하는 빈곤 가정에 전기를 다시 연결해주고 있다.

점거와 함께 다양한 부문에서 많은 파업이 있었다. 공공운수 노동자들은 택시 노동자와 함께 파업해 아테네를 멈췄고, 병원 직원들은 조업 중단과 집회를 여러 번 벌였다. 서로 다른 작업장의 파업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함께 모이기도 했다.

저항의 물결은 10월 5일 공공부문 파업으로 이어졌다. 공무원 노동자 수만 명이 일손을 멈췄다. 전체 공무원 노동자의 90퍼센트가 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 20년 동안 있었던 공공부문 시위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다양한 지역 노조의 현수막이 시위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파업 당일에, 몇 년 동안 이런 행동이 없었던 곳을 포함해 여러 작업장에서 피켓라인이 세워졌다.

시위는 규모가 컸을 뿐 아니라 매우 전투적이었다. 재정부 공무원처럼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던 노동자들마저 아나키스트들이 내세울 법한 급진적인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시위대를 잔인하게 공격했을 때, 아테네 중부 신타그마 광장 역의 지하철 노동자들은 인간 사슬이 돼 역으로 피신하는 사람들을 보호했다.

이런 시위들의 성공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고무해 점거와 시위를 이어갈 수 있게 했다.

"쓰레기 투쟁"

최근 투쟁의 중심은 지역 공무원 노동자들이다. 지역 공무원 노동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파업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행동은 공공 청소 노동자들의 행동인데, 그들은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다. 이 “쓰레기 투쟁”은, 정부가 이제껏 만나본 적이 없는 가장 격렬한 투쟁이다.

정부는 민간 하청업체들을 청소 작업에 대체투입하고 있고, 진압경찰은 아테네 중앙쓰레기매립장 점거를 파괴했다. 이에 맞서 노동조합은 더욱 강경하게 대처했다. 노동자들은 많은 지역 청사를 점거하고 청소차가 주차된 모든 차고를 피켓라인으로 봉쇄했다.

이를 통해 대체인력 투입을 막았다. 민간 하청업체가 여전히 거리에 있지만, 쓰레기 더미는 점점 더 늘어갔다. 피켓라인 밖에 있던 조합원들은 하청업체가 나타나는 거리를 차단했고, 많은 대체인력이 철수해야 했다.

중요한 것은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이런 노동조합 투쟁을 지지하거나, 심지어는 동네에 대체인력이 나타나면 스스로 대체인력 투입을 봉쇄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파업을 음해하는 악선동이 계속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동네의 쓰레기 더미보다 대체인력 투입을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다.

물론, 이런 지역적 행동들은 주민의회와 지역투쟁위원회가 없었다면 조직하기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이 단체들은 올해 초 광장 점거 물결이 전국을 휩쓸었던 “광장 운동” 와중에 생겨났다.

상황은 매우 격렬해서 민간 청소 차량들은 거리에 나설 때 경찰의 호위를 받을 정도다. 많은 민간 하청업체가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한다. 대다수는 매우 가난하고, 체류에 필요한 서류가 없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했고, 심지어 자신들이 파업 파괴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파업 파괴”를 빌미로 인종주의를 부추기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있다. 그리스의 많은 이주노동자 공동체는 파업을 지지하고 이주노동자들에게 대체 노동을 하지 말고 48시간 총파업 시위에 동참하자고 호소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매우 인상적인 사례가 있었다. 피켓라인이 대체 투입된 사람을 막고 경찰에게 민간 기업이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불법이니 그를 체포할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파업 노동자들이 체류 서류가 없는 이주노동자를 보호해 경찰이 체포하지 못하게 했다.

정부는 법원이 파업을 불법으로 판결하도록 만들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헌법의 여러 조항을 어기면서까지 말이다. 그러나 변호사들도 파업 중이었고, 변호사 노조가 재판을 거부해서 정부의 시도는 실패했다.

이처럼 이제 “사회민주주의’의 진정한 본질을 보여 주고 있는 사회당(PASOK) 정부의 국방부는 병사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할 계획이고, 내무부는 계엄령 하에서 지역 공무원 노동자들을 강제로 업무에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의 강경 대응은 두려움의 표시다. 정부가 느끼는 두려움은 더는 지역 공무원 노동자 파업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지역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파업을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점거, 피켓라인, 대체인력 투입 저지, 연대 건설, 마지막까지 계속되는 결연한 의지. 이런 요소들은 모든 작업장에서 적용할 수 있다.

이 모든 일들은 집권당에게는 진정한 악몽이다. 그래서 집권당은 이 파업을 분쇄해 전체 노동계급에게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정부 붕괴 가능성

그러나 그들은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리스의 양대노총 지도자들은 아래로부터의 거대한 압력에 밀려 10월 19일에 예정돼 있던 24시간 총파업을 19일과 20일에 걸친 48시간 파업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진행 중인 전투적 투쟁과 맞서 싸우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널리 확산된 상황에서, 이번 48시간 총파업은 과거에 있었던 전형적인 노조 투쟁들과는 다를 것이다. 파업의 규모와 전투성은 첫 번째 구제금융안이 통과된 2010년 5월 5일에 일어난 역사적인 총파업과 올해 봄 정부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던 대중 운동의 수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항만 노동자, 철도 노동자, 세무 공무원, 변호사, 지역 공무원 등 많은 부문의 노동자들은 48시간 파업 계획을 3~4일 파업으로 바꿔놓았다. 총파업을 전후로 파업을 조직하면서 말이다. 또 어떤 노동자들은 “준비 운동”으로 총파업 전날 시위와 점거를 조직하고 있다.

파업들이 점점 더 정치적이 되면서 정권 퇴진 요구가 떠오르고 있고 2차 긴축안이 10월 20일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상황에서 48시간 총파업은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투쟁이 되고 있다. 총파업을 앞둔 거리의 정서를 잘 표현한 구호는 이것이다. “우리 아니면 저들이다.”

정부는 깊은 위기에 빠져 있다. 사회당과 연계된 많은 노조활동가들은 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지역 지부들은 지도부의 지침을 비난하며 탈당을 검토하고 있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사회당의 인기는 사상 최저이다. 사회당 원내 대표단은 언론에 “신경쇠약에 걸린” 듯 묘사됐다. 가혹한 조처에 찬성하라고 당 지도부에 게 계속해서 강요당했으니 말이다.

한편, 총리 게오르그 파판드레우는 그리스 공화당 대표, 여당 내각, 언론 재벌, 우익 야당 지도자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정부의 붕괴 가능성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48시간 총파업 당일과 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이 상황은 급진좌파에게 엄청난 기회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당보다 왼쪽에 있는 세력의 표를 합하면 거의 30 퍼센트에 이른다. 가장 급진적인 좌파인 공산당과 좌파연합인 시리자(SYRIZA)와 안타르시아(ANTARSYA)의 표를 합하면 20퍼센트를 넘는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좌파들이 반드시 마주해야 할 엄청난 도전이기도 하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좌파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급진좌파 정당과 단체들은 협력하고, 이런 사회적 힘을 단결시키고, 사회당에 맞선 정치 투쟁을 이끌고, 파판드레우를 뒤이어 등장할 반노동자 정부에 맞선 저항을 단결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는, 거리, 공장, 학교, 즉 지배계급에 맞서 민중이 진정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대안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출처: 미국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