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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을 뒤흔드는 그리스 민중 투쟁
‘민중을 위한 디폴트’가 대안이다

그리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총리 파판드레우는 노동자 투쟁이 통제 불능한 수준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긴축안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시간을 벌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럽연합 지도자들, 특히 강대국인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은 이를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마치 거만한 식민 본국 정부가 해외 식민지 총독에게 명령을 내리듯이 파판드레우에게 국민투표 실시 결정을 철회할 것을 명령했다.

유럽연합 정부들이 말하는 이른바 ‘연대 정신’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파판드레우는 이 명령을 수용해 결정을 번복했다. 그는 최근 총리 신임 투표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그의 정치 생명이 끝난 것은 명백하다.

그는 ‘거국 내각’을 구성하고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층 노동자와 민중은 새로운 연립정권이 기존 정책을 지속하는 한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엄청난 정치 위기가 발생한 것은 유럽연합, IMF, 유럽중앙은행과 그리스 정부가 민중에게 강요한 긴축(내핍) 정책 때문이다. 그리스 국가 채무 문제는 2008년 전 세계적 위기가 발생한 뒤 세금이 줄고 그리스 정부가 부자들을 위해 금융권 부채를 대거 국가 부채로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럽연합, IMF, 유럽중앙은행과 그리스 정부는 평범한 그리스의 민중에게 위기 해결의 대가를 떠넘기기 위해 가혹한 긴축 정책을 시작했다. 전 세계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 재정 지출까지 대폭 줄이자 그리스 경제는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지금 그리스 상황은 2001년 아르헨티나 공황을 떠올리게 한다. 전기가 들어오는 집이 드물고 사람들은 밖에 모여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병원에는 약이 없고 학교에는 교과서가 없다. 지배자들의 ‘구제’ 정책은 그리스 민중을 죽이는 정책이었다.

10월 19~20일 그리스 총파업에 참여한 이주 노동자들 정부를 집어삼킬 정도로 투쟁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 노동자와 민중은 긴축이 시작된 지난 3년 동안 15차례가 넘는 총파업을 벌였다. 최근 긴축의 파국적 효과가 더 커지자 사람들의 분노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통적으로 10월 28일은 1940년 베니토 무솔리니의 침공을 물리친 것을 기념해 군사행진을 벌이는 국경일이다. 그러나 올해 그리스 민중은 도로를 점거하고 군사행진을 반정부 시위로 바꿔 버렸다. 그리스 대통령은 연단에서 경례를 받을 준비를 하다가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다른 도시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관료들은 성난 군중에 쫓겨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민중을 위한 디폴트

이제 대안을 둘러싼 논쟁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스의 반자본주의 좌파는 “아래로부터의 디폴트” 또는 “민중을 위한 디폴트”를 주장한다. 정부의 디폴트와 민중 디폴트는 밤과 낮처럼 다르다.

노동자들이 주도해서 부채를 탕감한다면 은행은 고통을 겪겠지만 노동자들은 혜택을 얻을 것이다.

은행과 투기꾼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을 멈춘다면, 학교나 병원을 폐쇄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임금과 연금을 삭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부채를 청산하고 지급을 거절한다면 금융 시스템에 커다란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민중을 위한 디폴트가 은행에 대한 노동자 통제와 밀접히 연결돼야 하는 이유다.

은행 노동자들은 부자들이 자본을 해외의 조세 천국으로 빼돌리는 것, 즉 경제를 망칠 행위를 하는 것을 막을 힘이 있다. 은행 노동자들은 은행들이 모기지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집을 회수하는 것을 막을 힘도 있다.

이는 백일몽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이미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내는 중앙 컴퓨터실을 점거하기로 결정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실업자들이 요금을 지불하지 못하더라도 전기를 끊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스 좌파는 이런 선제적 행동들을 방어하고 일반화하려고 분투하고 있다.

물론 유럽 지배자들은 그리스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이런 길을 간다면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다.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쫓겨날 것이고 투기꾼들은 그리스 경제를 공격할 것이다. 따라서 유럽 전역 모든 노동자들의 연대가 중요하다.

그리스 투쟁은 은행들의 탐욕이 아니라 인간 필요를 우선순위에 두는 세계로 향할 문을 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11월 17일 또 다른 긴축안 통과 기도에 반대하는 파업 투쟁을 벌일 것이다. 미친 체제의 논리에 맞선 그리스 노동자 투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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