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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규 금속노조 전 비정규실장 기고:
“지금 당장 비준 무효 명박퇴진 투쟁에 나서자”

이 글은 금속노조 전 비정규실장인 박점규 동지가 여러 진보매체에 기고한 글이다. 박점규 동지는 한미FTA 날치기 후 진보진영과 민주노총이 전면적인 투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한국의 재벌과 부자들을 위한 협정, 한미 FTA가 날치기로 통과됐다. 날치기 범죄를 벌인 한나라당은 주도면밀했고, 야당은 짜고 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지리멸렬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제 다 끝난 것 아니냐고 체념에 빠져있을 때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외쳤다. 트윗과 SNS로 날치기 소식을 전해들은 5천여 명이 서울 도로를 '점령'해 물대포에 맞서 싸웠고,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도 저항이 시작됐다.

내년 총선까지 기다려 낙선운동?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19대 국회에서 한미 FTA를 재협상하겠다”고 했고,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날치기에 동참한 의원들을 내년 총선에서 전원 낙선시키기 위한 전면적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분노한 시민들에게 내년 4월 총선까지 참고 기다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을 찍으면 된다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비준 무효와 이명박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야 한다.

전경련과 경총 등 자본가 단체들이 날치기 통과 즉시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은 한미 FTA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동자 서민을 고통의 벼랑으로 떨어뜨리는 한미 FTA를 막아내겠다는 것이 야권 연합을 위한 제스처가 아니라 진심이었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싸워야 한다.

2009년 7월 23일 미디어악법이 통과된 직후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국민들께서 저에게 부여해 주신 헌법기관으로서의 권능을 국민 여러분들께 반납하고자 한다”며 의원직을 사퇴하고 투쟁을 벌였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과 조승수 무소속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민주당에게 국회의원 총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장외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한미 FTA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구속을 각오한 싸움을 해야 한다. 한미 FTA를 추진한 민주당, 국민참여당에 그 원죄를 갚기 위해 거리로 나와 싸우라고 요구해야 한다.

국회의원 의원직 사퇴 무기한 장외투쟁으로

1996년 12월 26일 새벽 김영삼 정권의 노동법,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에 맞서 당시 민주노총은 3개월 동안 총파업을 벌였고, 법안을 철회시켰다.

2006년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하는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 악법에 맞서 금속을 중심으로 민주노총은 10여 차례의 정치 총파업을 벌였다. 그 해 11월 30일 본회의에서 악법이 통과되자, 노동자들은 12월 1일 4시간 파업을 벌인 후 국회 앞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싸웠다.

2007년 4월 금속노조는 노무현 정권의 한미 FTA 협상에 맞서 6월말 일주일간의 총파업을 결정했다. 금속노조 당시 정갑득 위원장이 반대했지만, 대의원들은 허세욱 열사의 죽음을 외면할 수 없다며 파업을 가결시켰다.

당시 노무현 정권과 자본은 금속노조의 파업에 대해 자동차산업에 유리하다며 “굴러들어온 밥상을 걷어찬다”고 비난했지만, 금속노조는 “독이 든 밥상을 받을 수 없다”며 현대차 기아차 등 12만 명이 파업을 성사시켰다. 파업에 대한 탄압으로 금속노조 20여 명의 지도부가 감옥을 가야 했다.

한미 FTA를 막기 위한 투쟁에 노동운동은?

2007년 6월 금속노조 총파업 이후 2011년 11월 22일 국회 날치기 처리 때까지 4년 동안 노동운동은 한미 FTA를 막아내기 위해 조직의 힘을 쏟지 않았다. 한미 FTA를 막기 위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차원의 잔업, 특근거부는 논의조차 된 적이 없었고, 그 흔한 전 간부 결의대회도 없었다.

한미 FTA가 날치기 통과되던 22일 열린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 안건에는 한미 FTA와 관련된 논의가 전혀 없었고, 2012년 사업계획에는 국제사업에 올라와있는 “FTA WTO 대응”이라는 글자가 전부였다.

“현대, 기아차, 철도노조 등 주요 노조에서 파업을 할 수 있느냐? 괜히 ‘뻥파업’을 결의하지 말자.”

그동안 민주노총의 수많은 회의에서 얘기된 내용이다. 물론 파업을 만들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체념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다 끝났다고, 노동조합 사업계획이나 논의하자고 한다면, 노동운동이 아니다.

2008년 5월 2일 청계천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6월10일 1백만 촛불항쟁으로 이어지면서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미국산쇠고기 운행 거부를 선언하며 파업을 벌였고,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 6월 9일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이 150일이 넘도록 85호 크레인에서 외롭게 농성하고 있을 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무기력했지만 시민들과 ‘날라리 외부세력’이 모여 1차 희망버스를 성공시켰다.

노동자 시민들의 분노와 열정은 7월 11일 열 배가 넘는 193대의 2차 희망버스, 7월30일 휴가기간을 정면 돌파한 3차 희망버스로 이어졌고, 결국 성과 있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노동자와 시민들의 열정과 역동성을 믿고 싸운다면 불가능한 요구도 가능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해 왔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긴급 회의를 열고, 금속노조는 24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와 12월 5일 대의원대회에서 한미 FTA를 무효화시키고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한 투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한미 FTA는 1천5백만 노동자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