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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가 미국에 굴복한 이유

리비아가 미국에 굴복한 이유

김용욱

지난해 12월 19일 리비아가 핵무기 개발 계획을 시인하고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와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동시에 비슷한 내용의 사설을 발표했다.

“아직도 부시와 블레어의 전진 전략의 현명함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리비아의 발표를 접하고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카다피의 결정은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추구가 더는 용인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진 데 따른 것이다.”

리비아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리비아가 2003년 3월에 다급하게 영국에 접근한 것은 이라크 전쟁의 불똥이 자국으로 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리비아는 사실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미국과 서방에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리비아는 1992∼95년 영국에게 아일랜드공화국군(IRA)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고, 카다피는 클린턴을 “좋은 사람”이라고 칭송하면서 미국 기업들을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초대했다. 1999년에는 팬암 항공기 격추 사건 피해자 가족들에게 3천만 달러씩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UN이 해제를 결의했는데도 경제 제재를 계속 유지했다.

위기

리비아는 오랫동안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공식 실업률은 10퍼센트이지만 실질 실업률은 30퍼센트에 달한다. 또, 카다피 정부는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정치 위기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관계가 완화되고 경제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과도한 국방비 부담과 불안정성 때문에 경제를 재편하기가 힘들 것이다.

리비아가 오랫동안 미국과 관계 개선을 바란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선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 발표 시점은 전적으로 미국과 영국의 필요에 따라 정해졌다. 두 나라 정부는 후세인 체포 이후의 정치 공세를 이어 갈 소재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것은 리비아 측의 선언문에 암시돼 있다.

“무하마드 카다피는…이라크와 다른 곳의 상황 때문에 발표 시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금 발표하기를 강력히 권해서 이 소식을 발표한다.”

리비아는 부시와 블레어가 조만간 리비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자신을 실컷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막상 제재를 풀지 않을까 봐 경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