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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고려대 총학생회장 후보 인터뷰:
“99%의 역습으로 학교와 세상을 바꿉시다”

 올해 대학 총학생회 선거 곳곳에서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반자본주의 운동의 활력을 담은 주장이 펼쳐지고 있다.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국민대 등에서 월가 점령 시위의 주요한 구호였던 “99%의 역습”을 선거 모토로 건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나왔다. 이들은 “1%를 위해 99%가 희생되는 세상, 바꿔야 한다”, “우리들의 행동과 연대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학생들의 저항을 호소했다.
특히 고려대 “1퍼센트에 맞선 99%의 역습”(이하 “99%의 역습”) 선본은 총학생회장 후보로 “고대녀”로 잘 알려진 김지윤 학생이 출마했다. 김지윤 씨는 고려대 당국의 출교와 정부의 탄압 등에 맞서 꿋꿋히 싸워 왔다. 특히 촛불 운동과 여러 사회운동에서 활력있는 연설을 해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11월 26일 한미FTA 반대 집회에 나온 김지윤 씨를 인터뷰 했다.

김지윤 씨는 이번 선거에서 “학생들에게 행동을 촉구하고 저항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메세지를 강력하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11월 19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국회비준 날치기 저지 촛불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김지윤 총학생회장 후보 ⓒ이윤선

“지금 하버드 대학의 학생들이 멘큐 교수의 수업을 거부하고 월가 점령 시위에 나오고 있습니다. 주류 이데올로기가 파산하고 있습니다. 미국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유로존도 심각한 위기입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저항도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랍에서 혁명이, 미국에서 점령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월가 점령 시위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학내 점령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칠레 대학생들이 거리 시위를 벌이는 등 세계 대학생들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희망버스와 10·26 재보선 선거에서 드러났듯 변화의 열망이 큽니다. 올해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 서울대 법인화 문제 등에서 저항을 벌였고, 이런 가능성을 더 키울 때입니다.”

팍팍한 삶

김지윤 씨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무언가를 꿈꿀 수도 없는 팍팍한 삶”을 사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지금 등록금·생활비·일자리·불안한 미래 때문에 고통받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제가 만난 친구는 1학년인데, 학비는 부모님이 내시지만 생활비는 그럴 수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주말도 없이 매일 해요. 치킨·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매일 밤까지 일하고 나면 다음날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잔 적도 있데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겪으며 이러다가 또 군대 갔다 오면 취업 준비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갈 꺼고. 어찌어찌해서 취업을 하더라도 해고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살다가 죽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벌써부터 한다는 거에요. 이제 새내기인데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내가 원하는 게 아니고, 학점이나 잘 따야지 하는 생각에 학교에서 경쟁이 심해 집니다. 경쟁 압박이 사람들의 삶을 불안하고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몇년 전보다 많이 느껴집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생들의 저항이 필요합니다.

“올해 고려대 선거에서도 비운동권 학생회가 나왔는데요. 학생회가 문제와 불만을 비켜가면서 소소한 복지 공약만 말해서는 안됩니다. 학생회는 학생들이 겪는 진정한 불만과 문제점들이 뭐고,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등록금·주거비·기숙사비·경쟁교육과 같이 학생들이 겪는 문제들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문제에서 비롯합니다. 계속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위기의 책임을 지는 것은 언제나 99퍼센트 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십억 원짜리 사저를 사들이고, 누군가는 1억짜리 피부관리를 받는 동안, 쌍용차 노동자는 8백만 원 빚을 지고 자살을 택했습니다. 한 대학생은 등록금을 벌겠다고 알바를 하다 냉동창고에서 싸늘하게 죽어갔습니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려면 공동으로 저항에 나서는 게 중요합니다.

“희망의 버스 김진숙 씨가 보여 준 것처럼 경제위기 시기에도 끈질기게 싸우고, 연대를 건설하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선거에서도 김진숙 씨 사진을 굉장히 크게 넣었어요. 그런 교훈을 가지고 싸우는 것, 그리고 반짝 싸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팍에서 끈질기게 싸우는 것, 이 두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윤 씨는 학생회 선거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태도도 중요한 논점이라고 지적했다. “총선과 대선에서 누구를 뽑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선거로 투쟁을 환원해 버리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출마한 ‘진짜고대’라는 선본은 총선과 대선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1, 2월에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해 등록금을 인하시키고, 그 다음에는 사회적인 반값 등록금 투쟁을 위해 비상학생총회를 열고, 총·대선에서 반값 등록금 후보를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자고 합니다.

“그러나 시립대 반값 등록금이 가능했던 것은 학내·외에서 싸워 온 결과물입니다.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할 수 있었던 것도 2008년 거대한 촛불 운동 등이 만든 대중의식의 급진화와 연결돼 있죠.

“단지 선거만 수동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에서 진보적인 사람이 당선되기 위해서도 대중운동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스스로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총학생회는 한미FTA 촛불이 벌어지는 것처럼 저항의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투쟁을 이끌려는 태도

또 “학생회가 쉽사리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뚝심있게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총학생회가 모든 학생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식으로 우유부단하게 흔들려서는 안 되고, 투쟁하려는 학생들을 대변해 투쟁을 이끌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쟁을 하겠다며 나온 총학생회가 투쟁을 잘 이끌지 못하면, 비운동권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올해 총학생회 선거에서 반사이익을 노리고 비운동권이 두 팀이나 출마했다”고 말했다.

“올해 고려대 총학생회는 ‘운동권’이 이끌었지만 민감한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등록금을 2.9퍼센트 인상한 학교에 맞서 올해 초에 6년 만에 비상총회가 성사가 됐어요. 학생총회에서 점거 농성이 가결이 됐지만, 총학생회는 점거 투쟁을 일관되고, 뚝심있게, 대중적으로 벌여나가는 것을 사실상 회피했습니다. 총회에서 결정된 학생들의 뜻을 일관되게 대변해 싸우기 보다는 비운동권 단과대 학생회들이 점거농성에 반대하는 것에 쉽사리 타협했습니다.

“의대생 성추행 문제가 있었을 때도 상당기간 침묵했죠. 그래서 학생들이 원성이 자자할 정도였어요. 미화노동자 투쟁에 연대했지만 교육 투쟁과 미화노동자 투쟁을 연결하는 것도 다함께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제기해서 된 것이었고요.”

“진보적인 학생회는 학생회로 모든 것을 환원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니라 실제로 투쟁하려는 학생들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급진화

“이제는 모든 선본이 정치적인 성향을 가리지 않고 등록금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소위 말하는 비권들도 복지만 말해서는 학생들에게 만족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이제까지 학생들과 시민 사회 진영에서 벌인 운동의 성과라고 생각해요.

“올해 미화노동자 투쟁에 보여 준 학생들의 지지를 봐도 학생들이 비정규직, 최저임금 문제 등 여러 문제들에 관심과 지지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등록금, 청년실업, 비정규직, 저질일자리와 같은 고통을 벗어나길 원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운동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 반대라는 중요한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건설해야 합니다.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것을 학생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또 지금 벌어지는 한미FTA 반대 투쟁, 반자본주의운동에 적극 참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희 선본은 이름도 그렇고 그 안의 내용도 반자본주의적 색체가 드러납니다. 전세계적 급진화와 저항의 분위기를 한껏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