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한미FTA 반대 집회에서 손학규가 발언에 나섰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야유를 퍼부었고 “사퇴해” 하며 구호를 외쳤다. 날치기 전까지 계속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무기력하게 날치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11월 26일 한미FTA 폐기 촛불 집회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손학규 대표는 참가자들의 야유로 한동안 발언을 잇지 못했다. 

“민주당의 약속을 누가 믿을 것인가? 민주당은 한미FTA를 체결한 정권을 계승한 당이다. 또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과 ‘선 비준 후 ISD 협상’이라는 문서에 서명까지 했다. 계속 후퇴해 한나라당에게 강행 처리 비준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은 제대로 된 반대 투쟁 한 번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한미FTA를 통과시켰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김진표 원내대표를 유임시켰다.”(우석균 한미FTA범국본 정책자문위원)

비록 정동영·천정배 등은 한미FTA 반대 투쟁을 선동했지만 민주당 의원 대다수는 반대하는 시늉만 했다.

이런 민주당의 동요와 분열이 날치기에 길을 열어 줬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도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에 명분을 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동요와 분열

날치기 이후에도 민주당의 동요는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푼이라도 예산을 따내고 싶어 … 날치기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원외투쟁론’과 ‘원내복귀론’으로 나뉘고 있다.”(〈한겨레〉) 박지원은 “국회에서 투쟁하는 것이 가장 강력”하다며 운을 떼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 다수가 참여정부 때 한미FTA를 추진한 장본인들이니 사실 놀랄 것도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 첩자’ 김진표는 경제부총리와 장관까지 지낸 참여정부와 민주당의 핵심 인사다. 게다가 손학규는 “한나라당서 파견되신 분”(공지영)이다. 안희정, 송영길 등은 대놓고 ISD까지 옹호했다. 따라서 문제는 일부 협상파가 아니라 민주당의 정체성이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고 ‘99퍼센트’의 눈치를 보지만, 그 당의 계급적 기반과 정책은 ‘1퍼센트’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한미FTA를 진정으로 반대할 수 없다.

따라서 민주당을 운동에서 내칠 필요는 없지만, 결코 민주당을 신뢰하거나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주도권을 쥐게 해서도 안 된다. 좌파는 민주당이 함께하고 있다는 이유로 운동에 손을 떼지도 말아야 하고, 민주당을 추수하며 방향을 잃어서도 안 된다. 투쟁 속에 개입하면서 운동의 성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