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 다녀왔다. 성소수자 당원으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주장을 하고자 했지만 찬성 토론자와 숫자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가 집권 말기에 제출한 차별금지법안은 기독교 우파들의 호모포비아 공세에 그냥 밀려나고 말았다. 지금까지도 우파들은 ‘동성애차별금지법’ 만들면 온 나라가 동성애자 소굴이 된다고 떠들고 있지만, 당시 여권의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관심도 없었고 오히려 기독교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까 봐 눈치를 봤다.  

올해 6월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강령 후퇴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성소수자 당원들 

민주노동당은 소수파였지만 확고하게 성소수자의 편이었다.

지금, 서울시의회는 서울학생인권조례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조례도 여지없이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을 빼야 한다는 기독교 우파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서울시의회에서 우리 편이 돼 줄 거라고 생각했던 의원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기독교 우파들이 학생인권조례 찬성하면 다음 선거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하는 통에 부담스럽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당 이념의 문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자신이 만들겠다는 통합정당이 이런 혼란과 눈치보기를 거듭하는 당의 정치인들에게 어떤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의 결정과 행동에 어떤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나는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이 지난 10여 년간 소중하게 지켜 온 진성당원제와 당내민주주의가 훼손됐다는 생각에 몹시 참담하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원칙들이 지켜지는 한 나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동지들이 생기고, 소수의 의지대로 당을 쥐락펴락하지 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소수자의 주장을 과감히 펼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죄락펴락

이건 성소수자에게 정말 실질적인 문제다. 지금까지 진보정당들이 그 안에서 수많은 논쟁과 토론을 거쳐 만들어 온, ‘실질적으로’ 소수자를 존중하는 여러 제도들과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싸운 역사는 통합한다고 절로 이관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정권이 보여 준 소수자 관련 법안에 대한 미온적이고 무기력한 태도를 보건대 나는 국민참여당과 함께할 수 없으며,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올곧게 지키는 것이 성소수자에게도 도움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2007년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소수자를 간단히 삭제한 참여정부의 옛 관료들이 어떻게 성소수자의 동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그 문제에 대해 해명한 적 있던가? 이정희 대표는, 당 지도부는, 이 통합안을 찬성한 대의원 동지들은 그러한 것들이 한 번도 목구멍에 걸려보지 않았단 말인가?

성소수자 당원들은 이미 지난여름 당대회에서 사회주의 강령을 당이 포기할 때 비슷한 주장을 했던 적이 있다. 소수자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눈치보기 때문에 누락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를 혐오하는 순간에조차 우리를 방어하고 맞서 싸울 이념을 가진 정당이 필요하다. 심지어 그 정당 안에서 여전히 우리를 혐오 어린 시선으로 보는 일부가 있을지라도 말이다. 

국민참여당 통합안 승인을 알리는 환호 속에서 씁쓸함을 감출 길 없었지만, 앞으로 우리는 위와 같은 주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