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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운 민주노동당 고문 구속 문제에 대한 당의 처리 방식

강태운 민주노동당 고문 구속 문제에 대한 당의 처리 방식

지난 12월 18일 민주노동당 5차 중앙위원회 회의는 강태운 민주노동당 고문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됐을 당시 민주노동당이 발표한 성명서 문제를 논의했다.

논란이 된 성명서 구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강 고문에게 적용한 혐의가 그 동안 폐지 여부로 논란이 되어 온 국가보안법상의 회합, 통신죄이기 때문에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과 함께 범죄의 성립 요건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고문의 활동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민주노동당은 고문직 해촉과 당적 박탈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아울러 밝힌다.”

중앙위원회 회의 때 이종문 중앙위원 안건 대표 발의자를 비롯한 몇 명의 중앙위원들이 성명서 내용을 비판했다. “이런 언급은 국가보안법을 인정하는 것이다.”, “공안 기관의 눈치를 보는 신중하지 못한 성명[이다].”, “[의장은] 오해를 했다면 잘못이라고 했지만 그게 정말 오해인가?”

그러나 권영길 대표는 “과도한 실수”라고 말하면서도 성명서 내용을 뒤집을 만한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논의를 지속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할 뿐 아니라 심지어 막으려 했다.

고문직 해촉이나 위촉이 당의 고유 권한인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만약 민주노동당이 북한 정부를 노동자와 피억압 민중이 타도해야 할 정부로 규정하는 혁명적 사회주의 강령을 가졌다면 고문직 해촉은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그런 강령을 가진 당에서라면 노동자를 착취하고 민중을 억압하는 정부와 접촉하는 것은 정치적 비판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모를 사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그런 강령을 가진 정당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에는 여러 정치 경향이 있는데 특히 북한 정부에 관해 분명한 정치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강태운 씨 고문직 해촉은 부적절한 조치다.

결국 성명서 구절은 강태운 고문이 남한 정부의 실정법을 어겼음을 핵심 문제로 삼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성명서를 문제 삼은 한 중앙위원의 다음과 같은 물음은 정당하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국가보안법을 부정하고 전면 폐지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실정법으로서 일부분 인정하고 존치할 점이 있다는 것인가?”(‘강태운 고문 구속에 대한 당 방침 처리의 건’으로 제출된 문서)

득표 전략

권영길 대표는 “국가보안법에 반대하지만 당 공식 기구를 통하지 않고 북측 인사와 통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북한 정부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공식 입장 자체가 분명히 합의된 바 없는 상태에서 당 공식 기구를 통했느냐 마느냐를 주된 근거로 삼는 것은 관료주의다.

더군다나 당적 박탈은 당원에 대한 가장 높은 수준의 처벌이다. 북한 정부를 착취 체제에 봉사하는 정부라고 여기는 정당일지라도 그런 이유로 당적을 박탈하기까지 하는 것은 쉽게 내리기 힘든 조치다.

게다가 강태운 고문의 대북 접촉에 관한 사실 여부가 아직 분명히 판가름나지도 않은 판에, 민주노동당의 성명서에 이런 최고 수준의 처벌을 시사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만약 위와 같은 성명서가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한 ‘득표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면 당 중앙이 선거를 의식해 투쟁보다 정치적 명망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불길한 징조다.

권영길 대표가 현 국정원장 고영구가 민주노동당 전신인 국민승리 21의 공동대표였다는 이유로 “그를 개인적으로 믿는다”고 한 것은 충격이었다.

권영길 대표는 “국정원의 수사 체계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국정원장이 “[강태운 고문 사건으로] 민주노동당에 타격을 주지 않으려고 한 생각을 믿는다”고 말했다.

권영길 대표는 “국가보안법에는 반대한다”고 분명히 말했지만, “자유스럽게 만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악법은 법을 어겨서 깨뜨리자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토론을 통해 판정할 사항이지, 정부가 경찰력으로 강제할 사항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 점부터 분명히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