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본 노동 NGO인 포세(POSSE)와 다함께가 진행한 노동자대회 맞이 토론회에서 포세 활동가 이와하시 마코토가 발표한 내용이다. 포세는 일본 청년들의 실직과 비정규직화 등에 맞서 활동하는 단체로, 수년 전부터 한국 노동자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올해 3월 11일에 발생한 일본 대지진과 이후 핵 참사로 말미암아 일본 동북부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지진과 쓰나미로 말미암은 사망·실종자는 약 2만 명에 이른다. 건물은 27만 호가량이나 파손됐다. 또 방사성 물질은 전국에서 검출되고 있다. 지금도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반경 20킬로미터는 출입금지 구역이다.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매우 군색하다. 정부는 후쿠시마에서 지금도 연간 20밀리시버트의 피폭을 용인하고 있다. 또 식료품에도 국제 기준보다 훨씬 낮은 기준을 적용한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는 도쿄전력은 핵발전소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배상액을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쿄전력이 사고의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포세는 2009년부터 미야기 현 센다이 시에 지부를 건설해 활동해 왔는데, 이곳도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센다이 시는 동북지역에 있고 1백만 명이 사는데, 이곳 연안부는 모든 주택이 쓰나미에 쓸려 갔고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대피소에서 생활해야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 8월에 모두 폐쇄되자 이재민들은 가설주택이나 ‘미나시 가설주택’[정부가 마련한 가설주택이 부족해 이재민이 직접 민간 임대주택을 임대할 경우 지자체가 임대료를 보조해 주는 제도]에서 생활하고 있다. 

당시 이들의 아주 끔찍했던 대피소 생활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됐다. 이들은 학교 체육관에서 얇은 판자 한 장으로 나뉜 공간에서 사생활도 보호받지 못하고 생활해야 했다. 한편 대피소로 옮길 수조차 없었던 이재민들도 많았는데, 이들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정보도 받지 못한 채 수 개월 동안 무너진 집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이재민들

가설주택에 입주한 이재민들의 생활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가설주택 입주자들은 임대료를 제외한 수도·전기·가스 요금 등을 전액 부담해야 하고 대피소에서는 무상으로 지원받았던 식량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쓰나미나 지진으로 집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다. 한 신문사의 조사를 보면 이재민의 70퍼센트가 지진 이후 수입이 전혀 없거나 줄었다. 게다가 이런 가설주택조차 2년이 지나면 철거된다. 2년 후에 이재민들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일본 정부는 “창조적 재건”을 하겠다고 말한다. 재해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인데, 1995년 고베 대지진 때 처음으로 사용된 말이다. 당시 “창조적 재건”이라는 미명 아래 이재민들의 주택 재건이나 생활을 위한 복구는 뒷전으로 밀리고 공항 건설 등 기업들을 위한 시설 정비가 우선시됐다. 

이번에도 정부는 다국적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우선하고 있다. 정부는 ‘재건 특구’를 설치해 기업 규제 완화, 세금 감면을 추진하고, 피해를 입은 어항[漁港]과 농지를 민간자본이 대규모로 소유할 수 있도록 투자 규제를 완화하려 한다. 

한편 사람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대책은 경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이나 생활보호 같은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정부가 “자립”했다고 판단한 가설주택 입주자는 지금까지 받아 온 모든 지원이 중단된다. 

이번 재해로 지금까지 일본에 존재하던 모순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현재 재해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빈곤 문제는 일본 사회의 사회보장이 미비한 데서 기인한다. 빈곤 문제가 대규모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생활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 주거권 확립이나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세가 센다이 시에서 벌이고 있는 복구 지원 활동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원 활동의 첫째 목적은 재해지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일본 사회 전체를 포괄하는 문제라는 인식을 확대하고 이를 쟁점화하는 것이다. 

둘째 목적은 “창조적 재건”이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저항하는 축을 형성하는 것이다. 지금이 일본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재해로 사람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우리는 사람들의 생존이냐, 아니면 정부와 다국적기업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활동이냐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재해 지역 주민들의 편에 선 지원 활동으로 신자유주의적인 복구 재건을 막고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야 할 것이다. 

지진은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 사회는 지금까지도 여러 문제들이 개인의 책임이라는 정서가 강하다. 

그러나 이번 재해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으로 빈곤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났다. 바로 이재민들이다. 그들의 빈곤은 단순히 지진 피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양산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재민들의 문제를 시작으로 생활 보장을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