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2월 18일은 UN이 정한 ‘세계이주민의 날’이다. 1990년 UN이 제정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협약’은 2003년 발효됐으나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거의 모든 ‘선진국’들은 이 협약을 이행하기는커녕 비준도 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계속 체류 외국인 수가 늘고 있다. 현재 체류 외국인이 1백40만 명을 넘었고 약 1백만 명이 장기 거주하는 이주민들이다. 이들 중 약 70만 명 이상이 이주노동자고 결혼 이주민도 15만 명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의 처지나 권리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직장을 마음대로 옮기지 못하고 툭하면 비자를 박탈당해 미등록 처지로 내몰린다. 단속·추방도 여전히 되풀이되며 이 과정에서 사망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이주노조는 여전히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주노조 간부들은 정부의 표적이 돼 왔다. 외국인 범죄를 의도적으로 부풀리고 왜곡해 외국인 지문날인 제도 부활 등 통제를 강화했다. 

또 정부는 결혼 이주자들의 ‘사회 통합’이 중요하다며 되레 귀화 절차와 심사를 강화했다. 심지어 이른바 ‘공산권’ 국가 출신 이민자들에게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다는 서약까지 요구한다. 

얼마 전 필자는 서울출입국관리소 민원실에서 베트남 아내와 함께 온 남편이 “아내가 귀화 심사 때 애국가 2절을 부르지 못해 떨어졌다. 그런데 나도 애국가 2절을 모른다”고 하소연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내가 옆에서 보기 딱해서 말을 붙이자 그 남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번에는 광복절이 무슨 날이냐는 질문에 답을 못해 떨어졌다”고 했다. 

한국이 난민 협약을 비준한 지 20년이 다 돼 가지만, 난민 신청자 3천6백82명 중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고작 2백53명에 그친다. 

위선

이런 현실은 그동안 정부가 내세워 온 ‘다문화 환경 조성’과는 거리가 한참 멀 뿐 아니라 다문화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다. 

여러 해 동안 한국 내 이주민들과 여러 이주·인권 단체들이 점점 더 나빠지는 이주 정책을 규탄하며 정부에 이 협약 비준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 첨병 정부답게 이민 정책에도 서열과 차별을 강화해 왔고,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이주민과 그렇지 않은 이주민으로 이간질까지 하고 있다. 가난한 국가 출신 유색인 이민자들은 날로 높아지는 규제 장벽을 실감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주민의 날은 모든 이주민들이 함께 기뻐하며 기념하는 날이지만 동시에 차별을 규탄하며 투쟁하는 날이기도 했다. 이날 이주민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자유로운 노동 보장, 결혼 이민자와 난민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거리 행진을 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집회 한 번 열기가 쉽지 않았는데, 올해는 이주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활력적인 행진을 하기로 결정했다. 몇 달 전부터 이주노조가 주축이 돼 여러 이주노동자 공동체들과 이 집회의 요구, 프로그램, 재정 등을 마련하며 준비를 해 왔다. 

미셸 이주노조 위원장은 ‘세계 이주민의 날’은 “한국 사회에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기여를 보여 줄 기회입니다. 우리는 이 사회의 일부이며 한국인과 이주민 사이에 더 나은 이해를 증진해야 합니다” 하고 이주자들의 참가를 호소했다. 또 “이날은 단속추방 반대, 고용허가 기간 연장, 이주 아동과 다문화 가족을 위한 사회보장, 차별·성차별  반대, 노동자이자 인간으로서 권리 보호 등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런 이주민들의 목소리에 화답하는 한국인들도 함께 집회에 참가해 연대와 우애를 다지자. 

2011 세계 이주민의 날 기념 대회

일시: 20111년 12월 18일 (일) 오후 2시

장소: 서울 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