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 태평양 순방 과정을 이 지역에서 미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했다. 표적은 중국이었다. 오바마는 중국을 배제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선언했고 중국을 겨냥해 호주에 해병대를 배치했고, 중국이 공개석상에서 논의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한 남중국해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 외교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중국 고위 관료들이 허를 찔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지배자들이 미국의 노골적 태도에 놀랐을 수는 있지만 허를 찔린 것은 아니다. 이번이 미국 정부가 아시아에서 중국 정부를 자극한 첫 사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오바마는 당선 직후부터 미국이 전통적인 아시아 태평양 국가임을 강조하면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부터 센카쿠/댜오위다오 갈등과 남중국해 긴장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의 중요한 지정학적 문제에 사사건건 개입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었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이라는 재앙을 최대한 잘 수습하면서 미국 제국주의의 위신을 보존하고,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패권과 압박 

결국 오바마는 두 전쟁을 ‘승리의 전쟁’으로 만들지도 못했고, 전투 병력의 대대적 철군 일정을 발표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동아시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지배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최근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의 태평양 세기’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정치의 미래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가 아니라 아시아에서 결정될 것이다. 미국은 그 결정 과정의 한가운데 있고자 한다.”

클린턴은 미국 제국주의가 이 지역에서 원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아시아의 성장과 역동성을 이용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적 전략적 이익에 매우 중요하며 … 개방된 아시아 시장은 미국에게 전례없는 투자와 무역 기회와 첨단 기술에 접근할 기회를 줄 것이다.”

이것은 미국 제국주의가 지난 1백 년 이상 꾸준하게 추구해 온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미국을 “문호개방 제국주의”라고 부르기도 했다. 동시에, 이것은 심각한 경제 위기와 실패한 전쟁에 직면한 미국 제국주의에게 더 절실한 과제기도 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것을 추구하는 데서 중국이 제일 중요한 고리임을 잘 알고 있다. 오늘날 중국을 빼면 클린턴이 말한 “역동적 아시아”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클린턴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는 미국이 경험했던 양자 관계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중요한 관계다.”

클린턴은 미국 자본주의의 생명력을 되살리기 위해 중국에 바라는 것을 이렇게 말했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성장하는 시장에 수출할 기회를 공정하게 보장받고 싶어 한다 … 또, 중국에 투자된 5백억 달러의 자본이 [미국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늘리는 데 필요한 새로운 시장과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도와주는 튼튼한 기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우리는 중국이 미국과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 국내 기업에 대한 특혜를 제거하고 외국 지적재산권을 악용하거나 남용하는 상황을 종식시키기를 바란다.

“또, 우리는 중국이 달러와 다른 주요 통상국 통화에 비해 자국 통화 가치를 좀더 빨리 상승시키기를 요청한다.”

다시 말해, 오바마 정부는 미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양보하길 바라는 것이다. 클린턴(과 오바마 정부)는 자신이 중국을 압박할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볼 것이다. 그 중 하나는 TPP와 같은 공세적 자유무역 정책이다. “우리의 희망은 높은 기준을 가진 TPP 협정이 미래 다른 협정들의 기준 구실을 하는 것이다. 또, 이것이 좀더 넓은 지역 내 상호협력, 그리고 더 나아가 아시아 태평양 자유무역지대를 창출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 중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협정이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굴복에 바탕을 두고 중국을 포함하는 협정을 낳는 수단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TPP

과연 이 꿈은 이루어질까?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TPP 협상 당사자들 사이의 어려운 협상 과정은 둘째치고, 이미 미국보다는 중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과 긴축 정책에 돌입한 미국 경제를 묶으면 중국이 머리 숙이고 들어올 역동적 자유무역 블록이 형성될까?

미국 정부는 중국이 순순히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호주에 해병을 배치하고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 한국, 싱가포르, 타이 등 기존 군사 동맹을 유지·확대 재편하는 것은 미국의 중국 압박이 단순히 통상 회담장에서 말싸움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준다. 중미 관계가 경제적 경쟁과 군사적 경쟁이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물론, 클린턴이 힐끗 언급한 것처럼 중국 자본주의와 미국 자본주의의 밀접한 상호 관계를 감안하면, 이런 압박이 단기간에 군사적 충돌로까지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구나, 세계적 패권 세력으로서 미국 제국주의에게 여전히 중동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전략 지역이다. 중동 석유에 대한 통제권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의 세계 전략의 중심축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은 이라크 철군 후 기세 등등해질 이란을 어떻게 ‘처리’할까를 놓고 고심해야 하는 처지다. 

오바마 정부는 당장은 주변국들을 이용한 봉쇄로 이란을 다스리며 미국이 다른 곳에 개입할 여력을 벌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1백 퍼센트 통제하지 못하는 미친 개 이스라엘이라는 복병이 있다. 또한 중동에서 상처받은 미국 제국주의의 위신과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이란을 손봐 줘야 한다는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미국 지배자들이 강압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들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