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동자들이 금속노조·희망버스 등에 광범한 연대를 호소하며 ‘희망 텐트’ 농성에 돌입했다.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7일 ‘희생자 위령제’를 하고 쌍용차 평택 공장 앞에 텐트를 설치했다. ‘희망버스의 핸들을 쌍용차로 돌리자’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방송 3사를 비롯해 언론사 기자들도 몰려들었다. 〈한겨레〉는 아예 사설에서 “정리해고는 ‘사회적 살인’”이라며, “‘희망버스’의 연대를 쌍용차 ‘희망텐트’로 [잇자]”고 촉구했다.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희생자 위령 및 해고자복직 투쟁승리를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희생자 위령 및 해고자복직 투쟁승리를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정리해고 철회’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이런 관심을 등에 업고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이 연단에 섰다. 그는 “죽음의 공장, 절망의 공장을 바꾸려고 투쟁을 시작한다”고 선언하고, 적극적 연대를 호소했다. 통합진보당·진보신당을 비롯해 정치권과 종교계 인사들은 “희망버스의 연대 정신이 우리의 무기”(홍세화 대표)라고 화답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과 자본이 노동자들을 학살했습니다. 김진숙을 살려낸 희망버스가 작은 성과를 거뒀듯이,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쌍용차로 모여야 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노동자와 학생 들이 나서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앞장서 싸우며 지도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은 “금속노조의 이름을 걸고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금속노조는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책위 구성도 추진키로 했다. 사회적 여론이 금속노조 지도부를 움직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 ‘죽음의 행렬’ 멈춰 주소서 무용가 이삼헌 씨가 7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진혼무를 추고 있다. ⓒ이미진
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희생자 위령 및 해고자복직 투쟁승리를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희망텐트촌 건설을 위한 희망버스를 타기 전 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쌍용차 사측은 이런 관심과 연대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외부 노동세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장 안에서 노동자들을 모아 맞불 집회를 갖는 등 ‘노노 갈등’을 조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연대 투쟁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일 뿐이다. 사측은 최근 발행한 소식지에서 “사망사건이 부각되고 여론과 언론조차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고 “향후에는 대규모 인원이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평택공장을 찾을 계획”이라고 걱정했다.

우리는 이런 사측의 우려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다시 한번 연대의 힘을 모아 쌍용차에서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자.

쌍용차 노동자들은 공장 앞 텐트 농성을 지속하며, 매일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이런 투쟁이 지속·확대될 수 있도록 확실히 지원해야 한다. 지역의 노조·단체 들도 대책위 구성 등을 시작하며 투쟁 지원에 나서야 한다. 경찰이 “불법 장기 농성”을 엄단하겠다고 밝히고 농성장을 철거한 만큼, 다시 텐트를 치고 이것을 지키는 데도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12월 23일~24일 진행될 1차 ‘쌍용차 공장 포위의 날’에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들이, 희망버스가 함께해야 한다. 쌍용차지부는 이날 최대한 많은 이들이 함께 ‘쌍용차를 점령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 집회의 성공이 향후 투쟁의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희망버스에 동참하고 희망버스를 지지한 수많은 이들이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쌍용차에서 연대의 꽃을 피우자.

권지영 쌍용차 가족대책위 대표, ‘와락’ 센터 소장

권지영 쌍용차 가족대책위 대표(‘와락’ 센터 소장)가 발언을 마친 후 눈물을 흘리며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이미진

“더는 죽음의 순번을 매기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이 참 더럽다. 너무 춥다. 봄이 오긴 오는지...”

쌍용차 해고자들이 휴대폰 메신저에 등록해 놓은 문구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해고 통보서는 자신의 휴대폰에 있던 인연과 추억을 다 지워도 아쉽지 않도록 만들었고, 며칠 동안 전화기가 고장나도 급하게 수리하지 않아도 될 만큼 관계를 끊어 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혼자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우울증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거나, 장기간 약을 복용하거나, 술에 의존하거나... 미처 돌아보지 못한 사이 이런 노동자들이 태반이 됐습니다. 그런 자신이 또 밉고 한심하다 여기며 자책합니다.

해고 이후 가족 해체는 어찌 손 써볼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됐고, 이런 문제로 또 아내와 아이들이 마음을 다쳤습니다.

더는 죽음의 순번을 매기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상이 깨져 버린 많은 이들이 저렇게 살아내고 있음을 알면서도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또다시 지옥 같은 몇번째를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젊디 젊은 청춘들의 영정사진을 이렇게 많이 보게 되리란 생각은 해 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만 봐야 합니다. 이제는 고개 숙이고 숨죽여 울면서 또다시 우리를 탓하고 원망하는 일은 말아야겠습니다.

KT에서, 철도에서, 쌍용차에서 ‘해고’가 사회적 살인이라는 구호가 구호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돼 나타나는 이 비극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합니다.

그저 숨쉬고 사는 것조차, 그리고 소박하게 조그맣게 웃으며 사는 것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 세상이 바뀌어야 합니다.

도망가고 싶고 피하고 싶은 힘에 겨운 현실에 너무나도 허망하고 안타까이 죽음으로 우리 곁을 떠난 당신들. 2009년 한여름부터 다시 세번째 겨울을 맞는 오늘까지 죽어간 이름을 부르기도 미안한 당신들.

모두 편안하십시오. 다시 똑같은 그대들이 생기지 않도록 부지런한 발걸음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