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검·섹검·벤츠 검찰은 우리를 기소할 자격이 없습니다.”

김지태 씨의 최후진술에 응원하러 온 방청객들이 가슴이 뻥 뚫리는 통쾌함을 느끼며 미소를 짓는 순간, 검사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지고 있었다.

〈레프트21〉 판매자 벌금형 관련 2심이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422호 법정에서 12월 7일 오후 5시부터 시작한 재판에서 판매자 6인은 최후진술에서 검찰의 항소이유서를 낱낱이 반박하고 이명박의 진보 언론 탄압을 규탄했다.

이날 재판은 애초 검사측이 〈레프트21〉에게 사실조회를 해서 판매자 6인의 유죄 혐의를 밝히겠다고 해서 연장된 것이었다. 그런데 새로 바뀐 공판 검사는 사건 내용도 모르고 있었다. 검찰 질의에 대한 〈레프트21〉 서면 답변 내용을 읽어보지도 않은 것이다.

결국 검찰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큰소리치면서 항소했고, 시간을 질질 끌어왔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새로운 것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검찰이 왜 항소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고, 이것은 〈레프트21〉 판매자 6인의 정치적·법적 정당성을 입증해 줬다.

이상희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경찰과 검찰이 “2~3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통상적 신문 판매를 해 왔는데 이를 집회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검찰 기소를 반박했다.

“이미 관할 경찰서는 지속적인 신문 판매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연행 당시 출동했던 경찰 누구에게서도 [무료] 배포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시 출동한 경찰 한 명은 당시 신문을 돈 주고 구입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사건 후 다른 경찰서들에 옥외집회 신고를 하면 모두 판매는 신고가 필요없다고 신고를 받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검찰이 〈레프트21〉 거리 판매가 집회라며 처벌을 요구하는 건 부당한 일입니다.”

6인도 최후진술을 했다. 최후진술들은 모두 생생하게 탄압의 본질과 체제의 야만을 폭로했고, 진보 언론과 운동의 대의를 방어했다.

비록 선고유예이긴 하나 6인 중 유일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김형환 씨는 검찰 기소의 허구성을 폭로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우리를 연행한 서초경찰서 경위 이종순은 자신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서 우리가 신문을 판매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검찰 측 증인인 신고자도 집회를 한 게 아니라고 증언했습니다.

“검찰 주장의 부당함이 드러났기 때문에 우리 6인 중 5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1심 재판부는 신문 판매가 집회라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집회’를 주최했다며 유죄를 판결했습니다.

“1심 재판부의 판단 대로라면 우리는 신문 판매를 할 때 늘 집회 신고를 해야 합니다. 사실상 경찰이 〈레프트21〉의 거리 판매를 통제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순서인 신명희 씨의 최후진술 도중부터 양현주 판사는 매번 피고인들의 진술을 제지했다. 최후진술을 보장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진실을 막을 수 없다”

양현주 판사는 ‘집회냐, 판매냐’ 하는 문제로 유무죄를 다투고 있으므로 그 부분에만 최후진술 내용을 집중하라며 “수영장에 와서 수영을 안 하고 다른 일을 하면 말려야 하지 않나?” 하는 억지를 부렸지만, 6인이 굽히지 않고 발언을 계속하자 결국 본심을 드러냈다.

“재판은 선전하고 떠드는 자리가 아니다. 무슨 국가보안법 사건도 아닌데, 왜 사상적인 내용을 진술하나. 사법시설을 이용하려고 하지 마라.”

그러나 신명희, 김문주, 김득영, 조익진 씨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들의 변론이 왜 필요한 내용인지를 설명하며 최후진술을 이어갔다.

신명희 씨는 “검찰 기소와 경찰 연행시 언행은 명백히 내용을 문제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행위의 정당성을 말해야 한다”며 최후진술을 이어갔다.

신명희 씨는 “저는 〈레프트21〉이 창간될 때부터 강남역 이동 가판대에서 신문을 판매했습니다. 그럴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이 신문 파는 거예요?’ 란 것입니다. 저는 대답합니다. ‘네, 판매합니다. 그래야 부패한 기업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신문을 다시 만들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답해 왔습니다. 이렇듯 정당하고 떳떳한 신문 판매 행위를 그 내용을 문제 삼아 집시법 위반으로 죄를 묻는 것은 이 정부의 민주주의 시계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득영 씨는 언론 탄압이 자본주의의 야만에 대한 저항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60억 인구 중 5천7백만 명이 빈곤으로 사망하고 하루 2달러 미만의 생활자가 53퍼센트나 되는데, 식량은 1백20억 인구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 양이 있습니다. 지배자들은 한쪽으로는 경찰과 검찰을 동원해서, 한쪽으로는 언론을 탄압하고 통제해서 대중의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와 민주주의, 보다 나은 삶을 향한 대중의 염원을 결코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무죄입니다. 〈레프트21〉은 계속해서 이 끔직하고 야만적인 체제의 본질과 정부의 반민주성을 들춰내는 좌파 언론의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며, 저는 그 신문을 계속 판매할 것입니다.”

김문주 씨는 “신문을 파는 게 어째서 죄가 됩니까?” 라는 반문으로 최후진술을 시작했다.

“〈조선일보〉 같은 신문이 아니라서 내용이 너무 좌파적이라서 문제라는 겁니까? 신문 판매를 이런 식으로 제약한다고 해서 이 사회의 모순과 불만이 가려지는 게 아닙니다.”

“진정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중심에는 〈레프트21〉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기적으로 거리에서 신문을 팔았습니다. 이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조익진 씨는 “약자를 지배하려는 강자들에게 언제나 진실은 가장 두려운 라이벌이었습니다. 저는 우리의 희생이 아니라 그리스와 같은 거대한 대중 투쟁, 서민 허리띠 졸라매기가 아니라 부자 허리띠 졸라매기로 복지를 확충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은 시종일관 이러한 신문의 내용을 문제 삼으며 처벌하라고 주장합니다. 저희는 오늘의 판결을 딛고, 진실을 알리고 확산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공모했나?”

마지막 순서인 김지태 씨는 판사의 ‘수영장’ 발언을 두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해서 이 수영장에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법정은 금세 웃음을 참는 소리로 가득찼다. 판사는 더는 제지를 하지 못했다.

김지태 씨는 “각종 물증, 증언, 정황 등 모든 것이 우리의 판매 행위를 입증했습니다. 검찰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검찰은 솔직해져야 합니다. ‘〈레프트21〉의 정부 비판 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런 주장이 가뜩이나 불만 많은 사람들에게 울려 퍼지도록 용인할 수 없다.’ 이것이 솔직한 표현 아닙니까? 진정한 쟁점은 ‘정부 비판적 신문의 거리 판매를 처벌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레프트21〉을 거리에서 판매하면서 〈레프트21〉에 담긴 불의한 이 체제와 정부에 대한 비판이 널리 전파되길 바랐습니다. 검찰은 우리의 이런 활동을 ‘범죄’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활동이 ‘범죄’라면 왜 그토록 많은 진보적 단체와 인사 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우리에게 지지를 보내겠습니까? 섹검, 떡검에 이어 벤츠 검사 등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검찰이 과연 우리를 기소할 자격이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검찰이 아무리 우리 활동을 ‘범죄’라 매도해도 우리는 이 체제와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공모’를 계속 할 것입니다.”

재판이 끝나고 방청객들은 6인의 용기에 박수와 격려로 응원했다. 재판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재판받는 분들이 당당하게 정당성을 말해서 정말 감동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선고재판은 12월 30일 오후 1시 50분에 서울중앙지법 422호에서 열린다.


 판매자 6인의 최후진술문은 조만간 전문으로 싣겠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