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진실’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제 학창시절의 화두는 ‘진실’이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역사 과목을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선인들의 고난과 좌절, 희망과 성공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감정이 이입되어 어느새 어떤 카타르시스마저 느꼈던 것 같습니다.

<레프트21> 판매자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 대책위원회 조익진 씨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의 근현대사를 꽤 좋아했습니다. 일제 식민 시절과 전쟁, 독재정권 시절의 이야기를 울분 섞인 마음으로 읽다 보면 내 삶의 어려움도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 속에는 은연 중에 자기 위안을 받고자 했던 어린 시절의 유치한 심리가 섞여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역사의 ‘진실’은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역사적 ‘진실’로부터 ‘진실’의 교훈을 얻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돌아보면 일본 제국주의 지도자들은 조선인을 지배하기 위해 진실을 감추려 했습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내선일체 사상으로 식민 통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려 했습니다. 일제에게 진실은 식민 지배의 주적이었습니다.

광복 이후 독재자들도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과 위선을 일삼았습니다. ‘안보의 주적’이라던 북한 지배자들은 사실은 적대국 독재자의 권력 유지를 도우려고 총풍까지 일으켜주는 협력자였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군대’에 살해당한 광주와 제주 및 각지의 간첩들은 사실은 민주주의를 바라던 무고한 이 땅의 민중들이었습니다.

사실, 그리고 결국, 약자를 지배하려는 강자들에게 언제나 진실은 가장 두려운 라이벌이었습니다.

지금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 위기로 허덕이고 있습니다. 위기는 더는 금융에 머물지 않고 실물의 위기가 되어 온 지구를 뒤엎을 기세입니다. 대규모 경기 부양에도 위기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진단대로 자본주의 공황에 해결책이 없다는 생각마저 점차 자라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서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곧 경제가 회복되어 좀 더 많은 부를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까?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부자 감세와 4대강 살리기로 인한 재정 적자를 우리에게 강요했고 높은 물가와 실업을 감내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경제는 더 악화됐습니다. 나아진 것은 부자들의 주머니 사정 뿐입니다.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불만은 계속 축적되고 있습니다. 부자에게 증세하라는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대의 외침은 한국 민중의 가슴에도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결국 그의 ‘경제성장론’은 ‘부자 재산 성장론’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는 이 나라의 가진 자, 강자들을 위해 노동자·민중과 약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고통을 강요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희생이 아니라 그리스와 같은 거대한 대중 투쟁이야말로 경제 위기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민 허리띠 졸라매기가 아니라 부자 허리띠 졸라매기로 복지를 확충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풍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던 이명박 정부의 시도가 추악하기 그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대변하는 ‘약자들의 진실’입니다.

이는 현실에서 입증되고 있습니다. 1퍼센트에 맞선 99퍼센트의 저항이 전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한미FTA에 맞선 대중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추진한다던 FTA가 사실은 1퍼센트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깨닫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진실을 막으려는 이명박 정부의 탄압은 오히려 역겨운 위선을 밝히 드러낼 뿐입니다.

검찰은 시종일관 이러저러한 신문의 내용을 문제 삼으며 우리의 판매 행위를 처벌하라고 주장합니다. 지금 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시대를 막론하고 역사의 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 주는 듯합니다. 법원이 ‘1퍼센트 강자의 위선’이 아니라 ‘99퍼센트 민중의 진실’을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역사는 항상 진실의 승리로 귀결되었습니다. 저희는 오늘의 판결을 딛고, 진실을 알리고 확산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이것은 선인들이 알려 준 역사의 교훈에 대한 마땅한 의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