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학과 구조조정에 맞서 총장실을 점거 중인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학생들을 지지하며 점거농성장에 부착한 글이다. 명지대 문예창작과 이서영 씨가 〈레프트21〉에 이 글을 보내 왔다.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꿈에서도 두려워하다 편지를 씁니다. 우리는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에 다니는 학생들입니다. 우리들의 공포감은 아마 당신들과 꽤 비슷할 것입니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며, 세계가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근원적 불안감입니다. 당연히 과를 순식간에 빼앗기게 생긴 당신들의 경우에는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국대학교 당국에서 문예창작과를 없애기로 한 이유를 보고 우리는 실소했습니다. 그중에는 “등록금이 인문대 수준이기 때문에”도 있었습니다. 등록금을 기준으로 개편한다면 차라리 단과대 이름을 사백만 오백만으로 정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가장 돈이 적게 드는 예술가들 중 하나입니다. 학교 측에서 보기에도 돈이 안 되는 학생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는 추계예술대학교의 문우들과 그들이 내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추계예술대학교는 취업률을 기준으로 부실대학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동국대학교 사태의 본질도 이곳에 있다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나 우리는 ‘돈이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해마다 신춘문예에서 수없이 많은 당선자를 배출해 왔지만 당신들의 훌륭한 선배들도 역시 ‘돈이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려운 것입니다. 단과대조차 사백만 단과대, 오백만 단과대로 정하려는 이 무지막지한 세계가 우리의 가난한 영혼을 받아들일 것인지, 겁이 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글을 쓰겠다고 이 학과를 택한 사람들입니다. 바르가스 요사는 우리들이 글을 쓰는 이유가 반항심에서 왔다고 말하더군요. 자신이 실제로 사는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이유로 그렇게 속절없고 황당무계한 작업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겠냐면서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세계의 허파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자신의 영혼을 팔아넘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이 세계의 숨통을 틔우려고 몸부림을 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은 돈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숨구멍을 막아놓고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저들의 커다란 오산입니다.

다른 학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리학보다는 훨씬 더 협소한 개념이지만 반도체과학 쪽이 상품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눈이 멀어버린 자본에게는 윤리는커녕 철학도 필요하지 않은데 무슨 윤리문화학과를 운영하려 들겠습니까. 재작년, 명지대 역시 북한학과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서슬 퍼런 칼날이 여전히 우리의 목을 들쑤실 준비를 하고 있는 세상에서, 맞은편에 있는 사람들을 직시하자는 사람들은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어제 새벽에 동국대 학우 수십 명이 징계자 명단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용감한 내 문우들이 그렇지 않으리라 확신하면서도, 당신들이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총장실 점거 소식을 듣고 우리는 모두 환호했습니다. 그럴 자격도 없는 학교가 부당하게 당신들을 꺾어버리려고 하는 것은, 당신들의 한 걸음이 이제 두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행동하기 시작했을 때, 의기양양하던 자본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야 합니다. 당신들을 지키지 못한다면 곧 우리가 숨을 거두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발터 벤야민은 행동하는 작가의 사유에 대해서 말한 바가 있습니다. 그의 고찰은 여전히 현재성을 가집니다. 우리의 글은 지금 동국대학교 총장실에서 꿈이 거래되지 않는 세상을 현시(現示)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