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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은 해체될 것인가?

유로존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현 상황은 판돈이 매우 크다. 27개 국가로 구성된 유럽연합은 국내총생산이 14조 달러고 인구가 4억 9천만 명인 세계 최대 경제다. 또, 17개 국가로 구성된 유로존에는 유럽연합에서 경제가 가장 큰 네 나라 중 세 나라 ―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 가 있다.

2010년 그리스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구하기 위해 엄청난 돈이 투입된 덕분에 유로존의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의 제2막은 1년 전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하다. 유럽 지배자들이 유로화를 구하려 애쓰는 동시에 자신들의 이익도 지키려 하면서 정치적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유로존 위기는 그리스에서 유로존에서 셋째로 큰 경제인 이탈리아로 전염됐다. 이탈리아에 필요한 구제금융 액수는 무려 6천5백억 유로에 이른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국내총생산의 16.8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리스는 고작 2.3퍼센트인데 말이다.

총파업과 시위 등 전례 없는 항의 행동에 직면해 그리스 총리 파판드레우는 추가 긴축을 국민투표에 회부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혼란된 상황에서 ‘트로이카’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IMF, 유럽중앙은행 ― 는 신속하게 국민투표 실시를 철회시키고 선출되지 않은 은행가들이 주도하는 정부를 그리스에 강요했다. 동일한 조처가 이탈리아에서도 반복됐다.

신임 그리스 총리인 루카스 파파데모스는 1990년대 그리스 중앙은행장이었고, 나중에 유럽중앙은행 부총재를 엮임했다. 신임 이탈리아 총리 마리오 몬티는 전 유럽경쟁위원회 위원이자 전 골드만삭스 이사였다. 반발에 직면한 긴축을 밀어붙이기 위해 민주주의가 철저히 무시된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

그러나 위기는 악화되고 있다. 11월 중순 독일을 제외한 모든 유로존 나라들로 위기가 번지는 듯이 보이자 유로 채권 시장에 매물이 쏟아졌다.

유로존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유럽 지배자들이 이 위기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 벗어난다면 어떻게 벗어날지 알 수 없다. 유럽 지배자들은 잔인한 긴축 정책을 통해 위기의 책임을 노동계급에게 떠넘기려 시도했다. 그러나 지금 유럽 지배자들은 고통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서로, 또 은행들과 다투고 있다.

주류 언론과 정치인 들은 그리스와 이탈리아뿐 아니라 아일랜드,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이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이 나라들이 ‘과도한 복지 지출’을 한 덕분에 재정 적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유로존 위기는 2007년 발생한 위기와 연관돼 있다.

2006년과 2007년 미국의 주택 시장의 투기 거품이 꺼지고 신용 경색이 닥치면서 시작된 위기(이른바 서브프라임 위기)는 제2차세계대전 종식 후 최초로 세계 산출량이 줄어드는 전 세계 경제 위기로 확장됐다.

문제가 너무 엄청났고 체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심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은행과 금융기관 들은 엄청난 구제금융을 받았다. 덕분에 역사상 최대의 국유화 물결이 일었고 부실과 부채는 민간에서 국가로 이전됐다. 2010년에 이르면 위기는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의 국가 채무 위기로 번졌다.

유로존 위기의 뿌리와 역사

유로존 위기의 뿌리를 이해하려면 2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2년 단일 시장 출범, 1993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1997년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정’과 1999년 유로화 도입이라는 과정을 보면, 두 개의 주된 목표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기업들이 국경을 뛰어넘어 이동하고 구조조정을 하기 쉽게 만들어 기업들의 이윤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들이 정해진 한도 이상으로 지출하지 못하도록 규율을 부과하는 메커니즘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런 조처들은 유로존 경제들이 자국 통화 평가 절하를 통해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유로존 나라들은 다른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이런 체계적 압박은 노동자들에게 가해졌는데, 그것은 오히려 나라들 간 경쟁력 격차를 확대했고 유로존을 중심(독일)과 주변(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으로 나누었다. 이런 경쟁력 경쟁의 승자는 독일이었다.

독일은 주변 나라들보다 임금 인상을 훨씬 효과적으로 억누를 수 있었다. 거의 10년 동안 임금 인상을 억제한 덕분에 독일은 경쟁력을 높였고 무역수지 흑자를 지속적으로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럽의 주변 나라들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경쟁력

주변의 나라들은 경쟁력이 저하하면서 부동산 투자와 소비를 통해 내수를 늘려야 했다. 동시에 독일 은행들은 주변 나라들이 독일 상품을 살 수 있도록 돈을 빌려 줬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이 덕분에 유로존에서 엄청난 자산 거품, 특히 부동산 거품이 발생했고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거품 때문에 유럽 주변 나라들은 2007년과 2009년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오늘날 국가 채무 위기의 원인이 됐다.

국가는 은행 시스템을 구제하려고 엄청난 돈을 써야 했고, 부채 상환 비용은 높아졌지만 불황의 여파로 세수는 줄었다. 이런 요인들이 결합돼 재정 적자 문제가 엄청나게 심각해졌다.

투기꾼들은 그리스를 집중 공격했고, 국채 이자율이 크게 올랐다. 2010년에 그리스는 최초로 유럽연합으로부터 ‘구제 금융’의 형식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빌려야 했다.

비록 2010년에 그리스는 급한 불을 껐지만 유로존과 유럽연합의 위기는 2011년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리스가 지나치게 가혹한 조건으로 빚을 갚고 있기 때문에 결국 디폴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졌다. 프랑스, 독일과 벨기에에서 가장 큰 은행들 가운데 상당수가 수백억 유로 상당의 유럽 주변 나라들의(이탈리아 포함) 국채를 소유하고 있었고, 이 채권들의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다음에 벌어질 일은 무엇일까

유로존의 문제는 이제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은 그리스 정부 채권을 다량 보유한 독일과 프랑스와 같은 유럽 중심 나라들의 은행 시스템에 큰 문제다.

2011년 10월 벨기에와 프랑스 합작 은행인 덱시아가 국유화됐다. 그러나 유럽 전역의 주요 은행들이 비슷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유럽연합은 이제 더 많은 돈을 이런 은행들에 투입하는 것을 통해, 즉, ‘구제 금융’을 통해 은행 자본을 확충하려 한다.

유로존 경제와 은행들이 주저앉는 것을 막는 것 외에 유로존 지배자들은 유로존의 장기적 미래에 관한 훨씬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독일 경제는 유로화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그리스,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부동산 거품을 뒷받침한 것은 독일의 돈이었다. 따라서 유로존 나라들이 몰락하면 독일에서 은행 위기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이 경쟁력 수준이 서로 다른 나라들로 구성돼 있다는 정치적 문제가 유로존 문제의 해결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유로존 지배자들은 주변 나라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유럽 차원의 정책들을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이 나라들이 몰락하도록 놔둘 것인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는 ‘속도가 다른 두 개의 유럽’이 좋다고 떠든다. 이런 경우 유로존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을 맺으면서도 주변 나라들에 발목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은 주변 나라들의 부채를 떠안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독일은 주변 나라들의 경쟁력 강화를 강제하는 강한 규율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유로존 통합을 더 강화하고 싶어 한다.

강한 규율

유럽연합 집행 위원장 주제 마누엘 바로수는 이 구상을 한 단계 더 전진시키려 한다. 그는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회원국들의 재정 지출을 감독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경제 질서와 지정학적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순간에 있습니다. 저는 유럽이 이제 ‘더 강력하게 단결하느냐 아니면 분열하느냐’를 결정할 기로에 서 있다고 확신합니다.”

유럽연합의 지배자들만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인도는 유럽이 ‘책임 있는 경제 정책’을 펼 것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며 유럽 성장률 저하는 중국 경제에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유로존을 위기에서 구할 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유로존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독일의 무역수지 흑자는 유럽 주변 나라들의 무역수지 적자로 나타난다. 주변 나라들의 적자가 줄어드려면 독일의 흑자가 줄어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독일의 행동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관점에서 보면 주변 나라들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한 경제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문제는 독일이다. 독일은 통화 동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몸집이 큰 채권국들이 내수를 늘려서 채무국을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국민국가는 자국 영토의 자본을 수호하는 중요한 행위자다. 이 자본이 어디서 활동하든지 말이다. 유럽 지배계급들 사이의 다툼은 유럽연합이 서로 경쟁하면서 자기 이익을 지키려고 애쓰는 나라들의 연합임을 폭로했다.

그래서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론은 유럽연합이 금융거래세(토빈세)를 부과하려고 시도했을 때 그것이 영국 금융 부분의 이윤을 잠식할 것을 우려해 강력하게 반대했다.

유럽연합·유로존 계획은 유럽 내외에서 상당한 이데올로기적 호소력이 있었다. 2004년에 중부 유럽과 동유럽 나라들은 너도나도 유럽연합에 가입하려고 애썼다. 발칸과 북아프리카 나라들도 가입의 문을 두드렸다. 유럽연합은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 사이의 연대를, 번영의 길을, 민주주의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제 이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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