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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반란의 2011년을 돌아보며

세계를 뒤흔든 아랍 혁명

1월 14일, 튀니지 혁명으로 20년 묵은 독재자 벤 알리가 쫓겨났다. 이 혁명은 이집트,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 ‘신자유주의 독재 정권’들이 통치하는 아랍 세계 곳곳으로 번져 나갔다. 이집트 혁명은 3주 만에 무바라크 독재정부를 무너뜨렸다.

리비아와 시리아 지배자들은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을 벌였지만, 민중은 놀라운 용기와 투지로 목숨을 걸고 혁명을 지켰다. 리비아 혁명은 혁명을 가로채려는 서방의 개입 때문에 왜곡됐지만, 혁명의 진정한 정신은 아직 사라진 게 아니다.

아랍 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집트 혁명은 군부의 반혁명에 맞서 전진하고 있다. 노동계급의 파업과 투쟁이 이 과정에서 핵심적 구실을 하고 있다. 혁명을 중단 없이 발전시키려는 사회주의자들도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아랍 혁명은 혁명의 현실성을 보여 줬다. 또, 단지 아랍 세계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줬다. “타흐리르처럼 하자”는 구호는 스페인 광장점거 운동에서, 미국 월가 점거 시위에서 울려 퍼졌다.

유로존 위기와 노동자 파업

고장 난 자본주의는 2008년 위기 이후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특히 유로존은 붕괴 위기에 빠졌다. 중국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거품 붕괴 위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미국도 금융·재정 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로 위기다.

세계 지배자들의 갈등과 무능력으로 위기는 점차 심화하고 있지만,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긴축정책은 커다란 반발을 낳고 있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거듭해서 총파업을 단행했고, 영국에서는 85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이 벌어졌다. 이탈리아 민중은 20년 만에 베를루스코니를 쫓아냈다.

99퍼센트의 분노와 ‘점거하라’ 운동

9월,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월가에서 ‘1퍼센트에 맞서 99퍼센트, 월가를 점거하라’ 운동이 시작됐다. 이 운동은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었다.

월가 점거로 출발한 이 운동은 미국 전역과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로 펴져 나갔고, 오클랜드 노동자 파업을 촉발하기도 했다.

10월 15일과 12월 10일에는 세계 공동행동도 벌어졌다. 한국에서도 ‘점거하라’ 운동은 고장 난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두 차례 시위를 벌였다.

일본 대지진과 핵 재앙

3월 11일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지진은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박살내 죽음의 방사능 물질이 바다와 대기를 타고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도 일본 전역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있고, 앞으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 어디까지 방사능 물질이 퍼져 나갈지, 어떤 피해가 나타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핵폭탄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고통을 받아 온 나라에서, 그것도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에서 핵발전소를 버젓이 지은 사실 자체가 자본주의의 정신 나간 우선순위를 잘 보여 줬다. 지배자들은 제국주의적 경쟁에 눈이 멀어 핵무기 원료를 위한 핵발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이명박은 “세계 3대 핵 강국”이 되겠다는 미친 소리를 하고 있다.

한미FTA 반대 투쟁

올해 투쟁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한미FTA 반대 투쟁이다. 10·26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면서 진보적 청년들의 사기를 북돋았고, 이것은 곧 한미FTA 폐기 투쟁으로 이어졌다. 11월 초부터 벌어진 촛불시위는 점점 더 성장해 세 번이나 비준을 연기시켰다. 한나라당은 결국 날치기라는 무리수를 뒀지만, 이것은 도리어 이명박의 무덤이 되고 있다. 날치기 후에도 거리시위는 계속됐고, 한나라당은 걷잡을 수 없이 몰락하고 있다.

기적을 일군 희망버스 투쟁

희망버스 투쟁이 감동적인 드라마를 써냈다. 85호 크레인 위에서 1년 가까이 목숨을 건 투쟁을 벌여 온 김진숙 지도위원과 노동자들이 살아서, 이겨서 땅을 밟았다.

희망버스는 다섯 차례에 걸쳐 연인원 3만여 명 이상을 결집시키며 전국적 투쟁을 만들었다. 희망버스는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는 구호가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줬다.

이명박의 몰락과 안철수 현상

‘넥타이·하이힐 부대’의 응징 투표 속에 한나라당은 올해 4월과 10월 두 번의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다. 심각한 레임덕과 친이·친박의 아귀다툼이 계속됐고 디도스 사태는 결정타가 됐다.

이런 상황의 수혜를 입은 것은 이명박과 타협해 온 민주당이 아니라, 박원순·안철수 등 제3세력이었다.

청소 노동자 투쟁 승리

새해 벽두부터 홍익대 당국은 청소 노동자를 대량해고했지만,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은 한겨울 냉골에서 농성하면서 투지를 불태웠다. 결국 49일 만에 승리를 쟁취했다.

이 투쟁의 바통을 받아 고려대·고려대병원·연세대·이화여대 청소 노동자들도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 대학들에서도 점거농성이 벌어졌고, 결국 최저임금을 뛰어넘는 임금인상을 쟁취했다. 이 투쟁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도 고무했다.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

6월에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가 떠오른 것은 올해 초부터 여러 대학에서 학생총회가 성사되고, 고려대, 인하대 등에서 점거농성이 벌어진 것의 여파였다. 여기에다 한나라당이 기만적인 ‘반값 등록금’을 꺼내든 것이 도화선이 됐다. 때마침 서울대 학생들이 법인화 반대 점거농성에 돌입한 것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반값 등록금’ 시위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속에서 팽배해 있던 반이명박 정서를 자극했지만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국회에 대한 압력 수단 정도로 여기면서 마무리되고 말았다.

반발 속에서 탄생한 통합진보당

11월 27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가 오랫동안 밀어붙여 온 참여당과의 통합안이 결국 가결되고 말았다. 당권파 지도부는 올해 8월과 9월 두 번의 당대회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바 있다. 참여당과의 통합은 진보의 분열과 정체성 훼손을 낳을 것이라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다.

통합진보당은 내년 총선 등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낳을 수도 있겠지만, 진보 세력과 자유주의 세력의 결합이 낳을 모순과 균열도 예고된다. 좌파는 이 모순에 대한 개입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