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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로 무력화될 지방정부 조례

외교통상부는 얼마 전 지자체에 한미FTA에 관련한 공문을 내려보냈다. 외통부는 한미FTA에 반하는 “지자체 조례는 효력이 없으며 국제 분쟁에도 휘말릴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새로 만들거나 일부 변경할 때 FTA 협정에 반하지 않도록 하라’고 한다.

외통부 공문은 한미FTA가 국내법에 우선하고, 공공정책을 파괴할 것이라는 FTA반대 운동의 주장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미FTA가 발효되면 시장의 횡포를 부분적으로나마 제어할 수 있는 행정부의 규제나 지원조차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대상이 될 게 뻔하다.

한미FTA와 지방조례 간 불일치 문제는 단지 조항 몇 개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정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11장에 담긴 투자조항이다. 그 중 ‘간접수용’ 보상은 현재 한국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개념인데도 한미FTA 때문에 자동으로 적용될 판이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에 한 미국인이 공장(사무실)을 짓겠다며 시세보다 비싸게 땅을 샀는데 그 지역이 신도시 예정지로 지정됐다고 치자. 당연히 그 지역은 투기방지를 위해 당분간 일체의 개발이 금지되는데 이를 간접수용이라 한다. 한미FTA 발효 전이라면 지방정부는 이를 보상해 줄 의무가 없다. 하지만 협정 발효 후에는 이런 정부 조처가 땅주인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국제중재에 제소될 수 있다.

‘보상과 대우의 최소기준’도 지방정부 공무원에게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공유지를 관리하고 있는 공무원에게 어느 날 한 미국인이 공장(사무실)을 지을 땅을 사기 위해 찾아왔다고 치자. 공무원은 이 미국인 민원인을 대할 때 한국법만이 아니라 “국제 관습법상의 최소기준”을 지켜야 한다. 문제는 ‘국제 관습법상의 최소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고, 결국 투자자가 제소하면 투자자의 이익만 보장해주는 쪽으로 결론이 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국내법 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한미FTA” 앞에 피해대책만 운운하고 있지만, 이것은 폭풍이 오는데 우산 하나 들고 나서는 꼴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으로 그나마 ‘한미FTA 대책기구’가 만들어진 것은 다행이다. 그런데 이 기구의 목적이 FTA와 충돌하는 조례를 찾아내 개정하는 것에 머물러선 안 된다.

한미FTA에 대한 가장 올바른 대책은, 한미FTA를 폐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