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제대로 안착될지에 쏠리고 있다. 

북한 당국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등 5개 기관 명의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우리 혁명의 진두에는 주체혁명 위업의 위대한 계승자이시며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령도자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서 계신다.” 

김정일 사망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역에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미진

그러나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의 후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서 보듯이, 그의 체제가 빨리 안정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후계자로 공식화된 지 겨우 1년이 조금 넘어 급작스럽게 권력을 물려받게 됐고, 채 서른이 안 된 어린 나이다. 그의 아버지가 후계자 훈련을 20년 넘게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입당부터 치면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전 30년 동안 일선에서 일하면서 업무를 장악해 나아갔다. 

북한의 후계자론대로라면 후계자는 “인민 대중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병으로 급작스럽게 후계자로 내정됐다. 그리고 구색을 맞추느라 44년 만에 당대표자회가 소집됐고, 17년 만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렸다. 그 뒤 〈노동신문〉 등은 어떤 때는 전면을 할애하면서 김정은 홍보에 열을 올렸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물려 받은 심각한 경제 위기와 북미 갈등이라는 유산은 경험 없는 그가 풀어가기에 난제임이 틀림없다. 

위기를 물려받은 상속인 

1990년대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경제성장률은 그 뒤 조금 회복세를 보이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식량난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식량 배급이 수요보다 25퍼센트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국제 곡물가 폭등으로 수입이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북미관계는 최근 협상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심지어 최근의 협상도 갈등의 종결이 아니라 긴장 쌓기의 새로운 회기가 될 수도 있다. 불행히도 북한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엮여 있다. 미국이 북한을 악마화하고, 그것을 핑계로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 훈련을 증대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반도의 불안정은 결코 단기간에 해결되기 쉽지 않은, 주변국이 모두 엮인 복잡한 문제다. 

이런 위기의 책임이 김정은에게 있지 않다 해도 김정은 체제의 안정은 그가 이런 문제들을 잘 다룰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20년 동안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나라를 물려받았다. 이따금 들려오는 해외 근무 북한 고위 관리들의 망명 소식은 관료 집단 내 냉소와 확신 결여를 보여 준다. 북한 인민은 오랜 위기에 지쳐 있다. 특히, 2002년 7·1 조치 이후 재정 지출 삭감 정책으로 지난 10년 동안 보통 인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고, 불평등이 증대해 박탈감마저 커졌다. 

전에 북한 〈노동신문〉은 “[국제 공산당 정권들에서] 모든 변화와 우여곡절은 수령의 서거를 계기로 하여 생겨났다”고 쓴 바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우여곡절을 최소화하고자 후계자를 세웠지만, 3대 세습은 북한 정권의 강력함이 아니라 불안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은 올해 1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 선택[3대 세습]을 한 것은 북한 내부 요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체제의 안전과 원만한 권력 계승을 실현하기 위해 3대 세습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암투 

이런 상황은 권력이 집중돼 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을 계기로 관료들 내 분열이 일어나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런 불안정은 중국에서 분출될지 모를 거대한 저항 등 특정 상황과 맞물리면 아래로부터의 격변으로도 나타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주변국들은 북한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권력 교체기인 현 상황을 이용해 새로운 권력층이 자신에게 친화적이 되도록 서로 암투를 벌이며, 바로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포퓰리즘적 자유주의자들도 비록 화해와 협력이라는 견지에서이지만 마찬가지로 북한 현 체제의 안정화를 염원한다. 일부 좌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진정한 좌파라면 이와는 다른 태도를 취해야 한다. 북한의 노동계급이 앞으로 펼쳐질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투쟁에 나서기를 바라야 하고,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이것은 그저 먼 미래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