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한 인사는 최근에 이렇게 말했다. “[김정일 사후] 북한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이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거나 자기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에 온갖 억측과 소설이 난무했다. 국정원장 원세훈은 ‘김정일이 탔다는 열차가 평양역을 떠나지도 않았다’는 얘기로 정보력 부재에 따른 비난을 피해 보려 했다. 심지어 왜 하필 김정일 사망이 이명박의 생일에 발표됐는지를 ‘심각하게’ 분석한 언론도 있었다. 붕괴 예측 입장이든 안정 예측 입장이든 각자 자신의 희망을 사실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기본인 듯했다.  

대를 이어 계승?  북한 사회의 잠재적 불안정성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동요는 김정은 체제를 풀기 어려운 난관으로 몰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앞뒤로 알 수 있는 명백한 사실들과 그것에 근거해 전망할 수 있는 것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불확실성 속에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며 그런 불확실성은 북한 사회의 엄청난 잠재적 불안정성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잠재적 불안정성 

자유주의 성향의 북한 전문가들은 대개 ‘김정일 사후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너무도 조용하고 차분하다’며 북한이 안정된 권력 교체를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 애초에 우파들의 이런 ‘붕괴론’은 조야한 억측이었다 —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안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은 유훈 통치로도 그럭저럭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당국은 김정은 후계 체제 구축에 놀라울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김정은은 “경애하는 영도자”로 불리며, 곧 총서기 같은 최고 지위에 추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후계 체제를 빠르게 안정화하려는 이 시도는 오히려 잠재적으로 그만큼 불안정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나라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뜻인 것이다. 

주변국들의 반응도 북한이 진정으로 안정돼 있음을 보여 주기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불안정화를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중국 관료들이 김정은 후계 체제에 신속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북한의 불안정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불안정이 대량탈북 사태를 낳아 중국 사회의 불안 요인이 되거나, 미국·일본·한국에 개입 빌미를 줘, 실제로는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적 위협을 부르지 않을까 우려한다.

미국 정부도 북한의 후계 체제를 사실상 인정했고, 식량 지원 등으로써 당분간은 북미회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에 북한과 뉴욕에서 실무 접촉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런 분위기를 종합해 〈워싱턴포스트〉는 “누구도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고 실토했다. 

최근의 사태 전개로, 김정일 유고시 북한이 즉시 붕괴할 것처럼 떠들던 우익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사실뿐 아니라, 그 동전의 뒷면으로서 미국과 남한 당국이 북한을 붕괴시키기를 원한다는 자민통 계열 일부의 주장도 부정확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실제 상황은 이보다는 복잡하다. 

잠재적인 관료 내 갈등과 경제적·외교적 난제들

‘북한의 안정에 한반도의 안정이 달려 있다’며 아무리 희망 섞인 관측을 한다 해도 누구도 스물여덟에 후계자가 된 김정은 앞에 큰 시험대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다. 북한 〈로동신문〉은 2010년 1월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금 우리 나라는 정치사상적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군사 면에서도 강국 지위에 올라섰지만 인민 생활에는 걸린 것[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 수령님은 인민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 살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고백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인민 복지 향상을 약속했었다. 

이제 경제 발전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인민을 달래는 것은 김정은의 몫이 됐다. 그러나 1990년대 산업 가동률이 평균 30퍼센트 수준이었고, 2000년대에도 경제가 그다지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과제를 성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가 회복되려면 국제 금융기구들로부터 돈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 회복은 대외정책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선, 북미관계를 잘 풀어야 한다. 일본으로부터 받으려던 보상금도 2002년 북미 관계가 어그러지면서 받기 직전에 날아갔다. 

북미관계는 핵·미사일 문제와 직결되는데, 핵·미사일 포기와 보상 간 함수는 여러 변수 속에서 북한 관료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는 쟁점이다. 

당분간 북한 당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시작된 나선과 황금평 등 경제 특구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개혁의 속도와 폭을 둘러싼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미 북한 관료들 사이에서는 ‘정치 중심’이냐 ‘경제 개발·실용주의’냐 하는 미묘한 강조점 차이가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생기는 변화를 둘러싸고도 대응이 갈릴 수 있다. 예를 들면, 북한은 점점 중국 경제에 원료를 공급하는 구실을 하고 있는데 — 북한의 대중국 지하자원 수출은 2009년 2억 달러에서 2011년 10억 달러로 증가했다 — 이렇게 되면 중국 경제의 등락에 민감해지고 정치적으로도 중국의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 있다. 

게다가 미중 관계라는 더 상위 차원의 불확실성은 북한 대외정책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미국과 중국은 밀접하면서도 갈등하는 관계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 하며, 중국은 미국과의 충돌을 원하지는 않지만, 핵심적 이해관계를 침해당하면 그냥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로 말미암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불안정화 경향 속에서 북한은 양국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언제든지 이용하려 할 수 있는 취약한 국가다. 

맺으며

요컨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의 북한은 위험 요소가 곳곳에 있는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고, 젊은 상속인은 머지 않아 경제와 대외관계의 풀기 어려운 고차원 방정식에 부딪힐 것이다. 불행히도 이 방정식은 관련국들이 단기적인 협조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훨씬 더 넓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동역학에 달려 있는 문제다. 

12월 20일자로 발표한 다함께 운영위원회 성명서(〈레프트21〉 12월 21일치에 재게재)에서도 지적했듯이, 진정한 좌파라면 북한 현 체제의 안정을 염원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장래 펼쳐질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북한의 노동계급이 민주주의와 자기 자신의 해방을 위한 혁명적 투쟁에 나서기를 바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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