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6~27일에 서울에서 제2차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미국이 주도하고 47개 핵무기·핵발전소 보유국이 참가하는 이 회의의 공식 의제는 ‘핵테러 방지’다.

이들이 말하는 ‘핵테러 방지’의 핵심은 북한, 이란 등 자신들이 승인하지 않은 국가들의 핵 개발과 보유를 막고 압력을 넣겠다는 것이다. 

2010년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대화하는 이명박과 오바마  ‘핵안보’는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국주의적 압박을 정당화하려고 지어낸 말이다.  ⓒ사진 출처 백악관

세계에서 가장 전쟁을 많이 일으킨 미국이 중동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구호를 만들어 냈듯이, 세계 최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이 북한이나 이란에 대한 제국주의적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만든 슬로건이 이른바 ‘핵테러 방지’인 것이다. 

실제로 이 회의가 진정으로 겨냥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 나라 정부 당국자들도 애써 숨기지 않는다. 외교통상부 장관 김성환은 “핵안보정상회의가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전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떨어진 원자력에 대한 신뢰 회복”(김종신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 조직위원장,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주요 목표로 밝히고 있다. 일본 핵 재앙을 보고도 이 ‘죽음의 발전’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를 위해 정상회의 한 주 전에 세계 핵산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대규모 회의를 한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핵무기·핵발전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이 죽음과 재앙의 회의를 반대한다는 관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데 핵안보정상회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진보진영 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 대응을 위해 여러 차례 열린 회의에서 일부 NGO 활동가들은 이 회의의 공식 의제가 주로 핵발전 문제이므로 진보진영의 대응도 주로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회를 이용해 핵발전소 반대(‘탈핵’)를 선전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핵발전 문제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부문주의도 작용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것은 핵안보정상회의에 반대하는 행동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핵발전을 반대하기 위해서라도 단지 선전이 아니라 핵발전을 부추기는 강대국들의 모임과 논의를 막아야 한다. 또한 핵발전과 핵무기는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따라서 핵무기·핵발전을 통해 세계를 재앙으로 몰아가는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패권 추구에 대한 분명한 반대가 중요하다.

핵무기 문제에서도 누구의 핵이 진정한 문제인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진보진영 내에서도 미국 제국주의와 북핵 문제에 대한 관점은 단체마다 상당히 다르다.

뜨거운

예컨대 일부 진보 단체들은 북한의 핵보유와 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대해 양비론적 태도를 취해 왔다. 반면 일부 진보진영은 북한의 핵보유를 불가피한 ‘자위적’ 수단으로 옹호한다. 

그러나 우선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양비론적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야말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친미국가들의 핵 무장을 용인해 온 주범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이 낳은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선제공격론’까지 들먹이자, 북한은 핵 무장을 통해 안전을 도모하려 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 등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핵무기에 우선해서 반대해야 하고, 이란·북한에 대한 강대국들의 위선적·패권적 압박에 동조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 개발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 보유는 진정한 반제국주의 투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핵무기는 미국의 전쟁광들이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민중의 목숨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진보진영은 미국의 위선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압력에 단호하고 일관되게 맞서 싸우면서 모든 핵에 반대하는 견지에 서야 한다. 

그러려면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해서도 분명히 반대하고 이에 맞서는 대중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그 점에서 일부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핵안보정상회의 ‘반대’ 슬로건 채택을 거부하는 것은 아쉽다. 지난 12월 16일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워크숍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벌어졌다.

‘반대’보다는 ‘탈핵’이라는 대안 전략을 더 강조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런 관점을 가진 활동가들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을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도 아니다. 반핵이나 탈핵 같은 구호가 실현 가능하지 않고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거나 ‘역풍을 부를 수 있다’며 노후 핵발전소 폐쇄,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반대 같은 부분적 요구만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처럼 정부와의 대립을 회피하는 수세적인 태도가 핵안보정상회의 ‘반대’에 대한 부정적 태도로 나타나는 듯하다.

‘핵안보정상회의 반대’를 분명히 하는 것은 민주통합당까지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듯하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핵에 대한 원칙적 반대가 아니라 ‘원전재검토’ 등을 내거는 것으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

핵발전은 현상 유지를 하면서 ‘안전’하게 관리할 문제가 아니다. 핵발전을 폐쇄할 때 진정한 안전이 가능하다. 일본 핵 재앙이 그것을 보여 줬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핵안보정상회의를 분명히 ‘반대’하며 핵무기·핵발전을 퍼뜨려 온 핵 강대국들의 계획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