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는 기관지 24호에 ‘3자 통합당이 진보정당? 다함께의 기회주의를 비판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를 쓴 손상일 동지는 11월 16일 열린 ‘노동자 정치세력화 평가와 과제’ 토론회 당시 내가 한 발언을 비판하며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와 개입을 열어두는 다함께는 기회주의’라고 주장한다.

우선, 나는 참여당과의 통합으로 통합진보당이 탄생한 것에 대한 사노위와 손상일의 비판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한다. 그래서 11월 16일 토론회에서도 통합진보당에 참여당이 합류하게 된 것은 후퇴라고 주장했다. 좌파라면 마땅히 이에 반대해야 했고, 나와 내가 속한 다함께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해 투쟁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통합진보당 지도부의 우경화 시도나 잘못에 대해 비판하며 좌파적 세력을 규합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와 개입 가능성 자체를 닫아두는 것으로 연결될 필연성은 없다. 이 점이 손상일 동지와 나의 차이점이다.

손상일 동지의 논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②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철회를 주장하면서도 통합진보당에 개입 여지를 열어두는 것은 모순이다. ③독자적인 사회주의 당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 상근간부층을 사회적 기반으로 하고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개혁을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다. 물론, 통합 과정에서 전임 정권에 참여했던 자유주의 세력이 들어오면서 인민전선적 성격이 뚜렷해졌지만 말이다.

손상일 동지는 이런 통합진보당의 기반보다는 상층 지도부의 행태와 이데올로기적 후퇴만을 보고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사실 사노위는 이런 관점 때문에 참여당과 통합하기 전에도 ‘민주노동당은 진보가 아니’라는 식의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나는 좌파가 통합진보당의 이런 기반을 보면서 지도부의 우경화 시도 등을 비판하며 개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한편,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은 부르주아 정당으로부터 독자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옳은 방침이었다. 그러나 여러 개의 진보정당이 출현한 상황에서 하나의 진보정당만 지지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해친다. 따라서 부르주아 정당에 대한 배타성을 유지하면서 복수의 진보정당 중에서 지지 정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둘 필요가 있다.

반면 손상일 동지처럼 민주노총더러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일뿐 아니라 부적절한 입장이다. 이런 입장에서 손상일 동지는 ‘배타적 지지 철회’ 주장과 ‘통합진보정당에 대한 개입’ 입장이 양립할 수 없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복수의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열어두면서, 그중 하나인 통합진보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개혁주의 정당에 개입하려는 자세가 ‘정치적 원칙을 훼손하는 기회주의’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혁명적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개혁주의적 대중 속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왜 “전술이라는 이름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이것은 원칙과 전술을 구분하지도, 전술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에서 개혁주의 정당이나 온건한 지도부 하에 있는 노조에 개입하고 이로써 그 영향을 받는 노동계급 대중을 획득하려는 시도를 꺼리는 경향은 늘 있어 왔다. 그런 노력을 일종의 ‘순수성의 훼손’으로 간주하는 태도에 대해 레닌은 매우 비판적이었다. 트로츠키도 특정 상황에서 개혁주의 정당 안에서 혁명가들이 활동할 필요를 강조했다.

손상일 동지는 ‘다함께는 통합진보당 지지와 개입을 열어둘 게 아니라 사회주의당 건설을 위한 독자적 행보를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11월 16일 토론회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사노위 동지들의 사회주의 당 건설 주장의 진정성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을 폭로하고 비판하면서 그 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지지를 가로막으면, 그 당을 지지했던 노동자들이 갑자기 사회주의 당 건설로 향해 올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아닌지 의아스럽다.

사회주의자들은 개혁주의 정당과 운동 속에서 공동의 실천과 정치적 논쟁을 벌이며 개입하길 회피해선 안 된다. 인내심을 갖고 참을성 있게 대중 속에서 작업해야만 운동에 영향력을 미치고 선진 노동자들을 획득할 수 있다. 단지 사회주의 당 건설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대중들 속에서 작업하며 선전·선동·조직화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사회주의 당 건설을 위한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