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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이란을 압박하는가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는 직접적 이유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시도다.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는 미국이 대이란 압박을 강화할 좋은 구실이 됐다. IAEA는 기존 입장과 달리 이란이 핵무기를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는 배경에는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 강화가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 지배를 공고히 해서 세계적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 바로 이 이유에서 미국은 2000년대 초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했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고통 받은 이라크 어린이 이란에서 이런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

그런데 의도와 달리 미국은 창피를 당하며 이라크에서 쫓겨났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이란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그래서 미국은 2006년에 이란을 공격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이스라엘과 공조해 레바논을 공격했지만 패배하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미국은 거듭 이란을 압박해 왔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다. 되레 미국이 막대한 원조로 이스라엘의 핵무장을 도왔다고 볼 수 있다.

이란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달리 미국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갖은 핑계를 들어 이란을 괴롭히는 근원적 요인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이란이 굴복하기 전에는 이란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테고, 군사적 공격 기회도 호시탐탐 노릴 것이다.

물론 이란은 이라크보다 훨씬 발전한 나라이므로 미국이 당장에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서 당한 굴욕 때문에도 주저할 수 있다. 게다가 심각한 경제 위기도 새로운 전쟁몰이에 제동을 거는 한 요인일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불협화음”을 내는 듯 보일 수 있다. 즉, 이스라엘은 당장 침공하려고 안달이 났는데 미국은 미적지근하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 차이를 너무 크게 봐서는 안 된다. 단적으로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신년 국정 연설에서 이란에 대해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지배자들은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 실추를 압도적 군사력으로 벌충하는 전략에는 모두 동의한다. 예컨대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은 비판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파키스탄으로 확장했다.

미국은 적절한 계기가 생기고 자신감을 회복한다면 능히 전쟁을 벌일 것이다.

이미 유엔 제재로 타격을 입고 있는 이란을 상대로 경제적 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것은 이란을 2003년의 이라크처럼 약화시킬 목적일 수 있다.

또한 이란 압박 강화는 아랍 혁명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아랍 혁명으로 미국 대중동 전략의 한 축인 이집트가 크게 흔들렸다. 이로 말미암아 또 다른 축인 이스라엘의 처지도 위태로워졌다.

미국은 리비아 혁명에 개입하면서 아랍 혁명 전체에 개입할 발판을 마련했지만 아직까지 아랍 민중을 통제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통제권

미국이 아랍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되찾으려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에 걸림돌 구실을 하는 이란을 길들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 지배자들이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는 중국을 견제하려 해도 중동 석유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한편, EU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식량 수출을 금지하는 독자 제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유럽 지배자들에게는 단순히 미국을 돕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중동 지역에서 독자적 이해관계를 구축해 보려는 계산이 있는 듯하다. 미국 패권의 약화 속에서 제국주의 간 주도권 다툼이 불안정을 더 부추기는 것이다.

지금의 험악한 분위기는 IAEA 사찰단의 이란 방문(1월 30일~2월 2일) 후에도 한동안 지속될 듯하다.

우선 IAEA 사찰단이 11월 보고서의 내용을 근본에서 뒤집는 입장을 내기는 힘들 것이다. 아마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 기술 수준이 당장 핵무기를 만들 만큼은 아니지만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 곧 도달할 수 있다는 식의 입장이 될 듯하다.

그러나 설사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미국의 이란 압박이 정당성을 얻는 것은 아니다.

이란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그것은 미국과 서방 열강이 수십 년간 이란을 압박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 서방의 이란 압박을 먼저 반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이란 제재 동참도 반대해야 한다.

이 점에서 한국의 일부 NGO의 주장에는 약점이 있다. 일부 NGO는 미국의 이중 잣대를 옳게 비판하고 한국의 이란 제재 동참도 분명히 반대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대응은 IAEA 사찰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사실로 밝혀졌을 때 자승자박의 논리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이란 압박으로 말미암은 피해는 아무 잘못 없는 이란 민중과 전 세계의 민중이 지고 있다.

최근 이란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면서 이란 리알화 가치가 폭락했고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란의 체감 물가가 거의 40퍼센트 상승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석유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전 세계의 노동계급과 민중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지금의 위기가 전쟁으로까지 치닫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미국의 이란 압박으로 세계가 한층 불안정해지고 이란과 전 세계 민중이 겪을 고통이 더 커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미국과 서방의 제국주의적 야욕이 멈추기 전에는 이 쟁점이 거듭거듭 불거지리라는 점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