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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의 해결책은 있는가

유로존 위기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전 세계적인 경제 불안정성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IMF는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12년 유로 지역 성장률을 마이너스 0.5퍼센트로 예상했다. 지난 9월에 1.1퍼센트 성장을 예상한 것에서 무려 1.6퍼센트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경제 성장률도 3.3퍼센트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위기의 심화에 대처한다며 1월 30일에 열린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는 지배자들의 갈등과 무능력 그리고 정신분열증을 보여 줬다.

새해부터 다시 시작된 그리스 파업 긴축 반대는 곧 유로존 탈퇴를 뜻하지만, 노동자들이 이를 꺼릴 이유는 없다.

우선, 유로존의 경제 대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번진 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필요하다는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재원 확대 방안이 무산됐다. 영국 총리 캐머런은 “위기국이 긴축을 할 때 다른 쪽에선 유로화 덕을 본 국가에게 부담을 지우는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독일이 더 많은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독일 정부는 재원 확대 방안에 완강히 저항했다.

위기의 대가를 누가 치를 것인지를 두고 유럽 지배자들 내에서 갈등이 계속되면서 유럽 지배자들은 무능력에 빠지고 있고, 위기는 유럽 금융권 전체로 퍼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은행들이 자금을 구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2월 말에 있을 유럽중앙은행(ECB)의 특혜성 대출 요청이 지난달보다 갑절 이상인 1조 유로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능력

반면, 유럽 지배자들은 재정적자를 GDP의 3퍼센트로 제한하는 신(新)재정협약에 다시 한 번 합의했다. 이는 임금·복지 삭감으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데는 이들 내에 어떤 이견도 없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런데 모순이게도 유럽 지배자들은 긴축정책으로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이 위기를 심화시킨다며 8백20억 유로를 투입해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긴축이 위기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배자들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다.

긴축이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은 유로존의 최약체국인 그리스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스 기업들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든다는 임금 삭감, 간접세 인상, 복지 삭감은 그리스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고, 이는 다시 세수를 줄여 그리스 재정 적자를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는 국채 이자 지급에도 허덕이고 있다. 그리스는 국채 이자만으로 매년 2백억 유로를 내야 하는데, 이는 그리스 정부 예산의 40퍼센트, GDP의 10퍼센트에 이르는 금액이다.

어느 국가도 이런 과중한 부담을 지속할 수 없다. 결국 EU, ECB, IMF 등은 그리스의 부채를 탕감해 주는 협의에 나섰다. 그러나 부채 탕감의 부담도 고스란히 그리스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그리스 국채는 이미 80퍼센트나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유럽 은행들이나 투기자본들에게는 추가적인 손실이 없을 테지만, 그리스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한 그리스 연금기금과 은행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EU나 IMF가 지원하는 ‘구제금융’은 그리스 민중을 구제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가 계속 이자를 내도록 해 거대 은행과 부자 들을 구제하는 데 쓰일 뿐이다.

물론 그리스의 재정을 확충할 다른 대안은 있다. 예를 들어, 위기를 피해 스위스 은행들로 도피한 그리스 자본이 6천억 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런 자본에 과세하면 긴축없이도 부족한 세수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EU와 IMF 등 유럽 지배자들은 이런 정책에는 한사코 반대한다. 그러면서 EU 지도자들, 특히 강대국인 독일 정부는 그리스 정부 예산이 EU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며 그리스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주장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민중을 위한 디폴트가 대안이다

긴축을 더욱 강화하려는 유럽 지배자들의 시도는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총파업을 벌인 그리스 노동자들이 투쟁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루마니아에서도 긴축을 강요하는 정부에 맞선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번 EU 정상회담이 열린 벨기에 노동자들도 파업을 벌였다.

그리스처럼 국가 부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것은 곧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유로존 탈퇴를 뜻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유로존 탈퇴에 슬퍼할 이유는 없다. ‘유럽 단일 통화’라는 계획 자체가 유럽 시장을 통합하고 노동자들을 쥐어짜 유럽 자본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리스 지배자들뿐 아니라 유럽 지배자들 상당수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한 방안으로 주장하고 또 예측하는 마당에 노동자들이 유로존 탈퇴를 아쉬워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오히려 이제 문제의 핵심은 그리스가 언제, 어떻게 디폴트할 것이냐다. 만약 EU와 IMF의 감독 아래 그리스 지배자들이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를 추진한다면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긴축 정책은 계속될 것이다.

반대로 그리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긴축을 저지하고 디폴트한다면 그리스 노동자와 민중을 위해 사회적 자원을 사용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노동자들의 승리는 유럽 노동자들의 모범이 될 것이고, 신자유주의적 유럽 통합이 아니라 진정한 노동자 국제주의의 토대를 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