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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운동 건설에 관한 제언

 이 글은 2월 1일 진행한 ‘2012 반값 등록금 원년 실현! 반값 등록금 국민본부 워크샾’에서 성지현 대학생다함께 활동가가 발표한 글이다.

1. 반값등록금 투쟁 — 선거보다 대중투쟁에 분명한 강조점이 있어야 한다.

올해 총·대선을 앞두고 반값등록금 운동에서도 선거와 투표가 강조되고 있다.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8기 총노선〉에서 8기 한대련의 목표를 “2012년은 반값등록금 실현의 원년, 19대 국회를 반값등록금 국회로 만들어 상반기 내 반값 등록금을 실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대학생 문제 해결-국민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국회와 대통령을 당선시키자!”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생 유권자 운동을 벌이고, 또한 3월 30일에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국민본부도 ‘올해는 반값 등록금 원년의 해’라고 규정하고, 투표 참여 운동이나 총선 후보 서약 운동을 중요한 계획으로 삼고 있다.

물론 올해 총·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패배하면, 이명박에 맞서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고, 개혁적 법안들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가능성도 높일 것이다. 이 때문에 선거에서 올바른 입장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거의 의미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 한대련이 올해 대중운동의 주요 구호로 꼽은 “19대 국회를 반값 등록금 국회로!”, “반값 등록금 거부 정당 의회에서 퇴출시키자”, “잊지 말자 디도스, 닥치고 투표하자”, “대학생이 투표해서 대학생의 삶과 세상을 바꾸자”를 보면, 선거가 거의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학 재단을 포함해 이 사회를 운영하는 자들은 선출되지 않은 자들이기 때문에 단지 투표만으로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은 대중 행동에 있다. 유럽의 무상 교육과 같은 복지도 투쟁의 고양기 때 이뤄진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선거와 대중운동 중에 분명하게 대중운동 건설에 강조점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실현은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 투표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전부터 사회 운동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선거는 대중투쟁의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

지난해 반값 등록금 운동은 분명 성과가 있었다. 가슴 설레는 구호인 ‘반값 등록금’이 서울시립대에서 현실이 됐고, 현재 많은 대학들에서도 운동의 압력으로 등록금을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해 각 대학에서의 투쟁과 이명박 정권에 대한 광범한 분노로 폭발했던 반값 등록금 운동은 기성 정치인들의 관심 정도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운동의 주요 리더들이 대중의 자발성을 고무하고 뚝심있게 대중운동을 건설하기보다는 국회에 압력 넣기 정도로, 기성 정치인에 의존해서 운동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 정치인들이 관심을 보이면 운동이 뜨고, 아니면 운동이 가라앉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학내에서 대학 당국에 맞선 투쟁을 잘 건설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반값 등록금 투쟁이 급속하게 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3월부터 여러 대학에서 총회가 성사되는 등 활발한 학내 투쟁이 있었다. 학생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을 둘러싸고 학내에서 대중 운동이 잘 건설돼야 자신감이 높아지고, 학생들이 정부를 향한 투쟁에도 더 잘 나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이대나 고대 등, 한대련 내 일부 경향의 총학생회가 3월에 분출했던 투쟁 동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고, 학내 투쟁과 접점 없이 반값 등록금 투쟁을 강조한 것은 아쉽다.

올해 대부분의 대학들은 감사 결과조차 빠진 등록금 소폭 인하를 하고 생색만 내고 있다. 여전히 살인적인 등록금으로 학생·학부모는 고통 받고 있다. 때문에 올해도 학교 당국에 맞선 투쟁을 건설하고,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즉, 대학 당국에 맞선 등록금 인하 투쟁과 정부에게 교육 재정 확충을 통해 국공립대학부터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투쟁이 중요하다. 이런 투쟁이 있어야지만, 정치권도 압력을 받을 것이다. 대중운동에 명확한 강조점을 두고 선거와 결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2. 총선과 대선 대응 — 진보 후보를 지지하자.

한대련과 반값 등록금 국민본부는 “반값 등록금 원년의 해”로 만들자는 목표 아래 투표참여 운동과 국회의원 서약 운동, 서약하지 않는 국회의원 낙선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투표 참여나 낙선 운동만으로 충분한가? 투표 참여나 낙선 운동은 불가피하게 대안 문제를 제기한다. 즉, 선거에서는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중요하다. 누구를 지지할지 분명하지 않은 채, 투표 참여만 주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투표 참여의 동기도 떨어진다.

‘2030 정치 세력화’를 통해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 한나라당도 청년들에게 구애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에서도 청년 비례 대표를 모집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서도 청년 비례 대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물론 살인적인 등록금, 높은 실업률, 불안한 미래를 강요당하는 오늘날 대학생·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저 아무 정당으로나 ‘정치세력화’한다고 해서 청년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문제는 청년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즉 정치의 내용이 중요하다. 선거에서 어떤 정치를 가진 사람을 지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가? 선거 때 하는 반값 등록금 서약 운동에 서약한 후보들인가?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선거 기간 반짝 대중들의 의제에 관심있는 척하다가 막상 당선 후에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때문에 단지 선거 기간에 하는 말만이 아니라 그동안의 실천과 주장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과 대학생들의 문제 해결에 가장 명확한 대안을 가지고, 일관되게 운동을 건설해 온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게 필요하다. 그동안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들은 꾸준히 교육 재정 확충과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무상 교육을 주장하고, 투쟁을 건설해 왔다. 대학 구조조정에도 일관되게 반대했다.

물론 민주당과 같은 개혁 정당들도 이번 반값 등록금 운동에 일부였다. 민주당 역시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면서 올해 투쟁에 참가했다. 이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반값 등록금의 재원 마련의 한 방안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6월 6일 반값 등록금 집회에서 ‘소득별 단계별 반값 등록금’을 주장했다가 대중들의 야유를 받고 입장을 철회한 것처럼, 민주당은 운동의 압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불철저하고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지난 노무현 정권 기간에 민주당은 등록금 인상에 주된 책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진보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곳에서는 개혁적으로 여겨지거나, 반값 등록금을 내세우는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다. 때문에 최종적 상황에서 투표 전술을 유연할 수 있다. 그러나 그전에 조직적으로 진보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