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사회협약의 허구 - 임금을 덜 줘 일자리 만들겠다?

 

지난 2월 8일 정부와 재계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모여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협약은 이름만 “일자리 만들기”일 뿐, 실제로는 임금 동결과 노사관계 ‘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임금과 노사관계 안정의 필요성에 대해 노사정이 인식을 공유한 것이 가장 큰 의미”라며 이 협약을 반겼다.

노무현도 “노사 문제가 제일 걱정이라는 데 국내외 투자자가 같은 목소리를 내 왔다”며 “이 협약이 국내외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의 가장 큰 문제는 1997년부터 지금껏 일자리를 축소시켜 온 정책을 밑바탕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 협약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시장 유연성” 높이기에 협력하라고 요구한다. 한편, 기업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조처들이야말로 지난 몇 년 동안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과 실업자를 양산해 온 주범이다.

경총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할 경우 연간 약 30만 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인건비(6조 1천9백52억 원)가 나온다고 말한다.

경총 부회장 조남홍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며 노조 지도부도 이 문제를 의식하고 있다”고 넌지시 민주노총 이수호 신임 지도부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보다 사회의 빈부 격차가 훨씬 더 심각하다.

더구나 민주노총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총액임금은 여전히 평균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3.6인 가족의 경우엔 1백만 원 이상 부족하다.

반면, 지난해 여러 업체들이 불경기 속에서도 순이익을 많이 냈다. 만약 제조업체들이 지난해 1∼3분기 순이익(20조 1천억 원)을 내놓는다면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보장하고도 약 1백만 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인건비를 마련할 수 있다.

민주노총 새 지도부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임금동결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과 시간외 근무 단축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노총이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동결 방안에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옳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하는 이유는 기본급만으로 살기 어렵기 때문이므로 시간외 근무 줄이기 운동도 실질임금 감소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재원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기업주들이 대도록 강제해야 한다.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 서명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밖에 남아 있던 지난 5년 동안에도 노사정위 안에서 똑같은 구실을 해 왔다.

그러나 그 기간에 조합원이 늘어난 것은 한국노총이 아니라 민주노총이었다. 한국노총의 전투적 부문들은 민주노총으로 옮겼다.

노무현은 노사정위에 들어오라고 민주노총 새 지도부에 압박을 넣고 있다. 우리는 민주노총 이수호 지도부가 밖에 남아 임금 동결 압박에 맞서 투쟁하기를 바란다. 자동차 업종처럼 지난해 이윤을 많이 남긴 대기업의 노동자들이 잘 싸워야 다른 노동자들도 자신감을 얻어 더 잘 싸울 수 있다.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이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윤에 눈먼 탐욕스런 ‘기업들’은 일생을 바쳐 일해 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지난 5년 동안 거리로 쫓아냈다.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인 반자본주의 정신이 우리의 일할 권리를 지켜 줄 것이다.

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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