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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논평:
미국의 ‘후반전’은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미국도 이제 하프 타임입니다. … 미국은 한 방에 나가 떨어지는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후반전이 남아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 슈퍼볼 경기의 하프 타임에 방영된 크라이슬러 광고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던진 멘트다. 이 광고는 그 뒤로 거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공화당의 핵심 책략가 칼 로브는 이 광고가 오바마를 위한 정치 선전이라고 주장했다.

크라이슬러는 한때 세계 자동차 업계를 주름잡은 지엠(GM)과 더불어 2009년 초 오바마 정부에 의해 파산으로 내몰렸다. 미국 재무부가 두 회사의 대주주가 됐고 전미자동차노조(UAW)에 다수의 공장 폐쇄와 신규 인력에 대한 임금 및 복지혜택 삭감을 골자로 한 잔인한 합의안을 강요했다.

이제 지엠과 크라이슬러 모두 생산과 매출이 오르고 있다. 이는 더 크게 보아 미국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 2년 사이 미국의 생산직 일자리 수는 40만 개 늘었는데, 이는 선진국 가운데서는 가장 큰 증가폭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이렇게 보도했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겠다는 미국 기업과 외국계 기업 들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도요타는 하일랜더 SUV 모델 생산을 일본에서 미국 인디애나 주로 이전하려고 4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인 4백 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라고 이번 주에 밝혔다. 심지어 중국으로 이전했던 공장을 ‘리쇼어링’[‘오프쇼어링’의 반대말, 해외로 이전한 공장을 다시 국내로 이전하는 것]하는 기업들도 있다. 중국이 거대한 제조업 호황을 누리긴 했지만 임금 상승으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체의 산출량과 고용도 비록 더딘 속도지만 증가하기 시작했다. 침체된 경기와 높은 실업률 때문에 지지율이 형편없던 오바마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관

갈수록 가관이 돼 가는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선도 오바마의 11월 재선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이른바 선두 주자라는 모르몬교 출신의 사모펀드 재벌 미트 롬니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정치인인 뉴트 깅그리치, 동성애 혐오가 장기인 가톨릭 신자 릭 샌토럼, 그리고 남북전쟁에서 남부연합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금태환제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론 폴 같은 경쟁자들을 여전히 따돌리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미국 지배계급이 오바마보다 이 얼간이·미치광이들 가운데 한 명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따지고 보면 오바마도 지난달 새해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복귀”를 선포하는 등 최근 들어 무척이나 제국주의적인 언행을 보였다.

국정연설 직전에도 오바마는 네이비실 부대의 기습 작전을 성공시킨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의 공로를 공개적으로 치하했다. 더티 해리[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오바마를 찬양할 만도 하다.

정치 철학자인 앤드류 레빈은 이렇게 논평했다. “오바마가 최근 들어 [네오콘들의] 주된 논지를 수용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 미국의 패권은 쇠퇴하지 않았고 오히려 또 한 번의 영광스러운 미국의 세기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논지 말이다. 이런 주장이 시사하는 바는 앞으로 미 제국이 큰 암초를 만나지는 않을 것이고, 따라서 항로를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 지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몰락을 말하던 최근의 논의들이 대단히 과장돼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바마가 로널드 레이건을 흉내내듯 “미국에 아침이 돌아왔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

미국 경제의 호전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기가 바닥을 기었던 것에 견주면 나아진 것이고, 경쟁자들의 상황에 견주면 그나마 나아 보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양대 수출 대국인 중국과 독일의 경기도 둔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위기의 늪에 빠져 있고 이 위기는 금방이라도 더 나빠질 수 있다. 게다가 오바마가 미국의 군사적 개입 수위를 낮추고 싶어 하는 바로 그 지역, 즉 중동에서 거센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이집트, 시리아, 그리고 이란을 보라.

이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걷잡을 수 없는 불길에 휩싸인다면 미국 지배계급은 머지않아 자기 힘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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