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레프트21〉에 실린 ‘통합진보당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기사에서 박성환 씨는 통합진보당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고, 이는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진보의 존재감을 스스로 갉아먹은” 탓도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통합진보당 내부의 역학 관계를 보면, 계급적 기반이 상이한 정치 세력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 때문에 위기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

통합진보당이 위기라고 진단하는 많은 사람들은 최근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통합 직후보다 비교적 낮은 것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서구보다 국가 탄압 수준이 높고 진보정당 활동에 온갖 제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3~4퍼센트의 지지를 얻는 것을 낮다고 폄하하는 것은 일면적이다.

게다가 3~4퍼센트의 지지율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얼마 전까지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낮아진 것은 친노 세력이 민주통합당 지도자들로 부상하고 그들이 ‘좌클릭’하면서 일시적으로 진보정당의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매우 유동적일 수 있다. 〈한겨레〉 2월 14일치 기사를 보면, 2040세대 중 “나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77.7퍼센트나 됐다. 이는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4월 총선에서 40퍼센트가 민주통합당에, 17.3퍼센트가 통합진보당에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통합진보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 비율은 새누리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 비율(16.7퍼센트)보다도 높았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될 곳을 밀어주자”는 심리가 강해질 수 있음에도, 통합진보당이 약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대선에서 68.1퍼센트가 ‘양극화 해소와 공정한 분배를 중시하는 인물’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지배자들의 고통전가로부터 자신의 삶을 방어하고픈 대중의 열망이 표현된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바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의 삶을 방어하고픈 대중의 열망 덕분에 부상하곤 했다. 이런 조건 때문에 통합진보당은 위기 속에서도 약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한편, 박성환 씨는 “상당수 사람들이 친노 세력이 부상한 민주통합당과 ‘노무현(과 전태일) 정신을 계승한다’는 통합진보당이 무엇이 다른지 헷갈려 하는 판”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 차별성을 제대로 긋지 못해서 위기를 겪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분석은 현실과 맞지 않다. 정치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에게나 두 당이 구별되지 않게 보일 뿐이다. 다수의 선진 노동자들과 정치적 관심이 약간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참여당과의 통합 이후에도 통합진보당이 여전히 조직 노동운동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라는 점 때문에 두 당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여긴다.

통합진보당 내부의 역학 관계를 중심에 놓고 사고하면, 큰 그림을 놓치게 될 수 있다. 최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통합진보당에 대거 입당하거나, 전여농 등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결정하는 등 통합진보당에 대한 대중운동 단체들의 지지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봐야 한다. 2월 5일 통합진보당 총선승리전진대회에 7천 명 가량이 참석해 높은 열기를 보여 준 점만 봐도 통합진보당의 위기를 과장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