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본지 75호에 실린 ‘세종호텔 - 파업 38일 만에 얻은 성과’에 관한 독자편지다.


박설 기자는 기사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의 아름다운 연대투쟁으로 35년 만에 처음으로 조합원들이 직접 파업을 통해 구조조정에 제동을 건 성과가 있는 투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굳이 “승리”라는 표현을 쓰질 않았다.

과연 세종호텔 투쟁이 성과는 낳았지만 “승리”라는 표현을 쓰기엔 부족한 투쟁이었을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단지 38일 간의 파업만을 봐서는 안 된다. 좀더 시야를 넓혀 이 투쟁이 무엇을 둘러싸고 벌어졌는지를 봐야 한다.

그동안 세종호텔 투쟁 관련 〈레프트21〉 기사만 봐도 사측은 구조조정을 위해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

2009년 경영에 복귀한 MB맨 주명건은 다른 호텔보다 높은 인건비 때문에 자신의 몫이 적은 것에 불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2003년에 그랬던 것처럼 용역회사를 만들어 호텔 일을 외주화해 인건비를 줄이고 싶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를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을 것이다. 파업 직전 폭로된 ‘(주)세종서비스’를 만든 것은 그 첫걸음이다. 사측은 2010년 10월에 그동안과 달리 단호하게 싸웠던 노조를 보면서 구조조정 추진을 위해서는 먼저 노조를 말살해야 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2010년 당기 순이익이 11억원인 회사가 노조 탄압을 위한 컨설팅비용을 2억원이나 썼다는 소문은 회사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노조 간부 부당전보 등 노조 탄압, 복수노조 설립, 교섭권 박탈 시도 등은 모두 구조조정이라는 전쟁에서 벌어진 전투들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전투에서의 승리가 중요하지만, 모든 전투가 전쟁 승리를 위해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전투가 있다. 노조 간부 부당 전보 같은 문제가 그런 전투다.

노조는 작년 1월 있었던 임신부 회계감사 부당전보에 단호하게 맞서 승리했지만, 다른 부당 전보는 제대로 싸우지 않고 넘어갔다. 노조가 노조 간부 탄압에 맞서 이를 방어해 주지 않는 것은 우리측 사기에 심각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런 중요한 전투에서의 패배가 전쟁에서의 패배로 당연히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종노조 투쟁이 그랬다.

노조는 사측에 맞서 9월 말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을 변경하고 노조를 쟁의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등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호텔 정문 앞 집회 등을 통해 점점 투쟁 수위를 높였고, 1월 2일 파업을 시작했다.

3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나선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희망뚜벅이의 연대를 포함한 다양한 연대에 힘입어 38일 만에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고용안정협약 준수’라는 성과를 통해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을 저지했다. 회사에서 ‘고유 권한’이라며 절대 양보 안 할 것처럼 보였던 인사권 문제도 앞으로는 직원 의사를 먼저 듣고 전보하겠다고 했다. 물론 노조도 지켰다.

분명한 승리다.

이런 승리의 배경에는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타협하지 않은 세종노조의 올바름이 중요했다. 그래서 희망뚜벅이 등이 연대할 수 있었다. 다른 투쟁에 쉼없이 연대한 세종노조 조합원들의 태도도 승리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런 세종노조와 조합원들은 다른 노조에 충분히 본보기가 될 만하다.

한편 세종노조의 앞으로의 과제도 중요하다. 사측은 구조조정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종노조는 여전히 소수 노조다. 드러나지 않아도 파업 참여 조합원과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 사이에, 세종노조 조합원과 그렇지 않은 조합원 사이에 감정의 골이 생겼을 것이다.

따라서 세종노조는 이번 투쟁의 승리를 발판으로 다가올 다음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 소수 노조인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 투쟁의 승리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사기와 투지가 높은 것은 좋은 조건이다. 파업 이후 친사측 노조 조합원 사이에서 ‘우리도 회사 쪽과의 관계를 끊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술렁임도 있다고 한다. 이런 유리한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세력관계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세종노조는 어서 빨리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과 이번 투쟁의 평가를 분명히 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외주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구조조정 저지, 퇴직한 직원의 자리에 채워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파업 평가에는 박설 기자가 지적한 노조 지도부의 머뭇거림, 전투적 현장 조합원 요구 외면하기 등의 잘못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투쟁의 승리가 이런 잘못을 덮는 이불이 돼선 안 된다.

파업에 함께한 조합원들도 파업을 이탈하거나 참여하지 않고 다른 노조로 옮겨간 조합원들을 ‘배신자’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38일간의 파업을 승리로 이끈 세종노조 조합원들은 자신이 깨달은 것, 노동자가 스스로의 힘을 통해 투쟁에 나서면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다른 노동자들에게 전해야 할 임무가 있다.

이런 과제를 훌륭하게 수행해 더욱 튼튼하고 민주적인 세종노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