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세종호텔 투쟁 평가에 관한 박천석 동지의 독자편지에 대한 답변이다.


박천석 동지가 세종호텔 투쟁에 관해 의견을 보내 왔다. 자신이 싸움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타 작업장 투쟁에 관해 구체적으로 평가해 보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고무돼야 한다.

다만, 나는 몇가지 점에서 박천석 동지의 견해를 동의할 수 없다.

첫째, 박천석 동지는 이 투쟁이 “단지 ‘의미있는 성과’만 얻었는가?” 하고 물으며 승리를 인정하라고 했다.

물론, 굳이 ‘승리냐 패배냐’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세종호텔 투쟁은 승리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고용안정 협약 준수 등은 구조조정 시도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었다. 38일간이나 이어진 첫 파업으로 노동자들의 결속력과 자신감이 높아지는 등 조직적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의 자기제한적 태도 때문에 부당 전보 문제에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부당 전보 문제는 박천석 동지도 “중요한 전투”였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때문에 적잖은 노동자들이 흔쾌히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30퍼센트가 넘는 반대(혹은 기권)가 있었다. (찬성률은 투표자 대비 68퍼센트, 끝까지 투쟁한 전체 노동자 대비 63퍼센트였다.)

따라서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평가하는 게 공정할 것이다. 단순히 ‘승리’라고 평가해서는 이런 아쉬움과 약점을 담기 어렵다.

둘째, 박천석 동지는 파업 이전에 벌어진 공격에서의 패배가 “전쟁에서의 패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가 파업 이전까지 노동자들의 불만을 자제시키거나 투쟁을 회피했던 것은 전쟁에서 걸림돌이 됐다. 조합원수가 줄어 파업의 효과가 미미했던 것은 이 때문이고, 투쟁의 타이밍도 뒤늦었다.

더구나 노조 지도부의 동요와 주저는 파업 이전까지만의 일도 아니었다. 이들이 파업 돌입 이후부터라도 단호하게 싸움을 밀어붙였다면 더 빨리 더 많은 성과를 따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조 지도부는 사측의 눈치를 보며 영업에 타격을 주길 회피했다. 그러는 사이 투쟁 전망이 밝지 않다고 느낀 노동자들이 파업 대열을 이탈했다.

박천석 동지는 ‘세종호텔 노조는 다른 노조의 본보기’라고만 할 게 아니라, 파업 당시 노조 지도부에게서 드러난 이런 약점들도 공정하게 봤으면 한다.

박천석 동지는 “파업 이후 친사측 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 ‘우리도 회사 쪽과의 관계를 끊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술렁임도 있다고 한다”며 이 “유리한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지적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박천석 동지의 말처럼, 앞으로의 투쟁이 중요하다. 세종호텔 노조의 규모는 아주 작고, 사측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공격을 계속할 것이다. 따라서 노조는 지난 투쟁의 약점을 반면교사 삼아 더 단단한 투쟁의 구심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