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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방학 쟁취를 위한 활동 경험담

경기도에는 권위적인 학교가 많은 편인가 봅니다. 서울에서는 봄방학 때 2일이나 3일 정도만 일하고 쉬는 학교가 많은데, 경기도에는 봄방학 때도 계속 출근하라는 학교의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모든 교사들에게 계속 출근하라는 식이었습니다.

저는 비록 저희 학교에서 전교조 조합원이 저 혼자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교장 선생님과 논쟁을 해 결국 이겼습니다. 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가치있을 것 같아 글을 씁니다.

학교 측은 방학 직전 회의에서 봄방학 기간 ‘전 교사 전일 출근’을 이야기했습니다. 딱히 학교에 나와 할 일이 충분히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채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며 불만이 쌓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여러 선생님들의 불만을 수집하고, 가까운 선생님들에게 업무 분장날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발언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미리 지지를 호소하고 사람들의 불만을 확인한 것은 저에게 발언을 할 수 있는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교직원 회의가 시작됐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나올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업무 지침을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선생님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적인 회의를 해야 합니다.”

권위적인 교감 선생님은 반말을 섞어가며 아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얼핏보기에는 선생님들도 별 반응을 하지 않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사람들의 응원을 확인한 상태였으므로 전혀 주눅들지 않았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교장실로 면담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부서 업무가 끝나면 누구라도 41조 연수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자신의 의도였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부장 선생님들에게도 강조해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것과 달랐습니다. 방학식 회의에서 교장 선생님과 교무부장님은 전 교사가 전일 출근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 업무를 지시한 바도 없어서, 선생님들이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장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선생님들이 봄방학에 쉬어도 좋다고 생각하신다면, 전체 교직원 회의에서 직접 가장 주요한 업무에 관한 지침을 내리십시오. 그리고 그게 끝나면 쉬어도 된다는 점을 밝히십시오. 그 뒤에 나머지 구체적인 업무는 부장님들이 얘기하면 됩니다.

“방학에 대한 교장 선생님의 원래 의도와 실제 선생님들이 이해한 것이 차이가 있었습니다. 회의에서 소통이 전혀 안 된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회의 때 질문하고 제안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래야만 소통이 되고 선생님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은 “시간상 회의에서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 없다. 부장단을 통해 미리 안건을 제출해야만 한다”는 요지로 답했습니다.

승리의 비결

저는 즉시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회의 안건을 미리 알려주지도 않는 상황에서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모든 회의는 즉석에서 발언하는 것을 보장합니다. 그것 없는 것은 회의가 아니라 보고입니다.

“특히 이번 봄방학 사례를 보면, 방학식날 열린 회의에서 문제 제기를 안 하니까 방학이 한참 지난 후에야 이 얘기를 하게 된 것입니다. 회의 때 질문과 문제 제기를 못 하게 하면, 그것은 강요입니다. 회의 때 즉석 발언을 할 수 없다는 말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런 대화 끝에 교장 선생님은 ‘주요한 업무를 완료하면 방학 때 쉴 수 있다’는 점을 교사들에게 직접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승리한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짜증을 내며 인사도 잘 받아주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개인적인 면담에서 이런 약속을 받아낸 것이기 때문에, 교장 선생님은 언제든지 딴소리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세한 소식을 담아 전체 문자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평소 저를 지지해 주던 선생님들에게 ‘41조 연수를 달고 집에 가자’고 조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구두로, 메시지로, 문자로 여러 응원을 받았습니다. 전교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직접 움직인다면, 교장 선생님도 더는 봄방학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저 학교에서 시키는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제가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불만 조직의 순서입니다. 저는 조합원이라도 먼저 조직하고 다른 선생님들의 불만을 촉발하자는 순서로 일을 하기보다는, 매우 엄청난 사람들의 불만을 파악하고 지지를 모은 후에 제가 앞장서 움직였습니다. 이것은 저의 정당성을 강화해 주었고 동료들 역시 제 싸움을 자신의 싸움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둘째, 공개적으로 주장을 한 것입니다. 저는 결코 제 개인이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이 불만을 갖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이것은 관리자들에게도 부담이 됐을 것입니다.

셋째, 결행의 타이밍이었습니다. 저는 교장과 개인적으로 한 면담을 결코 허투루 날릴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다음날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 교장이 발뺌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만일 그게 뒤늦었다면 관리자들과 보수적인 부장들이 꼼수를 부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타이밍을 잡았기에 지금 동료들에게 ‘실질적으로 방학을 하자’고 호소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행동을 계기로 올해 주변 동료들을 노동조합에 가입시키는 일을 해보겠습니다. ‘나는 1인 조합원 분회라 어쩔 수 없다’는 푸념을 하기보다는, 꾸준히 학교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나아가 전교조와 사회 진보의 전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