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19일 이틀 동안 2012년 ‘다함께’ 대의원 협의회가 열렸다. 2012년의 정세를 전망하며 사회주의자들의 한 해 과제를 토론하고 제시한 이 행사를 〈레프트21〉이 취재했다.


최일붕은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진 오늘날 혁명적 단체에도 기회가 열려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90년대 말부터 한국 자본주의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자본주의의 시작이 농민전쟁의 시기였다면, 자본주의의 쇠퇴기는 노동자 혁명과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등장하는 시기다. 지금 한국이 딱 그런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가 별로 위기의 심도가 다르며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한국이 이집트처럼 혁명적 상황이거나 그리스처럼 혁명적 상황으로 가는 길목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에 그곳의 노동자들보다는 덜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국은 현재 “개혁주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최일붕은 한국 노동계급의 모순적인 의식 발전 과정을 지적했다. “독재에 맞서 싸우다가 6월 항쟁이 열어놓은 파열구를 통해서 노동운동이 확장되었고 투쟁을 거치며 한국 노동자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자유주의자를 정권에 앉혀 놓고 보니 이 자들도 백지장 하나 정도밖에 더 나을게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자체적인 정당이 필요하다고 여기게 됐다.”

게다가 “언제까지 잘 나갈 것 같은 경제가 추락하는 것을 봤고, 평생 고용이 보장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퇴직금도 별로 없이 40대에 퇴직해야 하고 자식들도 불안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한국 노동 계급의 의식은 급진화하는 중이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뒤쳐진 의식도 자리잡고 있음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같은 신흥공업국 노동자들은 “한줌의 우익을 제외하고 계급연합으로 사회를 변혁하자는 민중주의”와 “작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사용자를 공격하자는 전투적인 노동자주의”가 혼합되어 있다. 이런 두 생각이 혼합된 효과는 흔히 개혁주의적인 사고로 나아간다.

개혁주의적인 의식이 지배하는 오늘날 한국에서 혁명적 단체가 폭넓게 조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해서 모든 대중이 개혁주의에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미 다함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대규모 촛불 항쟁과 반전 운동에서 크게 성장한 바 있다.

그는 다함께가 급속히 성장했던 2000년대 활동에서 부족한 점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의 새로운 세대는 “스탈린주의 같은 나쁜 전통이 없었지만, 정치조직 활동에 대한 거부감과 개인주의”가 있었고, 무엇보다 경험이 일천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세대가 질적 도약을 이루도록 훈련하는데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개입 과정에서 정치적 명확성과 능동성이 다소 흐려졌던 것도 지적했다.

이것이 조직상의 파편화도 부추겼다고 했다. “혁명조직의 목적 자체는 이런 파편화를 극복하는 것인데” 그것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과거의 약점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운동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참가하면서도 동시에 혁명적인 원칙, 자세, 가치관을 확보하고 체화해야 한다. 올 한해 간부를 축적하고 외연도 확장하는 이 두 가지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과제

이어서 발표한 김태현은 조직활동 상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일반화하며 개선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강조가 중요하다. 정세의 약한 고리를 포착해서 그곳에 몰입하는게 필요하다. 그리고 강조가 실천으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까지 발전시켜야 한다.”

또 활동가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상황에 떠밀려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왜 바쁜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하며 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두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전도된 시간 배분을 바로 잡을 수 있다.

김태현은 회원들이 능동적으로 서로에게 개입하려 해야 하고, 전술이나 정세분석, 사고를 누군가가 대신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독립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문제를 다 알고 있는 선수처럼 굴지 말아야”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약점들을 해결해 나갈 때 효과적으로 활동을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대의원들의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최영준은 “혁명 조직에서는 모두가 지도자다”는 말을 인용하며 이 말처럼 “회원들이 외향적으로 외부를 향해서 활동을 하고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려면 다른 단체와 운동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하고 회원들 서로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개입하려 해야 한다.”

김지현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운동에 개입”하자고 주장했다. “지역에서 벌어지는 운동에 개입하려고 한 후부터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동지들과 토론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생겼다”며 이런 관점이 우리 활동에 좋은 자극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지현은 “지구에서 노동자 회원과 학생회원들이 만나서 대화를 많이 하자”고 주장했다. 그래야 학생회원들과 지역회원들이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

박태현은 “회원들이 질적 성장을 하려면 정치 운동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해서 성과를 낸 경험을 말하며 “조직의 질적인 성장은 개입 속에서만 이룰 수 있다. 그 과정에서만 우리는 청중을 획득하고 양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입을 잘 하려면 우리 모두가 간부처럼 움직여야 한다. 간부를 늘린다는 것은 우리가 단지 상근자가 되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서로에게 보고하고 토론해서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