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19일 이틀 동안 2012년 ‘다함께’ 대의원 협의회가 열렸다. 2012년의 정세를 전망하며 사회주의자들의 한 해 과제를 토론하고 제시한 이 행사를 〈레프트21〉이 취재했다.


정종남은 “산업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하고 발표를 시작했다.

“KTX 민영화는 사실상 철도 민영화의 사전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MBC 파업은 KBS와 SBS로 확산되고 있고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희망텐트, 희망발걸음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3.8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청소 노동자들도 투쟁을 시작할 것입니다.

“이명박 4년 동안 공격받던 노동자들이 반격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계속 당하다가 이제 발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서서 따지고 싸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정종남은 이런 분위기 변화의 배경에는 지난 1~2년 동안 계속돼 온 투쟁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미FTA 반대 투쟁, 희망버스, 등록금 투쟁,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등에서 거둔 성과들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노동조합 간부들을 뛰어넘고 있지는 못합니다. 정부와 기업주들의 공격으로 입은 피해와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있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우여곡절이 있을 겁니다. 승패가 엇갈리고 성과의 크기도 매번 다를 것입니다.

“현안 투쟁에도 대응해야 하지만 이런 자신감 회복과 맞물려 몇년 뒤 더 큰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정종남 운영위원은 크게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노동조합팀이 자기 완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조직 전체의 자원을 활용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둘째, 부문 모임을 정례화하고 분기별로 한 차례 정도는 그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해야 한다. 셋째, 노동조합팀의 활동을 지구모임과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배우려 해야 합니다. 회원들 사이에서도 서로 배우려 해야 하고 지도하려 해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

박설은 세종호텔 파업을 사례로 노동조합 투쟁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기본적인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그렇게 높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 간부로서 활동하는 건 힘겨울 수도 있지만, 노동조합 간부가 된 활동가들은 언제나 관료주의의 위험을 경계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간부라고 해서 모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공평하게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더 선진적이고 전투적으로 싸우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합니다.

박설은 노동조합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노동조합이 갈 수 있는 한계까지 나아가도록 좌파적 선전 선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함께가 노동조합 투쟁에 연대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무엇보다 그 투쟁의 중요성을 잘 따져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 회원이 간부로 있는 노동조합이라고 해서 그 투쟁을 우선순위에 둘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노동조합 간부들의 눈을 통해 투쟁을 바라보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는 독립적인 입장에서 투쟁에 연대해야 합니다.

“대리주의로 나갈 위험도 있습니다. 이번 세종호텔 투쟁 연대 활동에서 우리 회원들은 이 점을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투쟁에 연대하고 있는 다른 단체 활동가들과도 서로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들의 경험을 충분히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훈

대의원 토론 시간에도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무려 서른명 가까이 되는 대의원들이 토론에 나섰다.

지난해 노동조합팀을 이끌어 온 박성환 동지는 자기비판적으로 교훈을 정리했다.

“지난해에 제가 저지른 실수로부터 실천적인 교훈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투쟁에서 전술을 내놓으려면 이론과 원칙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부차적인 문제들에 매달려 씨름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조직 전체에 보고하고 회원들과 상호 도전적인 토론과 논쟁을 해야 합니다. 서로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면 실수가 교정되지 않습니다.”

전교조에서 활동하는 박태현 동지는 노동조합팀이 다함께 교사모임을 성장시키는 데에는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공정한 평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적어도 뭔가를 했고 그것에 책임을 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실수에서 교훈을 이끌어낸 것이야말로 중요한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공공노조에서 활동하는 심선혜 동지도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 많은 투쟁들에 연대해, 내년에는 그런 것들을 두고 평가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각각의 투쟁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더욱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설노조에서 활동하는 김승섭 동지는 “변혁적 활동가들도 노동조합 간부가 되면 여러 압력에 노출됩니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전술을 내 놓고 그들을 이끌려 해야 합니다” 하고 지적했다.

기아차에서 활동하는 김우용 동지는 “노동조합팀은 신문지면을 통해 나에게 잘못된 비판을 하고는 전화로 사과하는 솔직하지 않은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전술 문제에서도 이견이 있었지만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고 따갑게 비판했다.

안형우 동지는 “우리가 경험이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하고 지적했다.

서로 배우기

이 회의의 의장을 맡은 최일붕 동지는 토론에서 나온 쟁점들을 정리하며 마무리 발언을 했다.

“우리는 노동자 회원들이 겪는 모순된 상황을 이해합니다. 엄청나게 의식 수준이 높은 동지들이라 다함께라는 매우 좌파적인 단체에서 활동하고 전투적인데, 지금 모든 노동조합이 그만큼 전투적이고 좌파적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기에는 이론과 실천의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이어주는 것이 전술과 전략인데 이를 채우려면 경험도 풍부해야 하고 이론도 필요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협력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최일붕 동지는 분석의 문제에 대해서도 좀더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를 정확하게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용어를 느슨하게 사용하면 분석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예컨대 한 달 가까이 유성 ‘파업’에 대한 보고가 있었는데 사실은 초기에 파업이 파괴되고 항의 농성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또 전술 문제에서 불가피한 타협과 배신적 타협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타임 오프 문제에서 먼저 무엇이 원칙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누구에게 돈을 받는가 하는 것은 누구에게 책임을 지는가 하는 것을 보여 줍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사측이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에게서 상근비를 받는 게 원칙입니다.

“다만 지금은 준비가 안 돼 있으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니 타협할 수도 있는 겁니다. 바로 이 불가피성을 확인해야 하고 만약 그렇다면 단결을 위해 타협할 수 있는 겁니다. 그게 아닌데 앞장서서 타협하면 그것은 배신적 타협이라는 겁니다. 타협의 목적이 분명해야 하는 겁니다.

“불가피성을 미덕으로 격상시켜서는 안 됩니다. 이 점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4시간 반 동안 이어진 토론은 반성적 평가에서 시작했지만 많은 동지들의 기여 덕분에 실천적인 과제를 남기고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