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다시금 민영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최근 KTX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중적 여론에 밀려 요금 인하, 재벌기업의 지분 소유 제한 등을 제시했지만, 이런 꼼수는 민영화 강행 의사만 분명히 보여 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민영화의 재앙을 막기 위한 투쟁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바로 10년 전에 민영화를 저지한 값진 투쟁 경험이 있다. 2002년 철도·발전·가스 노조의 공동 파업이 그것이다.

2001년 11월부터 ‘국가기간산업 민영화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됐고, 민영화가 예정된 철도·발전·가스 노동자들이 연대 파업을 준비했다. 2월 25일 역사적인 공동 파업이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2002년 2월 26일 10만 명이 참가한 연대 파업을 조직하고 전국에서 집회를 열었다. 

2002년 철도·발전·가스 공동 파업

38일

공공 3사 파업은 전국을 뒤흔들며 김대중 정부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었다.

특히 무려 38일 동안 지속된 발전 노동자들의 영웅적인 파업은 국민 여론의 81퍼센트가 발전소 매각에 반대하게 만들었다. 발전 파업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과 공공연맹의 연대 집회도 연달아 열렸다.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산개 파업’을 했던 발전 노동자들에게 수많은 노동자와 활동가 들이 숙식을 제공했고, 승리를 응원했다. 

이 때문에 지배계급 일부는 분열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26명은 “발전소 매각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 정부는 더는 강경책으로 노조를 자극하지 말라”고 했다. “이번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불안감이 정부를 엄습했다.

결국, 이 투쟁은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중단시키는 성과를 낳았다. 정부는 그 후로도 10년 동안이나 철도·발전·가스 산업을 민간에 팔아넘길 수 없었다. 

2002년 파업은 노동자들의 단결과 파업이야말로 민영화를 저지할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오늘날 이런 투쟁이 다시 조직된다면 얼마든지 이명박의 KTX 민영화 추진을 분쇄할 수 있다.

물론, 지난 투쟁의 약점에서도 배울 필요가 있다. 

효과적 무기

2002년에 발전노조와 함께 파업에 돌입했던 철도노조와 가스노조가 ‘공동교섭·공동타결’ 원칙을 어기고 먼저 복귀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두 노조가 타결을 미루고, 모두 승리할 때까지 공동 행동을 지속했다면 완벽한 승리를 얻었을 것이다.

가장 뼈아픈 실수는 파업 38일째인 4월 2일,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미 시작된 2차 연대 파업을 철회한 것이었다. 전국의 대공장 노동자들이 파업 집회를 위해 서울로 출발하고 각 연맹이 서울도심 곳곳에서 집회를 시작한 상황에서, 지도부가 확실한 양보도 없는 ‘노·정  합의’에 서명하고 파업 중단을 선언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었다. 

결국, 민주노총 지도부는 잠정 합의문을 파기하고 전원 사퇴해야 했다. 이런 비민주적인 일은 결코 반복돼선 안 된다.

한편, 당시 ‘산개 전술’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38일이나 버틴 노동자들의 높은 투지는 놀라웠지만, 동료들과 격리된 채 삼삼오오 숨어 지내면서는 집단적 자신감과 파업 대오의 자긍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거점에 집결해 파업 대열의 힘과 사기를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물론 경찰력의 거점 침탈에 대비한 연대와 지원이 중요하다.

지금, 철도노조가 KTX 민영화에 맞서 파업 등 본격적인 투쟁 준비에 착수했다. 2002년 공공 3사 파업의 교훈을 되새기는 것은 이번 투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