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송환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체포된 탈북민들의 한국 내 가족들은 2월 13일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이미 9명이 송환됐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우선, 중국 정부가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월경자”일 뿐이라며 탈북민들을 끔찍한 박해가 기다리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은 중단돼야 한다.

특히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김정일 사망 애도 기간”에 탈북하면 즉결 처분하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알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 청소년 수십 명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중국 대사관 앞에서 북송 중지를 호소했다.

무엇보다 강제 송환 위기에 처한 탈북민의 가족들이 느낄 애끓는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는 며칠 만에 1만 4천 명의 탄원 서명을 받았다.

우파 결집용 카드

중국 정부는 ‘불법 월경한 불법 체류자를 돌려보내는 것은 주권 국가의 권리’라고 말한다. 이 주장은 한국 정부를 비롯해 서방 정부들이 미등록 체류 이주민, 난민 신청자를 강제 추방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그래서 자신의 임기 동안 이주민 수천 명을 강제 추방했고, 중국 등 제3국에 대규모 수용 시설을 만들어 탈북민를 수용하려 한 이명박이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지독한 위선이다.

악어의 눈물  북한 식량 지원에 반대해 온 박선영 등 우파들이 탈북민 카드를 이용하는 것은 위선이다. 

무엇보다 이명박과 보수 우익 단체들은 탈북민의 압도 다수가 경제적 이유로 북한을 탈출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강경하게 대북 지원 중단을 추진해 왔던 자들이다.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자유선진당 박선영은 제3국에 탈북민수용소 설립을 적극 촉구해 온 인물이다. 또 일관되게 대북 식량 지원을 반대해 왔다. 2010년에는 수해를 입은 북한에 식량 지원조차 반대했던 자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쓰던 자를 지금 조중동이 ‘탈북자의 대모’라고 추켜세우는 것은 역겨워서 봐주기 힘들 정도다.

심각한 정치 위기로 몰리던 이명박과 우파들은 탈북민 문제를 오로지 우파 결집과 위기 탈출에 이용하기 위해 발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취임 4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이명박이 박선영에게 전화해 “좋은 계기를 만들어 주어 고맙”다고 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우파들은 한국 진보진영의 일부가 탈북민 문제에 침묵하거나 직시하지 않으려 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용하려 한다.

따라서 우리는 탈북민 가족들이나 평범한 사람들이 이번 강제 송환에 반대하며 중국 정부에 항의를 하는 것과 이명박과 우파들이 탈북민 카드를 이용하는 것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미중갈등과 탈북민

한국 정부의 비판에 중국 정부는 강제 북송을 강행하며 강경한 대응을 보이고 있고, 미국 의회는 3월 5일 긴급청문회를 열어 북한 인권 문제를 두들길 태세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 인권을 운운하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2004년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2011년 말까지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은 불과 1백26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잘 보여 주듯이 미국은 탈북민들의 고통에 무관심했다. 또 해마다 멕시코에서 미국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이 수백 명씩 죽어 가는 현실을 보라.

어쨌든 이제 이 쟁점은 국제적 정치와 세력 관계 하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밀접하면서도 갈등하는 관계가 반영돼 있다. “중국은 북한의 불안정이 대량탈북 사태를 낳아 중국 사회의 불안 요인이 되거나, 미국·일본·한국에 개입 빌미를 줘, 실제로는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적 위협을 부르지 않을까 우려한다.”(‘김정일 사후 북한의 앞날 – 유물론적 분석’, 〈레프트21〉 72호)

미국도 이 쟁점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압박하고 또 북한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회로 삼길 원한다.

결국 탈북민 카드를 이용해 서로 압박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세력 모두가 평범한 탈북민들의 고통에는 진정한 관심이 없는 것이다.

또한 미국, 중국, 한국 모두 북한의 심각한 불안정을 원하지 않고, 탈북민이라는 ‘짐’을 떠맡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국경 단속을 어느 정도 완화할 시점에 이런 긴장이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 역시 이 문제로 중국과의 갈등이 계속 커지길 원치 않을 것이다.

“조용한 외교”가 대안인가?

한편, 〈한겨레〉 등은 “탈북민 문제는 떠들수록, 정치·외교 문제화하면 할수록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며 ‘조용한 외교’를 주문한다.

이들은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한중관계도 좋아지고 탈북민 문제도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의 역사만 봐도, 이것은 탈북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관점이 아니었다.

“위장·기획 탈북의 부작용 예방” 운운하며 탈북민 정착지원금을 3분의 2 수준으로 대폭 삭감하고 탈북 브로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 것은 대북 화해 정책을 편 노무현 정부 때였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이 정책은 탈북민들의 한국 입국을 억제하고, 탈북민 수가 늘면서 생겨난 경제적 부담을 줄이며, 북한·중국과의 외교 관계 마찰을 피하려는 냉혹한 계산의 산물이었다.

민주당 정부의 ‘조용한 외교’는 〈경향신문〉 김진호 논설위원의 지적처럼 북한 주민들이 “몽골과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버마 등 중국 주변의 제3국으로 우회하기 위한 죽음의 행진”이 계속되는 ‘불편한 진실’을 방치하는 것이다.

노동자 국제주의

따라서 진보진영은 탈북민에 대한 정부와 우파의 추악한 위선을 폭로하면서도 북한의 피억압 민중 편에서 탈북민들을 환영하고 옹호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과 탈북민들은 모두 미국의 대북 압박, 이명박 정권의 대북 지원 중단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은 당사자들이다.

탈북민들에 대해 ‘즉결 처분’, ‘3대 멸족’을 운운하는 북한이 사회주의와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음은 물론이다.

주민들이 탈출을 선택할 만큼 굶주리고 절망에 빠진 상황에서도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있는 북한 관료들은 또 다른 억압·착취 체제의 지배자들일 뿐이다.

탈북민 문제를 미국과 남한의 냉전 우익들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부풀려진 거짓으로 치부하며 침묵해서는 안 된다. 당장 보수언론과 우익들은 진보진영이 이 사안에 침묵하는 것을 이용해 공격하고, 자신들이 ‘인권의 수호자’인 양 위선을 떨고 있다.

이 점에서 통합진보당이 이 사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조차 내지 않은 것은 아쉽다.

우리는 전 세계 피착취 피억압 대중과의 국제적 연대라는 관점에서, 탈북민들을 가로막는 북한, 중국, 그리고 위선적인 한국과 미국 지배자들 모두에 반대하며 탈북민들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