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낙선운동과 당선운동

 

강동훈

지난 2월 9일, ‘서청원 의원 석방 요구 결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사람들의 비난과 원성이 국회를 향해 쏟아졌다. 한 국회의원조차 “합법을 빙자한 탈옥사건”이라며 황당해했다.

한나라당의 ‘차떼기’, 노무현의 측근비리 등 연이어 터지는 비리 추문 사건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기성 정치인들의 모습에 대다수 사람들은 진절머리를 낸다.

이런 정서에 바탕해 지난 2월 3일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 주요 시민단체들이 ‘2004 총선시민연대’(이하 총선시민연대)를 결성했다.

총선시민연대는 출범 선언문에서 “각 정당마다 개혁 공천과 물갈이 공천을 호언장담하며 한창 공천심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흘러나오는 명단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일 따름[이며] …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반대행동을 조직해 … 구시대적 정치인들을 정치 현장에서 영구히 퇴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5일과 10일에 총선시민연대가 낙천 대상자 명단을 발표하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낙천명단은 형평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열린우리당도 “우리 당원들의 판단에 맡겨질 것”이라며 공천 과정에 반영하는 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상당수 사람들은 시민단체들이 발표한 낙천명단을 신뢰성 있는 투표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55퍼센트에 달하는 사람들이 낙천 명단을 절대적·상대적 투표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 51.8퍼센트가 낙천 대상 선정이 공정했다고 답했[다].”(〈내일신문〉 2월 9일치)

이것은 기성 정당들에 대한 반감이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정서에 공감해 낙천·낙선운동을 지지해야 한다.

 

불량 정치인

 

물론 낙천·낙선운동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 14∼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소 44퍼센트, 최대 48퍼센트의 현역의원 물갈이가 있었고, 지난 2000년 낙선운동에서도 대상자 89명 중 56명이 낙선했지만 기성 정당들은 변한 것이 없다.

이 점은 총선시민연대도 인정하고 있다. 참여연대 손혁재 운영위원장은 “인적 청산, 불량 정치인들의 진입을 막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 … 당시[2000년] 유권자들 가운데서 그러면 누구를 찍으라는 말이냐며 대안을 요구하는 여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낙천·낙선운동은 불가피하게 대안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도 낙선운동이 벌어졌지만 정치권이 별로 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2004 총선물갈이 국민연대’(이하 물갈이연대)의 발족에는 이런 분위기가 큰 몫을 차지했다. 물갈이연대 정대화 집행위원장은 “당선으로 한단계 도약”해야 한다며 당선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후보 선정 기준을 “사회적으로 논란이 적은 정책을 중심으로 평가할 것”이며, 그 이유는 “특정 정파나 특정 이해집단을 대변하는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이라크 파병, 부안 핵폐기장 설치, 새만금 방조제 공사, 국가보안법,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첨예한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는 기준을 세우지 않겠다는 주장인 셈이다.

게다가 물갈이연대 성해용 대표는 “제시된 구체적 항목에 완전히 자유로운 기성 정치인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정량평가를 실시”해 기성 정치권 중에서 후보를 찾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물갈이연대는 자신들의 운동을 낙선운동의 한단계 도약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도약이 아니다.

기성 정치권에서 누구를 뽑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기성 정치권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람들이 진보적인 대안을 찾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선대본부장은 “낙선운동이 가진 의의는 있는데 당선운동이 낙선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운동인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옳게 지적했다.

우리는 낙천·낙선운동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민주노동당이라는 선거적 대안을 지지해야 하며, 만약 민주노동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노동자·민중 운동의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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