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한국노총의 사회협약 수용 유감  

 

김문성(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홍보부장)

한국노총이 정부·재계와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조인했다.

이 협약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의 상대적 저임금 문제를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안정(임금인상 억제)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의 상대적 저임금은 대기업 노동자 탓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적 고임금 부문은 전체적으로 평균임금을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곤 한다.  

예를 들면, 은행권 노조들이 개별 임금협상을 할 때 임금인상 요구의 기준이 되는 것은 업계 최고인 신한은행의 임금이다. 다른 은행들이 전년도 신한은행 수준에 가깝게 임금인상을 한 뒤에서야 신한은행은 임금 협상을 한다.  

사실, 상대적 저임금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되는 것도 상대적 고임금 부문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업종 중 하나다. 은행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른 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2배가 넘는 임금격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을 자극해 비정규직 임금 상승의 압력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은행 정규직 임금협상에서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보다 두 배 높은 인상률로 타결되기도 했다.

따라서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억제는 상대적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이 아니라 전반적인 임금 하락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쌍수를 들어 사회협약을 환영한 전경련과 경총이 곧바로 임금 ‘안정’은 임금 ‘동결’을 뜻한다고 밝혔듯이 사회협약은 한국노총의 뒤통수를 칠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급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임금을 억제한다면 중소기업들은 임금을 인상시키기가 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올바르게 사회협약을 거부했다. 사회협약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이 개별 임단투에서 무용지물로 만들어야 한다.  

 

 

제4차 세계사회포럼을 변호한다

 

전현정

미미한 아쉬움을 행사 전체의 의미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호랑이 퍼즐에서 떨어진 꼬리 조각을 들고 고양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억지’다.

세계사회포럼 인도 조직위는 이번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을 “인도의 가장 큰 문제점인 카스트제도, 가부장제, 종단주의가 전면적으로 드러났고, 민중과의 만남이 가능”한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나는 이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몸으로 겪었다. 때문에 국내 몇몇 언론과 NGO의 이번 세계사회포럼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이들의 평가를 살펴보면, 그들과 내가 다녀온 곳이 과연 같은 곳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먼저 이들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번 세계사회포럼이 “민중들과 괴리된”(〈인권하루소식〉 1월 29일치) 행사였음을 주되게 말하고 있다.

민중들의 참여가 저조해 “행사장 담 안과 밖은 확연히 구분되었”으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는 행사장 담장을 넘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 주장은 이번 포럼에 참여한 1백32개 국 2천6백60개 단체, 12만 명의 ‘민중’과, 그 가운데 75퍼센트를 차지한 인도 민중을 그야말로 완전히 ‘괴리’시키는 평가다.

뭄바이 세계사회포럼 행사장은 “농민과 인도의 최하층민인 달리트·노동자·여성·동성애자 등이 매일 반전·반신자유주의·인종차별반대 등의 시위를 벌이고 … 주로 인도를 비롯한 서남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온 참가단은 격렬한 춤과 율동, 강렬한 타악기 연주로 시선을 모[았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벤트로 시끌벅적[했]다.”(〈인권하루소식〉 제2496호 1월 20일치)

둘째로 이번 세계사회포럼이 “반미와 반전이라는 거대한 정치적인 주제가 부각되면서, 사회포럼이 아니라 정치포럼”(〈한겨레21〉 494호)화 되었다고 불만스러워하는 평가도 있다.

이것은 이번 세계사회포럼에 극좌파들의 적극적인 개입에 에둘러 불편을 표했던 운동 내 우파들의 심기와도 일치한다.

하지만 개막 연설에서 아룬다티 로이는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에 진정으로 반대한다면, 우리의 시선을 이라크로 돌”려야 한다고 명쾌하게 주장했다. 미제국주의 전략은 전세계 각국 정부에게 이라크 파병뿐 아니라 신자유주의와 공기업의 사유화 등을 강요한다.

셋째로 어떤 이들은 이번 세계사회포럼이 “자본의 세계를 넘어선 모두가 평등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기 위한 실천적 과제를 제시하지 못했[고] … 논쟁없는 공허한 연대”(다산인권 121호 1월 30일치)만을 외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행사장 곳곳에서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열심히 대안을 찾고자 토론하기를 원하는 세계 각국의 많은 동지들을 만났다. ‘아래로부터 세계화’는 이러한 동지한테서 행사기간 동안 무려 1천6백여 개의 연락처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이라크 침공 1주년인 3·20이 국제반전공동행동의 날로 결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공동의 적과 맞서고 있고, 이들을 패퇴시키고 더 나은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는 동지들이 있음을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우리가 비할 수 없을만큼 큰 힘과 규모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너무나 명확하다. 제4차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합의된 3·20 전 세계적 반전 행동의 날을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연대로 거대하게 건설하자!

 

 

엘지카드 관련 민주노동당 논평 유감

 

김문성(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홍보부장)

1월 7일치 민주노동당의 엘지카드 관련 논평은 합리적 핵심을 담고 있으나, 국민은행 경영진을 비호하는 결론은 유감이다.

이 논평은 “은행의 팔을 비틀어 부실 폭탄에 돈을 지원하라는 것은 재벌 경영의 폐해를 고객과 국민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라고 올바르게 비판했으나, 또한 “국민은행에 대한 자사이기주의 비난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해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사실, 카드 산업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엘지카드의 부실 10조 원 외에도 곧 만기가 도래할 삼성카드 부실만도 7조 원 규모에 달해 카드 산업 전체 부실 채권이 20조 원이 넘는다.

카드 사용은 기대 수익의 지출이며 기대 수익이 실제로 자기 지갑에 들어오지 않을 때 연체가 생기고 신용 위기가 발생한다.

따라서 카드 산업 위기는 수백만 명이 소득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한 카드 산업 위기는 수십조 원의 채권을 매개로 금융기관과 기업들에게까지 파급을 미칠 수 있다. 카드사의 거대한 부실은 금융권을 시발로 전체 한국 경제가 빨려 들어갈 수도 있는 블랙홀이다.

국민은행장 김정태는 “주주 이익”을 내세워 오히려 엘지카드 청산을 요구했다. 엘지카드 관련 실무를 담당했던 국민은행 직원들마저 엘지카드 청산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엘지카드 부실을 대책 없이 은행이 떠맡는 것이 서서히 죽음으로 빠져드는 모래늪이라면, 수십조 원의 빚을 안고 있는 엘지카드를 단칼에 청산하는 것은 초강력 블랙홀에 해당한다.

이 점에서, 주주 이익을 앞세운 김정태의 똥고집보다는 은행 부담액의 정부 지급 보증(부실 채권의 국가 책임)과 노동자 책임 전가 반대를 요구한 금융노조의 요구가 합리적이다.

민주노동당 논평처럼 관치 금융의 문제로만 카드 위기를 보면 의도와 다르게 사장들의 신자유주의 발상에 손을 들어 줄 위험성이 있다.

 

 

세계사회포럼 참가기

 

수경

세계사회포럼은 정말 다채로웠다. 세심한 관찰력 없이 섣불리 포럼을 평가를 했다가는 개인적인 인상만으로 세계사회포럼을 규정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주일 내내 발품을 팔아가며 휘젓고 다녀도 부족할 듯한 분위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마련된 행사들 속에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참석할 수 없는 수많은 세미나와 토론회들이 아까워 포럼 기간 내내 유인물이라도 많이 모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세계사회포럼이 절반도 지나기 전에 나는 수많은 워크숍과 주제발표가 공허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말하고 들을 수 없는 언어 즉 영어로 진행되는 행사들 속에서 점점 어설픈 구경꾼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듣기와 말하기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나자 언어는 여러 가지 표현수단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 언어만큼이나 중요했던 것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해도 ‘바로 지금 여기에’ 함께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었다.

말해야 한다는 압력에서 벗어난 탓에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과 몸짓에서 울려 나오는 떨림을 느꼈다면 과장일까. 하지만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지나가면서도 눈이 마주치면 빙긋 웃어 주었던 여성, 별다른 설명도 못한 채 불쑥 내민 유인물을 챙겨 넣던 많은 사람들, 열의에 차서 발언을 하던 사람들, 인도의 어린 아이와 어울려 춤을 추던 젊은 백인 여성의 모습은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가장 깊이 남아 있는 기억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을 ‘풍경’으로 치부하고 수많은 세미나와 토론회의 제목들만으로 세계사회포럼을 말하려 한다면 나는 씁쓸한 기분을 떨치기 힘들 듯하다. 그곳에서 말해지는 모든 쟁점들은 말하지 못하는 그들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포럼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Where are you from?”이었고, 따라서 가장 많이 내뱉은 단어가 “South Korea”였다. 나 역시 종종 같은 질문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궁금했던 것은 국적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묻고 싶었던 것은 “당신은 어디에 존재하는가?”였다. 카스트 제도 속에서, 직·간접적인 폭력 속에서, 생존의 위협 속에서 당신과 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묻고 싶었던 것이다. 세계사회포럼을 역동적으로 만들었던 다양한 입장들과 활동들만큼 나를 조용히 흔들어대는 것은 포럼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넌지시 던지고 갔던 그런 질문이었다.

 

 

‘얼짱’ 신드롬

 

최미진

요즘 ‘얼짱’, ‘몸짱’이 유행어다. ‘스포츠 얼짱’, ‘정치 얼짱’, ‘아기 얼짱’이 있는가 하면, 몸매가 좋은 사람을 가리키는 ‘몸짱’도 있다. 심지어 ‘강도 얼짱’도 있다.

우시장에서 소 고르듯이 여성들을 일렬로 세워 놓고 몸매 품평회를 하는 미인대회가 우리 나라에서만 한 해에 2백 개가 넘게 열리고 있다.

‘몸짱’ 선발대회를 개최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무려 1백만 명이 접속했다. ‘얼짱’,’몸짱’ 게시판만 3만 개가 넘는다.

‘얼짱’ 신드롬은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세태가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 준다. 여성 스포츠 선수는 실력과 무관하게 ‘얼짱’이면 방송과 신문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심지어 ‘강도 얼짱’처럼 강도도 예쁘면 용서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이런 외모 지상주의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대부분의 여성이다. “머리 나쁜 여자는 용서할 수 있어도 못 생긴 여자는 용서가 안 된다”는 말은 여성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74.5퍼센트가 성형수술을 받을까 고민해 본 적이 있고, 정상체중인 여성의 83퍼센트가 자신의 몸매에 불만을 갖고 있다. 심지어 외모 때문에 자살하는 여성들도 있다.

채용 조건에 버젓이 걸려 있는 ‘용모 단정’이 그냥 ‘단정’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여성 구직자들 사이에서 취업 차별이 가장 심한 항목은 외모다. 채용정보사이트 설문조사 결과, 구직활동시 외모로 인한 차별을 받았다고 대답한 여성은 남성의 3배가 넘는다.  

여성의 68퍼센트가 외모가 인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사회 곳곳에서 여성 차별이 널리 퍼져 있다. 여성들은 결혼하면 호적을 바꿔야 하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남성의 63퍼센트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는다. 여성개발원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여교사의 22퍼센트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

여성들이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지 않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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