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당국 고소에 대한 김지윤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

12일 오전에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 당국의 고소에 대한 김지윤 후보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에 새벽부터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 들이 화약 반입을 막으려고 공사장 입구에서 차량 진입을 저지하고 있었다. 지난 8일부터 강정마을에서 투쟁해 온 김지윤 후보도 이 행동에 함께했고, 기자회견도 바로 그 현장에서 진행됐다.

먼저 발언에 나선 김지윤 후보는 마녀사냥에 나선 해군 당국을 비판했다. 김지윤 후보는 해적이라는 표현은 강정에서 군이 벌이는 일을 비판한 것이지 사병 개인들을 비판한 게 아닌데, 해군 당국이 이를 왜곡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강정마을에 내려와 제가 본 건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이단옆차기를 하고, 올레꾼으로 위장한 프락치들을 보내는 등의 행태였습니다. 강정 마을 주민의 90퍼센트가 반대하는데도, 해군 당국은 땅을 강제로 빼앗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위를 해적이라 비판하는 게 잘못인가요? 그리고 미국의 동아시아 제패 전략에 협조하는 정부가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도록 내버려둬야 할까요?”

김지윤, "해군 당국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  

또, 김지윤 후보는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기관이라고 해서 비판에서 자유로운 성역이 아닙니다. 표현의 자유가 이 정부 들어 위축됐는데, 저는 해군 당국의 권위주의적 태도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김지윤 후보는 해군 당국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역설했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해군참모총장이 제가 공인이어서 고소했다고 말했는데, 저는 정치인이 점잔이나 빼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보 정치인은 억압받고, 탄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서 그들의 스피커가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강정의 진실을 말했고, 앞으로도 말할 것입니다. 지금 해군 당국은 저를 마녀사냥해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공격하고 있지만, 저는 굴하지 않고 이곳을 전쟁과 해군기지의 섬이 아니라 평화와 강정마을 주민의 섬으로 남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김지윤 후보의 발언에 이어서,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한 박주민, 이상희 변호사는 해군 고소의 법률적 문제와 향후 계획을 밝혔다.

박주민 변호사는 “국가기관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지, 국가기관 스스로 기본권을 보호받을 주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국가기관은 국민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개인에 비해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많은 국가가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하는 건 부당하며, 무엇보다 국민이 국가를 비판했다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이후에 개인들이 국가를 비판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상희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이번 사건에 대응해 대규모의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향후 대응 계획을 밝혔다.

박주민 변호사
이상희 변호사

  

고권일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강정마을 주민대책위원장도 ‘제주해적기지’ 표현을 옹호했다. 고권일 위원장은 “해군은 강정에서 살인 행위에 가까운 폭력을 주민들에게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우익들이 강정에 내려와 집회할 때 해군 소령이 직접 ‘종북좌파 척결하라’는 배너를 들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건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이고, 우리는 이런 걸 해적이라고 풍자한 것입니다. 끝까지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선전포고하는 해군참모총장은 사과하고 물러나야 합니다” 하고 밝혔다.

그동안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온 몸으로 막으려 노력해 온 문정현 신부도 나서서 해군 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저도 트위터 많이 하고 트위터 상에서 ‘해적’은 제가 먼저 말했습니다. 표현이 제가 더 심한데 왜 저는 고소하지 않는 겁니까. 구럼비도 빼앗고 빼앗은 땅에 기지를 지으니, 해적이고 해적기지인 겁니다. 그리고 지금 ‘해적’을 돕고 있는 경찰은 ‘견찰’입니다. 이것도 모욕죄로 고소할 겁니까. 해적이라고 말한 것이야말로 진실입니다. 김지윤 씨 같은 사람이 국회로 가야 합니다.”

문정현 신부 "구럼비도 빼앗고 빼앗은 땅에 기지를 지으니, 해적이고 해적기지인 겁니다. 그리고 지금 ‘해적’을 돕고 있는 경찰은 ‘견찰’입니다." 
고권일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강정마을 주민대책위원장

해군 당국의 고소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문 전문

정부와 해군 당국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제주해적기지” 건설 반대를 외칠 것이다

0.

해군 당국은 제가 제주해군기지 반대 인증샷에서 “제주해적기지”라고 표현한 것을 비난하며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앞서 국방부도 저를 비난했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들도 연일 저를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국방부와 해군 당국 등은 마치 제가 해군 사병들을 해적으로 지칭한 것처럼 왜곡하고 “제주해적기지”라는 표현을 트집잡아 마녀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1.

그러나 저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짓밟고 자연 유산을 파괴하며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부과 해군 당국을 ‘해적’에 빗대 비판한 것입니다.

저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가슴 아파하고, 주민들의 싸움에 지지를 보내며 해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오래 전부터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은 주민은 물론 제주도도 무시하고 국회까지 무시하는 ‘해적’”이라고 울분을 토해 왔습니다. 문정현 신부님도 강정마을 주민들을 괴롭히는 해군 당국은 “해적”이라고 규탄한 바 있습니다.

이곳 강정에서 며칠 지내보니 이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아름다운 강정마을은 중앙정부에 의해 지금 전쟁터로 변해 경찰들이 수시로 주민들을 폭행하고 연행하는 무법천지가 돼 있습니다.

주민 1천9백여 명의 마을에서 고작 87명이 찬성한 게 주민 동의를 얻은 것이라 우기는 정부, 주민과 활동가 들을 폭력 탄압하는 해군과 경찰, 주민들의 애타는 호소를 무시하고 왜곡하는 보수언론들, 천혜의 자연인 구럼비 바위에 구멍을 뚫고 파괴하는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이들이 하는 게 ‘해적’질이 아니라면 달리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2.

또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 해양 지배를 하려 하는데, 제주해군기지가 미국의 이런 ‘합법적 해적질’을 돕게 된다는 점에서도 ‘해적’기지라 할 것입니다.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면 미국의 핵잠수함이나 이지스함 등이 드나들 기항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SOFA에는 ‘(미국의) 선박과 항공기는 대한민국의 어떠한 항구나 비행장에도 입항료 또는 착륙료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출입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려고 ‘미국의 태평양 세기’를 선포한 마당에, 유사시 MD 기능을 탑재한 미국 이지스함 등이 제주해군기지를 오고 갈 가능성은 대단히 높습니다. 미국이 동아시아 해역에서 지배권을 유지하려고 벌이는 ‘합법적 해적질’에 한국이 협조하는 게, 과연 동아시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3.

국가 기구가 개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비판을 입막음 하려는 것으로, 권위주의적 발상입니다. 이것은 명예훼손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통령과 국가기구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됐고, 군대도 도저히 풍자하거나 비판할 수 없는 성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있었지만 정부는 귀를 닫고 또다시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적 영역에서 자유로운 비판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 국가 기관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된 사회는 진정으로 민주화된 사회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저는 해군 당국의 행태를 비판했다 해서 저를 고소한 해군 당국의 권위주의적 대응에 맞서 단호하게 싸울 것입니다.

4.

정부와 해군 당국과 보수 언론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여론에 물타기를 하려고 저를 마녀사냥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해군 당국이 저를 공격하는 것은 비단 저만이 아니라 실제로는 ‘해적’ 표현을 꼬투리 잡아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 자체를 흔들려는 것입니다. 또한 구럼비 바위를 계속 파괴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강경 대응을 통해 보수진영을 결집하고 정국을 돌파할 기회로 이용하려 합니다.

저는 해군 당국과 이명박 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굴복한다는 것은 구럼비 바위를 지키려고 애타는 심정으로 싸우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의 대의를 부정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8일 강정마을에 도착해서, 눈 앞에 펼쳐진 평화롭고 아름다운 절경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더는 이곳이 군홧발에 짓밟히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저는 정부와 해군 당국에 당당히 맞서 싸움으로써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의 대의를 지킬 것입니다.

저를 격려해 주시는 강정 주민 분들, 그리고 언론과 트위터 등에서 저를 옹호해 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투쟁에 많은 지지와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반드시 ‘제주해적기지’ 건설을 저지하고, 구럼비 바위와 이 땅의 평화를 지킵시다.

2012년 3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