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서울대학교에 들어오는가

 

강동훈

지난 1월 25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은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다시 고교평준화 폐지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대 연구팀은 1970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입학생 1만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출신지역, 부모의 학력과 직업, 경제수준 등이 입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강남 8학군의 입학률이 전국 대비 2.5배나 높고, 고소득직업군의 자녀가 기타 그룹의 자녀보다 입학률이 16배나 높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보고서의 책임연구원인 김광억 교수는 “평준화로 학교에서 우수 학생만을 차별적으로 교육할 수 없게 되면서 사교육을 받지 못한 저소득층 학생의 일류대 진학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평준화 제도가 애초 목적과는 정반대로 고학력·고소득층 부모를 둔 학생들의 입학 가능성만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조·중·동〉은 이 발표를 주요하게 다루며 평준화 정책 때문에 부유층이 서울대에 더 많이 입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평준화의 사이비 종교에서 깨어나라”며 “평준화와 그것을 뒷받쳐 주고 있는 철지난 맹목적 사회주의 이념”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말 평준화 때문에 학력 세습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보고서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부유한 계층의 학생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 이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연구원들은 부유한 집 아이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원인으로 평준화를 지목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통계 분석의 결과가 엄밀한 의미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다고 주장하기” 어려우며, “통계 분석 결과에 대해서는 상이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교육 불평등이 평준화 때문이다’라는 주장으로 이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연구자들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이다.

심성보 교수의 말처럼 “고소득자가 서울대에 많이 들어가는 현상은 사교육비 게임에서 이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론을 너무 황당하게 내렸던지, 평준화 폐지론자인 한 교수조차 “이런 놈의 논리가 어디 있나. 연구자들은 좀더 겸손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지난해 6월에 ‘고교 평준화 제도 존폐에 대한 학부모의 태도 결정 요인’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는데, 그 논문은 서울지역 학부모 7백여 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월평균 가계 수준이 3백만 원 미만인 집단은 74.3퍼센트가 평준화 유지에 찬성한 반면, 5백만 원 이상인 고소득자는 51.3퍼센트가 평준화 유지에 찬성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결국 평준화 제도에 대한 지지가 저소득층으로부터 주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평준화 폐지론자들로서는 저소득층을 설득하기 위해서 평준화 폐지가 저소득층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주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과학을 위장한 궤변’을 만들어 냈다.

역겹게도, 〈조선일보〉는 “빗나간 교육관[평준화]의 최대 희생자가 바로 가난한 집 학생과 학부모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사태”라며 자신들이 정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정재욱 전교조 정책실장의 지적처럼, 평준화 폐지 주장은 “[고소득층이 자녀들을]저소득층과 함께 [교육받게] 하기 싫다는 것”이다. 평준화 폐지론자들은 교육에 계급을 좀더 깊이 아로새기려 한다.

물론 평준화 정책이 평등한 교육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보듯이 평준화 제도에서도 부자들은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있다.

진정으로 평등한 교육을 원한다면 급진적인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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