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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국회의원 후보의 언어는 투쟁하는 민중의 언어여야

김지윤 씨의 ‘해적기지’ 발언과 관련해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민중이 할 말과, ‘공당’이나 ‘공인’으로서 할 말이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모종의 엘리트주의다. 그리고 진보 정치 리더들에게 의회 안에서 주류적 논리에 ‘순치’되라는 말과 다름없다.

진보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연대는 투쟁하는 민중에 공감하며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자신의 입을 빌려 연단에서 터뜨려 주는 것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크게 고무받는다.

‘해적 기지’ 발언은 제주 주민의 심정을 잘 대변한 것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중앙정부에 의해 짓밟히고 있다. 그분들의 눈에 해군은 결국 육지에서 건너온 ‘해적’밖에 더 되겠는가. 투쟁하는 민중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 속에 힘이 있고 진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울분을 김지윤 씨가 공감하며 같은 용어를 쓴 것이다. 만약 김지윤 씨가 국회 연단에서 그 말을 했다면, 강정마을 주민들은 얼마나 더 통쾌해 했을까.

여기서 김지윤이 굴복하고 주류 질서에 타협한다면, 강정마을 주민들의 대의도 함께 망가진다. 조중동이 노리는 게 바로 그거다. 진보 국회의원이라면 굽힘 없이 나가야 한다.

1972년 북아일랜드에서 ‘피의 일요일’ 사건이 터졌다. 영국 군경이 평화 시위대에 발포한 끔찍한 만행이었다. 이 일에 항의하기 위해 북아일랜드 출신의 젊은 국회의원인 버너데트 데블린이 의사당에서 내무장관에게 주먹을 날렸다.

일부 사람들은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 할지 모르나, 당시 북아일랜드 주민들에게 그녀는 영웅이었고 투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메신저였다. 그때까지 외면받던 북아일랜드는 그녀를 통해 다시 TV에 등장했다.

김지윤은 이번에 그런 구실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