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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어도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계기는 조중동 등이 3월 3일자 중국 국가해양국 국장의 말을 일주일 ‘뒤늦게’ 발견한 것이었다.

중국 국가해양국 국장은 분쟁 지역에 관해 우려할 만한 발언을 했다. “국가해양국은 중국 관할 해역에 대해 정기적인 권익 보호 차원의 순찰과 법 집행을 하는 제도를 마련했고, 정기 순찰 대상 해역에는 북으로 얄루(압록)강 입구에서부터 출발해 남으로 쑤엔자오[이어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와 난사군도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우파는 이 발언을 좌파를 공격하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화할 기회로 활용했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몇 년 안에 강정마을 앞바다에 중국 항모전단이 모습을 보일 것이다. … 좌파는 그때는 이어도를 중국에 떼주자 할 셈인가” 하고 주장했다.

우파는 그런 입장이 “이어도는 수중 암초이기 때문에 영토나 영해문제가 될 수 없다”고 발표한 이명박 정부의 기존 공식 입장과 모순된다는 점은 모른 척했다.

그러나 제주기지 건설이 상징하는 국방력 강화와 미국 정부의 대중 위협에 편승하는 것은 긴장과 갈등을 더 부추길 것이다.

우파가 이어도 문제로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옳게 비판하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대안도 제시했다.

“중국으로부터 한국의 EEZ에 이어도가 포함되는 것을 동의받는 대신에, 한중 양국, 혹은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원유와 천연가스를 조사·개발하는 방안에 합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군사 경쟁보다 협상이 더 낫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고위급 협상이 지속돼 온 난사군도나, 중일이 공동 자원 조사에 합의한 댜오위다오/센카쿠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도 봐야 한다.

첫째, 이 지역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밀접한 상호의존 관계를 맺고 있지만 동시에 시장 지분, 자원과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둘째, 이런 갈등은 전 세계적 제국주의 갈등, 특히 중미 경쟁과 결합되면서 악화돼 왔다. 오바마 정부가 일본·호주·한국·베트남·필리핀 등과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압박하자, 중국 지배자들은 주변국과 영토 영해 문제에서 좀더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주변국들도 미국의 지원을 업고 좀더 호전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결국, 이어도 문제는 제국주의 경쟁의 문제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어도 문제는 당장 난사군도 문제만큼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굳이 이어도가 아니더라도 한중 관계의 경쟁적 성격이 강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악화 요인이 분명하다.

최근 중국어판 〈환구시보〉는 이어도 문제에 대한 한국 내 논의를 소개하면서 한국인들이 툭하면 중국인을 ‘짱개’로 부른다고 보도했다.

중국 지배자들 내 호전적 분위기를 대변하는 언론인 〈환구시보〉는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양국 노동자·민중을 이간질하면서 자국의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인구의 다수가 아직 극빈층인 중국에서 값비싼 항공모함을 도입하는 것이나, 한국에서 사람들의 삶을 터전을 빼앗으며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나 모두 노동자·민중의 이익과 어긋난다.

양국의 노동자·민중은 자본주의·제국주의에 맞서 연대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중국 노동자·민중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연대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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