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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크 알리가 말하는:
혁명, 봉쇄 그리고 미국 제국주의

아랍 혁명과 저항 그리고 이란에 대한 전쟁 위험과 이라크 이후의 미국 제국주의에 관해 타리크 알리와 인터뷰를 했다. 타리크 알리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저술가이자 좌파 활동가다. 한국에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근본주의의 충돌》(이토), 《1968》(삼인), 《술탄 살라딘》(미래인)과 《석류나무 그늘 아래》(미래인) 등이 있다.

미국 제국주의가 이라크에 개입한 결과의 대차대조표는 어떤가?

정치적으로 이라크는 미국 외교 정책에 재앙이었다. 그들은 사실상 경찰국가처럼 운영되는 하수인 국가를 세웠다. 일부 의견을 들어 보면 억압의 정도가 사담 후세인 말기보다 더 높다. 이전에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던 다수 시아파와 소수 수니파를 대립시켜 종교·인종에 따른 분열이 생겨났다. 이것이 첫째다.

둘째로 이라크 개입으로 이란이 중동에서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는데 당연히 미국은 이를 원치 않았다. 미국이 이런 일을 예견하지 못한 것이 놀랄 일이다.

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 여전히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용병의 수가 수천 명에 이른다. 그리고 이라크에서 철수한 미군은 주로 중동의 다른 기지들로 이동했다. 그래서 미국이 원할 때면 매우 신속하게 카타르에 있는 대규모 기지에서 폭격을 진행할 수 있다.

전쟁으로 이라크 사회 기반시설은 파괴됐고 이라크 인 1백만 명이 죽었다.

심지어 이라크 꼭두각시 정권도 고아 5백만 명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2백만 명이 집 없는 난민으로 주변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도주의 관점에서 이 전쟁은 완전한 재앙이었다.

사람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라크 총리 말리키가 미국 군대가 없는 바그다드의 안전지대에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재앙의 제대로 된 대차대조표를 받아 보려면 6개월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미국과 이란 정권의 긴장은 얼마나 심각한가?

당장 이란에 대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미국의 이해관계가 아니다. 물론 미국이 진정으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바그다드가 함락된 후 이스라엘 대사는 미국 대사에게 ‘지금 중단하지 말라. 다마스쿠스와 테헤란을 접수하라’라고 했다. 이것이 미국 지배 계급 내의 ‘극단주의자’들의 목표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이란 정권은 약한 정권이 아니다. 만약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이란에서 거대한 저항이 벌어질 것이다. 둘째, 수많은 국가들이 이란 정권 편에 서서 단결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나라도 침략 당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란은 제대로 된 군대와 리비아에서처럼 쉽게 굴복시킬 수 없는 공군력을 가지고 있다. 이란은 또한 미사일 폭격을 할 수도 있다.

카이로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 ‘아랍의 봄’이 팔레스타인 해방으로 가는 길을 열고 있다.

이란인들은 이라크 민중에게 투쟁에 나서라고 말할 것이다. 이란인들은 인구 다수가 시아파인 레바논에서 헤즈볼라가 권력을 장악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저항에 동참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미국은 이란을 포함해 네 곳의 전선에서 전투를 벌여야 할 수도 있다. 펜타곤은 이것이 자신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것을 완전히 알고 있다.

이란 봉쇄 조처도 바보 같은 짓이다. 중국은 이란과 석유와 가스를 공급받는 30년 계약을 맺고 있다. 나는 중국이 봉쇄를 보고만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도 그럴 것이다. 봉쇄는 결코 이란 지배자들을 위협하지 못한다. 봉쇄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이고 봉쇄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란의 종교 지도자·지배자들을 더욱 존경하게 만들 뿐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스라엘로 하여금 이란의 원자로를 공격하도록 고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란의 원자로들은 전국에 산재해 있다. 그리고 가장 전략적으로 중요한 원자로들은 이슬람 성지인 콤과 가까이 있다. 콤을 공격한다고? 전 세계 시아파 무슬림들에게 이것은 메카를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생각으로 미국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이란에 최대한 압력을 넣어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가 파탄날 것인가?

미국이 파키스탄의 공식 군사 체크 포인트를 폭격해 군인과 민간인 수십 명이 죽었다. 이것은 철저하게 계획된 도발 행위였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음모론자들은 미국이 파키스탄 군대를 불안정하게 만든 뒤 탈핵화를 위해 개입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내 생각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군대는 친미와 반미 분파로 분열할 것이고 반미 분파가 절대 다수일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항상 파키스탄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양쪽에 살고 있는 파슈툰족의 긴밀한 관계 때문이다. 전쟁이 지속될수록 파키스탄의 불안정성은 강화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파키스탄에 있지 않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든 나토 군대가 조건 없이 즉각적으로 철수하는 것에 달려 있다.

미국은 수년 동안 비밀리에 아프가니스탄 저항세력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거대한 군사 기지들을 유지하는 식으로 체면을 살리는 방식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미국은 군사적으로 매우 암울한 상황에 빠져 있다. 아프가니스탄 게릴라들을 분열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60퍼센트가 파슈툰족이고 수니파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종교적 기반에 따라 분열시키려는 시도는 먹혀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라크에서처럼 분열 작전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인구 대다수가 꼭두각시 정권을 반대한다. 심지어 꼭두각시 정권마저도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아랍의 봄’에 대한 미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봉기를 보고 미국과 유럽은 완전히 깜짝 놀랐다. 프랑스 정부는 심지어 저항을 물리치려고 공수부대를 튀니스(튀니지의 수도)에 보내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무바라크가 물러나는 것을 마지못해 수용했고 대신 무바라크를 지지했던 탄타위와 옛 군대 장성들이 권력을 유지하도록 애쓰고 있다.

이집트 총선 결과는 핵심적으로 무슬림형제단의 승리였다. 미국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슬림형제단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심각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방은 이집트가 좇아야 할 ‘옳은 방식’의 사례로 공공연하게 터키를 말해 왔다. 터키의 ‘중도적 이슬람주의자들’은 이 지역에서 나토의 우호적인 동맹 중에 하나였다. 미국이 우려하는 핵심은 무슬림형제단이 반자본주의적이거나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새로운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협조관계를 유지할 것인가다.

이집트 민중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과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역사상 최초로 카이로의 이스라엘 대사관을 점령했다. 이것은 무슬림형제단이 다루기 어려운 문제다. 내가 틀리기를 바라지만, 대다수의 무슬림형제단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이집트 협정을 유지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것이다. 미국은 군부와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를 공동으로 통치하기를 바란다.

이집트에서 벌어진 일은 독재자를 몰아내는 거대한 저항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주로 민주주의를 위한 봉기였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 구실을 했던 것은 정치조직과 정당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치조직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헛소리다.

다른 한편, 가장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힘을 자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랍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고 여기에 미래가 달려 있다.

시리아에 대한 개입 요구를 좌파는 어떻게 봐야 하나?

아사드 정권은 잔혹한 탄압을 통해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고 어떠한 자유도 허용하지 않는다. 아랍의 봄이 시작되고 이 투쟁이 시리아에 전파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처음에 무역상, 상인들, 시리아 부르주아들은 반란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사드 정권이 그들에게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자들도 아사드가 더 오래 권좌에 머무를수록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당연히 시리아 반대세력 내부에는 서로 다른 분파들이 있다. 시리아에 좌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강력한 공산당이 존재했는데 나중에 분열했다. 분열한 한 분파가 이 봉기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매우 중요한 공산당 지도자로 수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지만 절대 굴복하지 않는 리야드 알투르크 지지자들이다. 다마스쿠스와 알레포 두 도시의 저항에서 큰 구실을 하고 있는 강력한 좌파들이 있다. 그리고 물론 시리아 무슬림형제단과 시리아 망명자들이 있다.

시리아 바깥에 있는 시리아국가위원회는 서방의 뜻대로 행동하고 있고 시리아를 접수하기 위해 서방의 개입을 바란다. 저항세력의 많은 사람들이 폭격은 원하지 않지만 외부 압력은 원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지역에 대한 서방의 어떠한 개입도 완전히 반대한다. 최선의 방법은 정권에 반대하는 투쟁을 계속해 군대를 분열시키는 것이다. 외부의 개입을 요청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다.

서방의 개입은 대다수의 아랍 국가들처럼 시리아를 서방에 의존하는 국가로 만들 것이다. 외부 개입을 바라는 국가들은 터키와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이다. 과거에 나는 이 국가들을 ‘제국주의의 주유소 국가들’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여전히 그렇다.

리비아 개입은 재앙이었다. 미국이 둘러댄 개입의 핑계는 카다피가 벵가지에서 거대한 학살을 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카다피가 이런 협박을 한 연설이나 성명을 찾지 못했다. 나는 영국 외무부의 한 인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리비아 개입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느냐? 그는 2만 명이라고 말했다. 2만 명이 ‘학살을 막으려고’ 살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