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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에 다녀와서

“교장이 그러더군요. ‘어제밤에 잠 한 숨 못잤다’고. ‘어디 비정규직 보육 교사가 와서 눈 똑바로 뜨고 따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요. 행정실장도, 교감도, 부장 교사도 똑같습니다.

“제가 이런 취급을 받으며 일해 왔습니다. 오늘 이 집회에 모이신 조리 종사원, 보육 교사 등 학교 비정규직 여러분도 아마 이런 취급을 받았을 겁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나 같은 존재로 이렇게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이 큽니다. 분노가 용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은 허울 좋은 말입니다. 학생수가 감소한다며 내쫓고, 공정 경쟁이라며 일하던 사람들을 또 내쫓고….”

정리해고 당한 한 보육 교사의 눈물 어린 발언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3월 11일, 이 날은 꽃샘추위에 속에서도 부천 석천초등학교(이하 석천초) 해고자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11일 오후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열린 학교 비정규직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노동자대회

석천초에선 해마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조리원도 매년 한 명씩 줄었다. 2009년 14명이었던 조리원은 지난해 12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식판과 숫가락 갯수를 빼고는 업무량은 같았으므로, 노동강도만 점차 세진 셈이다. 게다가 교실과 식당 이중 배식을 실시해, 타 학교에 견줘 힘든 점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또 한 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학교 당국은 노동자 한 명을 더 고용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해고를 피할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내년 계약 때 노동조합 주동자를 찾아 해고하겠다’는 협박을 일삼고, 노조와의 협상도 회피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장과 교육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작태도 보였다.

이에 석천초 조리원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그러자, 학교장은 ‘해고 대상 노동자를 3시간 파트타임직으로 고용, 조리실 시설 보수·확충’을 약속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일선 학교들에 조리실 시설 보수·확충 요청 공문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것은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내기는 했지만, 정작 투쟁의 핵심 요구인 해고 철회와 원직 복직을 쟁취하지는 못했다. 집회에서 만난 당사자들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사실, 학교 측은 1억1천만 원이나 드는 시설 개·보수는 하겠다면서도, 노동자 한 명을 재고용하지는 않는 위선을 드러냈다.

학교 측이 이렇게 나온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을 듯하다.

첫째, 연초부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해고를 철회시킨다면 더 넓은 노동자들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측은 이를 걱정했을 것이고, 가능한 인원 감축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시설 개보수 문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을 것이다. 학교 측은 이미 시설 개보수 비용을 상정해 두고 있을 것이고, 그 비용을 조금 일찍 당겨 쓴다고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인력 감축 반대 요구를 쟁취하는 것이 중요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최근 안산의 한 학교에선 고무적이게도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인력감축’에 맞서 승리했다고 한다.

한편, 이 투쟁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도 문제가 많았다.

노동자들은 “진보교육감이 있는 경기도교육청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가 별로 없어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김상곤 교육감의 정책 방향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정말, 김상곤 교육감은 진보교육감으로서 구실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김상곤 교육감은 자신을 당선시킨 원동력이었던 많은 이들의 개혁 열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장의 노동자들도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진보교육감을 분명히 비판하면서, 아래로부터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특히, 전교조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 석천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사들이 우리 싸움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아 서운했다’며 ‘한 학교 울타리 안에 있는 교사들이 관심과 격려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교사들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할 때 학교 측과 정부에 맞설 우리의 힘도 배가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리와 별개의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교사들은 교육의 장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해고에 분노해야 한다. 전교조 지도부도 연대를 바라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호소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간제 교사들도 적극 노조로 끌어들이고 함께해야 한다.

교사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단결하고 투쟁할 때, 학생들에게도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교육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