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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명예훼손 소송? 이제 군까지 나서는가?

이 글은 3월 15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가 발표한 성명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명예훼손 소송? 이제 군까지 나서는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인 김지윤 씨의 발언에 해군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해군기지 건설을 이유로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 파괴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했다는 것이 이유다.

언제부턴가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버렸다. 보안사로부터 사찰을 당했다는 박원순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대한민국이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나, 문화방송 PD수첩을 상대로 장관이 소송을 제기한 것 등 정부를 비판하는 표현에 대해 국가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되어 버렸다.

이미 대법원은 ‘국가는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이런 시도들에 쐐기를 박았다. 국가가 명예의 주체임을 자처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수 있다면, 민주주의 정치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는 질식해 버릴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명예훼손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으니, 국가의 근간이 되는 조직인 국민의 군대, 국군이 명예훼손 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음 또한 자명하다.

하지만 국가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국민의 자유로운 표현을 억압하는데 국가가 공공연히 나서고 있다는 것, 그리하여 이 땅의 표현의 자유의 운명이 경각에 달려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제주 강정마을이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문화재청의 평가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을 둘러싼 논란, 나아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추진의 근본적 문제는 문화재적 가치의 유무에 있지 않다. 해군기지 건설의 무리한 추진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의 삶이 통째로 파괴되었다는 것, 그리고 정부와 군이 그 파괴의 주체라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정부정책의 수행에 당연히 따라야 할 수많은 절차들이 생략되거나 회피된 채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파괴하려는 정부와 해군의 기도에 맞서 온 주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군을 해적이라고,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불러왔다고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삶의 터전을 앗아간다면, 설령 그것이 국가이고 국민의 군대인 해군이라고 해도, 마을 주민들의 눈에는 해적과 다를 것이 없었을 터이다.

그런데 이제 막 정치로 진출하려는 한 젊은 국회의원 후보자가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나섰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강정 주민들의 몇 년에 걸친 아우성과 몸부림에도 눈과 귀를 틀어막고 외면해 오기만 하던 정부와 해군에 대해 김지윤 후보자는 그저 국민의 입장을 대신 전달했을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해군의 소송은 국회의원 후보자 1명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아니라 해군기지 걸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 전체를, 아니 제주도민 전체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다. 국가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군의 소송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아울러 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폭력적으로 진행되어 온 해군기지 건설 추진은 즉각 백지화되어야 한다.

2012.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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