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내버스 회사 다섯 곳 중 네 곳이 3월 20일 0시 30분을 기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조합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가해지는 정치적 부담을 생각할 때 예상 외의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이러한 “기습”을 당한 조합원들은 전면파업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조합원들은 3월 12일부터 쟁의행위에 돌입 아침 2시간 부분파업부터 아침 2시간과 오후 6시 이후 운행을 거부하는 부분파업까지 수위를 올려 왔다.

조합원들의 요구는 근로기준법에 맞게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등 최소한의 단체협약을 맺자는 것이다.

사측이 예상보다 강수로 나오게 된 이유는 사측이 수세로 몰리는 상황에서 내부 동요(사주들 사이의 균열, 전주시와 민주당과의 갈등)를 강력히 단속해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인 듯 하다. 지난 파업에서도 자본가들은 파업 초반 불법화된 파업이 합법으로 인정받고 여론의 지지를 얻어 지방정부들이 동요하자 국가(공권력)의 강력한 지원을 끌어 냈다.

이번에도 시장과 도지사가 면담에 나오겠다고 하는 움직임이 관측됐는데, 이를 자본가들이 견제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전북고속 노동자들이 17일부터 서울 종로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 사무실 앞에서 노숙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민주당과 지방 정부들은 심각한 압력을 받고 있다. 총선 전 파업이 예고되고, 전북고속 조합원들은 서울 종로로 출마한 정세균에 대한 항의성 노숙 농성투쟁을 벌이 있다. 이런 노동자들의 투쟁은 박빙의 승부를 펴는 정세균에게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버스가 서는 사태는 전주시와 지역 민주당 정치인들에게도 재앙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사측의 직장폐쇄는 상황을 낙관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줬다. 사측은 대체 버스를 동원하고비조합원들을 무리하게 투입해 운행율을 첫 날 68퍼센트, 둘째 날 72퍼센트까지 높이고 있다. 이것은 지난 파업 초반에 운행율이 40퍼센트대에 머물던 것과 비교된다.

사측은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지만, 더 강경한 태도를 통해 최근 정치적 부담 때문에 부분적으로 동요한 민주당에게 압력을 넣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측과 민주당 정치인들의 기존 유착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조합원들에게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정당하게 쟁의권을 확보하고 순탄하게 투쟁을 이어 온 조합원들은 이번 직장폐쇄를 겪으며 약간은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수 있다. 정치적 압박이 가져다 준 이러 저러한 움직임들과는 모순된 사측의 강경함 때문에 혼란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들의 기습 도발에 맞서 이를 효과적으로 폭로하고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는 계기로 삼으면 저들의 균열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선거 국면에서 투쟁이 순항을 거듭할 것이라는 예상과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일 것이다. 누구나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승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효과적 전술을 통해 희생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지만, 희생 자체를 두려워해 문제를 회피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파업 효과

지난 번 파업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대체버스와 대체인력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해 조합원들이 강력한 힘이 있었음에도 교착국면에 빠졌다.

선거 국면에도 가장 중요한 무기는 버스를 멈추게 하는 파업이다. 조합원들은 낙선운동과 파업을 결합시키고, 전북고속 조합원들의 노조인정 요구와 시내버스 조합원들의 단체협약 체결요구를 결합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선거 국면을 활용한다는 것만을 강조해, 낙선운동과 파업 효과를 높이는 것을 대립시키고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듯한 태도가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보인다. 대체인력 투입을 막는 것은 당장 조합원들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대체인력을 용인하면서 낙선운동을 하면 된다고 보는 조합원들이 있다.

그러나 파업이 힘이 있을 때 훨씬 더 큰 정치적 압박을 할 수 있다. 반대로 파업의 효과가 삭감될수록 조합원들의 투지와 사기가 떨어져 어떤 형태의 투쟁이든 세력관계에서 주도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또한 파업의 영향력이 극대화될 때 전북고속 조합원들의 요구를 결합시킨 공동투쟁도 승리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현재 민주당을 대상으로 한 투쟁에 대한 찬반 논란도 투쟁을 발전시키는데 해결해야 할 문제다. 23일 정세균 선거사무소 개소식 일정에 맞춰 전주 시내버스 조합원들이 상경을 계획하고 있지만, 야권연대를 의식한 민주노총 중앙 지도부 등 일부 운동진영의 태도가 연대 확대를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민주당은 30년 넘게 지역 유일 집권정당으로서 사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세력이다. 조합원들이 지목하고 있는 정세균은 지역의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민주당 대표직을 수행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금의 전주시장과 도지사를 공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고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절박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행동이다.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은 전북버스 노동자들의 민주당에 대한 항의 행동을 적극 지지하고 방어해야한다. 그리고 함께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