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무현 정부는 8월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역대 어느 정권보다 전면적인 추방 정책을 펴고 있다.

노무현은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 이주 노동자들의 권익이 향상되고 더는 인권 침해가 없을 거라 말한다. 그러나 노무현은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개선은커녕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약 3천여 명이 단속에 걸렸고, 9명의 이주 노동자가 죽었다.

노무현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맨 몸인 이주 노동자에게 시내 한복판에서 가스총을 난사했고, 집단 폭행을 가했고 실신한 사람을 질질 끌고 갔다. 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위험한 동물을 잡을 때 사용하는 그물 총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봤다. 우리가 때려잡아야 할 위험한 짐승인가.”하고 분노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정부에 항의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테러리스트’라는 딱지를 붙여 추방했다. 지난 연말에 추방된 방글라데시 노동자 비두와 자말은 본국에서 아직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정부의 단속과 추방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10만여 명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정부의 단속이 느슨해지길 기다리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대다수 이주 노동자들은 출국을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이주 노동자들은 농성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명동 성당 농성단은 2월 22일에 농성 1백일을 맞는다.

노무현 정부는 강제 단속으로도 ‘불법’ 이주 노동자들의 수가 크게 줄지 않고, 이주 노동자들의 투지가 꺾이지 않자 지난 1월 20일 강제 출국을 자진 출국으로 바꾼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포장지만 바꾼 것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2월 말까지 출국 시한을 연기해 줄 테니 우선 한국을 나가라고 한다. 자진 출국하면 한국에 재입국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정부안에 따르면 재입국 대상자는 고용허가제 대상국인 5∼7개 국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에 다시 들어오려면 송출업체에 최소 1천만 원 이상의 비용을 다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 재입국은 하늘에서 별 따기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들에게 재입국을 허가하고 합법적인 신분을 부여할 것이라면 지금 이들을 내쫓지 못해 안달할 이유가 없다.

별 따기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기업들에게 젊고 값싸고 유연한 노동력을 공급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불법 체류’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은 더 나은 임금과 직장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때때로 집단 농성, 거리 시위, 심지어는 파업 등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보기에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안착시키는 데 위험한 존재들이다.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매년 고용 계약을 맺어야 하고, 그나마 3년이 지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 직장 이동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동자들이 임금을 올리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을 아무런 수단이 없는 셈이다.

이주 노동자들이 이런 고용허가제를 고분고분 받아들일 리 없다. 그래서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외노협 같은 주요 이주 노동자 지원 단체들은 정부 안을 모종의 개선된 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1월 29일에 “정부가 한 발 물러서 포용적인 조치를 발표한 만큼, 우리도 일단 농성을 해산하는 것이 성숙한 자세인 것 같”다며 농성을 풀었고, 1백50여 명의 이주 노동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외노공대위 성공회 농성단, 창원 농성단, 재외동포법 개정 농성단 등도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성공회 농성단은 지난 2월 6일 농성을 풀었다. 이철승 외노협 상임대표는 “불법체류자 전면 합법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외노협과 외노공대위는 형식적으로는 농성단원들의 동의를 거쳐 농성을 해산했지만, 이미 한국인 지도자들이 정부 안을 수용하고 농성을 지속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농성을 지속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농성자들의 다수는 농성을 풀어도 정부 안을 거부하고 한국에 남겠다는 입장이다.

외노협과 외노공대위의 정부 안 수용 결정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이다. 성공회 농성단에는 미얀마와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30여 명 정도 포함돼 있는데 이들 나라들은 고용허가 대상국에 포함되지도 않거니와 자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이다.

한 네팔 노동자는 “우리 나라는 거의 내전 상태다. 본국으로 돌아가면 마오주의 반군으로 몰려 탄압받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한국 정부가 농성중인 우리 명단을 본국 정부에 넘겨 주어 군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다고 한다. 네팔 정부가 한국 정부에게 우리를 강제 추방해도 상관없다는 뜻을 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본국에 있는 친지들은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하고 말했다.

마오주의 반군

이 노동자는 미얀마 노동자들의 처지에 대해서도 일러 주었다. “미얀마 사람들 중에 자국에서 민주화 투쟁 경험이 있거나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들은 돌아가면 감옥에 끌려갈 수도 있다.”

네팔과 미얀마 노동자들은 각각 공동체 총회를 열어 출국을 거부하고 한국에 남아 고용허가제 반대 운동을 계속 벌이겠다는 입장을 채택했다.

현재 정부 안을 수용하지 않고 농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명동·안산·대구 농성단 정도다. 이 중에서도 정부 안을 단호하게 반대하며 투쟁하고 있는 곳은 명동성당 농성단이다. 명성 농성단은 출국 거부 선언 운동을 조직하고 있는데, 2월 9일까지 8백15명이 출국 거부 선언을 했다.

지금 명성 농성단의 이주 노동자들은 직접 민주노총 산하 노조를 방문하고, 투쟁 사업장 방문 활동 등을 벌이며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 운동의 한 축인 외노협이 사실상 정부에 투항했고, 재외동포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도 농성을 푼 상황이라 단호하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칫 고립되기 쉬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주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큰 힘을 보태야 할 민주노총이 성명서 발표 이외에 별 다른 지원을 하고 있지 않은 점도 매우 아쉽다.

지난 1월 경기중부건설노조는 조선족 출신 이주 노동자들의 체불 임금을 받아내기 위해 함께 투쟁해 승리를 거뒀다. 작년 여름 호주의 여러 노동조합들은 호주 수상 존 하워드가 호주 영해에서 난민 요청을 한 4백60여 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익사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조치한 것에 항의했다. 이런 항의 덕분에 당시 호주 정부의 인종 차별주의적 선동은 대중의 반발에 부딪혔다.

민주노총이 산하 노조원들을 이주 노동자 방어 활동에 적극 동원한다면 정부의 이주 노동자 탄압을 저지하는 것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