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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기후정의》, 《의혹을 팝니다》: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반자본주의적 대안

《기후정의》 이안 앵거스 엮음 | 이매진 | 4백63쪽 | 2만 원
《의혹을 팝니다》 나오미 오레스케스 | 미지북스 | 6백25쪽 | 2만 5천 원

기후변화를 막으려고 선진국(미국 제외)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기준으로 5퍼센트 줄이기로 한 교토협약이 올해 끝난다. 그러나 굳이 연말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교토협약이 실패했다는 것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캐나다 정부는 교토협약 탈퇴를 선언했는데 1990년과 비교했을 때 배출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17퍼센트가량 늘었기 때문이었다. 일본과 러시아도 내년부터는 배출감축 의무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아예 처음부터 교토 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다.

유럽도 큰소리칠 형편은 못 된다.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이 확대됐거나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 게 아니라 주로 경제 위기로 에너지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꼬락서니를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온다. 그러나 최근 출간된 《기후정의 —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에 맞선 반자본주의의 대안》은 이런 절망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기후정의’라는 제목은, 각국 정부들의 기후협상이 책략과 기업 로비에 놀아나는 것을 비판하며 등장한 기후정의 운동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주류 환경운동은 기후변화 문제를 사람들의 삶에서 떼어 낸 채 온실가스 감축만 강조하는 반면, 기후정의 운동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다른 사회적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환경운동을 기존의 반자본주의 투쟁과 결합시켰다.

이 책은 기아, 경제 양극화, 제3세계 부채, 기업 탐욕과 이를 비호하는 정부 등 자본주의 특징들과 기후변화가 현실에서 어떻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밝힌다.

예를 들어, 에탄올을 연료로 쓰는 계획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현실에서는 가난한 나라들의 식량난을 악화시켰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했다.

이것은 단지 정책상의 실수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매년 곡물을 얼마나 생산할지, 또 얼마나 식량으로 쓰고 나머지는 연료로 쓸지를 소수의 다국적기업이 결정하고 각국 정부는 이를 후원하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문제다.

이 책의 저자들 중에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글을 근거로 생태적 가치를 옹호하고, 자본주의를 개혁해서는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반갑다.

자본주의에 도전하지 않으면 현실에서 모순적 위치로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캐나다 녹색당이 자국 석유 회사들의 계약권을 지키는 데 몰두한 나머지, 일반 석유보다 온실가스가 세 배 많이 발생하는 ‘타르 샌드’ 채굴장을 폐쇄하라는 운동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것을 사례로 든다.

생태 사회주의

그동안 자본가들은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을 들먹이며 자연을 공공재로 두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고 가르쳐 왔는데, 이에 대한 통쾌한 반박을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다. 또 자원을 비합리적으로 배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이며, 전쟁, 광고, 일회용 포장이 민주적 사회주의 계획에서는 어떻게 사라질 수 있는지 제시한다.

그러나 쿠바의 카스트로가 지속가능한 사회주의 경제를 이룩했다고 치켜세우거나, 소련과 동유럽의 끔찍했던 환경파괴를 사회주의의 실패라고 규정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소련과 동유럽은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자본주의 국가들이었고, 쿠바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제 봉쇄 때문에 자급자족을 강요당한 가난한 나라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노동조합이 기후정의 운동을 확대하는 데 왜 앞장서야 하는지 논쟁하는 글들도 있다. 예를 들어 호주의 석탄산업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사장들과 함께 ‘청정 석탄’ 기술을 지지하는 것을 비판하며 사장들과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는 같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과 노동자 재교육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만약 아직까지도 기후변화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거나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신간 《의혹을 팝니다 — 담배 산업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한 줌의 과학자들이, 인간이 산성비와 오존층 파괴, 지구온난화를 일으켰다는 사실들을 어떻게 30년 넘도록 부정해 왔는지 폭로한다.

이 책이 알리고자 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미국 정부가 이런 과학자들은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각종 정부기구와 자문단에 ‘낙하산’으로 보냈다는 것이다.